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12.흙날. 맑음

조회 수 1125 추천 수 0 2011.03.28 14:39:59

 

장독간을 치웁니다.

저것들도 닦아주어야 숨을 쉴 것인데,

모른 척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빗물이 들어간 고추장 한 항아리에 벌레 슬고

아깝기도 아까웠지만 한 해 밥상을 망친 것만 같아

그만 우울해버리고는 들여다보고 싶지가 않았던 거지요.

더구나 긴 겨울,

된장 고추장 간장 퍼다 먹을 만치 부엌 안에 들여놓았던지라

나가서 살필 일 더욱 없었던 여러 달이었습니다.

봄 왔는데, 봄이 오긴 왔나 싶은 날들,

볕 좋아 나가면 바람이 많고

나가야지 하다 다른 일에 밀리고

해야지 하다 어두워져버리기도 한참이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항아리들을 닦았지요.

쉬거라, 숨 쉬거라 합니다.

 

이번 학기는 한 대안학교 7학년 아이들 열둘과 교사 둘이 와 있기로 했습니다.

일이 되느라고 4월부터였지요.

3월은 그래서 그 준비를 위한 말미를 얻은 셈이 되었습니다.

교사 여섯 2차 답사를 왔습니다.

1차는 결정을 위해서였고,

2차는 그 학교의 다른 교사들과 인사하는 자리쯤 되었지요.

방을 어떻게 나눠 쓸까,

어떻게 움직일까,

물꼬 편에서 맡을 일은 무엇일 수 있을까,

그런 의논들이 오고갑니다.

며칠 전엔 이곳으로 이동학교를 오는 까닭을 문서로 받았습니다.

웬만하면 서로 오고가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말이란 것은 했네 안했네 의견이 갈릴 소지가 많으므로.

다음은 그 목적에 정말 이곳의 과정이 부합하는가를 살피면 되겠습니다.

큰 기대를 경계합니다.

그곳에서는 해마다 7학년 아이들이 하는 일정을 진행하는 것일 테고,

물꼬로서는 침잠기를 지나 기지개를 켜려는 올해,

여러 실험의 한 과정이 될 것이며,

경제적으로 보탬도 되면 좋으련 하고,

특히 이곳에 있는 7학년 아이에게 좋은 시간 되기를 바랐지요.

무엇보다 물꼬의 젤 큰 목적이야

그저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의 한 성장사에 우리가 함께 함일 것입니다.

계산하지 말것,

그저 지극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것!

 

동료들이 모여 같이 일을 하는 모습이 퍽 보기 좋았습니다.

물꼬의 요 몇 해

그런 풍경 잃은 지 오래였지요.

그러는 사이 일을 ‘함께’ 하는 것에 자신을 잃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물꼬에게, 제 자신에게도, 좋은 공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내려올 4월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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