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11.쇠날. 맑음

조회 수 977 추천 수 0 2011.03.28 14:38:33

 

겨울이 길더니 봄도 더딥니다.

얼어있다 날 풀리며 터진 곳곳,

공사 여러 날입니다.

공사의 주인노릇을 하고 있는 아이가 애가 닳았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아저씨가 안 오셨지요.

혹 달골로 바로 갔나 하고

아이가 1킬로미터 떨어진 달골 경사길을 오르내리기 여러 차례

그제야 전화가 연결되었더랍니다.

부품을 사러 대전에 가셨더라나요.

“진작 말씀하시지...”

속 끓은 아이 말이었지요.

 

3월 빈들모임에 몇 가정이 함께 하기로 합니다.

울산에서 중1이 홀로 오기로 하고,

그에겐 이곳이 쉼이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홀로 남매를 키우는 아비가 작은 아이 문제로 의논을 오고,

최근 중학 아이의 문제가 심각해진 부부가,

그리고 물꼬랑 처음 연을 맺었으면 하는 초등 남매를 둔 어머니가

이웃 소읍에서 건너온단 소식입니다.

현장을 떠나서 어떤 일이 어찌 해결될 수 있으려나요.

그저 이곳이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삶은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획득이며, 가해며,

낯설고 약한 것을 압도하는 것이며, 억압이며, 강함이며, 자기형식을 강요하는 것이며,

동화이며, 적어도 가장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한다 해도 착취다.”

니체의 글 어디에서였지 싶습니다.

삶은 착취라...

20대 초, 불이 꺼지기 시작하는 신촌거리에서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더미를 보며도,

일회용품의 지존 미국에 머물 적 어마어마한 쓰레기더미를 날마다 보면서도 그랬습니다.

내 삶이 저런 쓰레기를 양성하며 사는 일이구나...

나날을 사는 일이 쓰레기를 낳고,

목숨을 부지하고 사는 일이 어떤 식으로든 착취이고...

그러나 어찌합니까, 살아야 하는 것을,

죽자고 하는 삶이 아니라 살자고 하는 삶인 걸.

어떻게 덜 쓰레기를 만들까,

어떻게 덜 빼앗으며 살까,

그래서 사람들은 생태라는 말에 천착하게 되는 것일 겁니다.

생태적으로 살리라,

그러나 그저 땅만 밟는다 뿐이지 이곳의 삶도 이 시대 도시 삶과 그리 멀지 않습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제 삶이 그러합니다.

이 죄를 어쩔 꺼나,

봄 아직 이른데,

지독한 무기력으로 빠져드는 날들이랍니다.

어찌 어찌 이 세월을 견뎌나갈 테지요.

더한 삶도 다들 견디며 살아가거늘,

나이 드니 엄살만 늡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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