2011. 3. 4.쇠날. 맑음

조회 수 1101 추천 수 0 2011.03.14 10:55:37

 

쪽파가 올라옵니다.

아, 낙망스런 시간들이 그 앞에서 무색해지고

존재를 드러내는 그 앞의 푸른빛이 정말 할 말허게 생겼습디다.

그만 환희가 되었습니다.

저 쪽파로 파전을 먹으리라 합니다.

옛적 동래는 봄철에 조선 쪽파가 밭을 그득 메웠더라지요.

모래흙에다 바닷바람도 닿고 육지바람도 닿아

그 쪽파 맛이 유명도 하였다 합니다.

거기 바다에서 건진 해물을 섞고

육수에 찹쌀가루 멥쌀가루 밀가루로 반죽을 하여

가지런히 펴놓고 달걀물 끼얹어 덮었다 내놓으면

보기도 맛도 그만이었다나요.

하여 동래 5일장 나서던 길은 동래파전 맛보러 간다했다던가요.

땅값 비싼 도심일텐데 지금도 그 쪽파가 나고 있으려는지...

 

계곡에선 버들강아지를 보았습니다,

지난 2월 예비중계자 야단법석 두 번째 시간,

봄을 찾아오라고 보낸 아이들의 손에

들려왔음 기대했던 바로 그것.

오늘에야 달골 계곡에서 찾았더랬네요.

아마도 이 버들개지가

꽃 먼저 나고 잎 나는 첫 번째 봄맞이나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갯버들도

4∼5월에 덜 익은 열매를 그대로 식용했단 기록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들풀 먹기 훈련 세 해째입니다.

무슨 대단한 건 아니고 그저 한해 두어 가지씩 더하며

예전에 먹었으나 지금 먹지 않는 것들을 먹는 연습하는 거지요.

식량대란, 식량위기에 맞서는 물꼬씩 대응법쯤 되려나요.

짓는 농사가 아니라 자연이 이미 준 것들 속에서

채취해 살아보려 하는 거지요.

순전히 게으름으로부터 나온 출발 아니었는지...  

 

“어느 한 곳에다 노심초사 마음을 기울이면, 그 몸이 어찌 성할 수 있겠느냐?

과중하게 기울어진 마음은 애(愛),증(憎) 간에 몸을 망치고 말 것이다.”

몇 천 만원의 대출에 달골 건물로 담보를 서달라는 부탁이

수개월 전에 있었습니다.

물꼬가 공동체란 것이 명분이었습니다.

물꼬의 특성상 그간 물꼬에 돈을 벌려고 들어오는 이들도 없었고,

하니 이런 일은 뜻밖이었지요.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런 적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해도 되는 건지 아닌지 판단이 필요했고,

결국 몇 가지 이유로 야속하지만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돈을 빌려주거나 담보를 설 땐

혹 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관계가 어그러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판단할 땐 첫째로 그가 신의가 있는가 살피게 될 것이고,

다음은 일이 어긋졌을 때 물꼬가 그것을 대납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물을 테지요.

그런데, 해줄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간단한 문제가

결코 쉽지가 않은 문제로 번져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내놓기 어려운 몇 가지 언잖은 일들이 있었고,

그저 시끄럽고 싶지 않아서 수모를 견디며 지나갔지요.

이미 시끄러우면 무엇이 진실인가는 중요하지 않고,

흔히 시끄러운 곳은 누구라도 오다가도 돌아서고 싶은 법이니까요.

뭐, 그래도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말았지만...허허.

오늘도 그 연장에서 일어난 일이 있었더랍니다.

집중해야 할 다른 일 많고도 많건만 이런 일에 힘을 다 빼고 있어 서글펐고

한편 그런 게 다 살아가는 일이려니, 넘들도 이런 일 다 겪으며 사려니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로 밤을 지납니다.

사는 일이, 참,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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