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14.달날. 맑음

조회 수 1114 추천 수 0 2011.03.28 14:42:58

 

뒤란 우물가를 지나는 상수도에서 물이 솟구치고 있습니다.

얼어서 깨졌던 부엌 뒤란 벽 속 수도관을 고치고도

수압이 되돌아오지 않는 원인을 찾지 못해

떨어진 수압에 부엌일이 더디고 답답하기 며칠이었지요.

그예 잡은 것입니다.

그런데, 일을 하자면 물을 잠가야 할 터인데,

이런! 남의 집 밭을 통해 들어오는 관 밸브가 도대체 보이질 않습니다.

어림으로도 잘 찾아왔던 일이었지요.

아고, 어쩐다, 어쩐다,

달골 공사를 하던 아저씨가 어찌 해보겠다고는 합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선배가 왔습니다.

지금은 멕시코의 끝 칸쿤이란 휴양지에서 바를 하며 여행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한국을 떠나 떠돈 지 이십여 년,

멕시코 자리 잡은 지는 십 년입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역시 십년만이라 하였습니다.

인터넷이 참 용합니다.

소식 끊어지고 긴 세월 뒤,

수년 전 시카고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제가 오마이뉴스에 이어달리기를 할 적,

바로 그 글을 보고 멕시코에서 연락을 해왔더랬지요.

그리고 오늘,

그의 어머니의 함께 인천에서 대중교통으로 예까지 온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

저는 잊은 대중조직단체에서 같이 일했던 시간을

형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한국에서의 기억이 한정돼 있으니까...”

머잖아 한국으로 돌아와 살려 하는데,

시골서 살았으면 한다지요.

그래서 더욱 어머니랑 같이 이곳을 보고 싶었다 합니다.

아이 없는 그들 부부,

아내는 얼마 전 한국으로 들어와 있다 합니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다...”

아,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아,

그토록 착한 이가 살아가는 일이 어찌 이리 힘든 세상이란 말인지요.

결국은 돌아온다 했습니다.

그런데, 저 마음으로 이 나라에서 어찌 또 헤쳐 나갈 것인지...

 

보내는 걸음에 직지사를 들렀습니다,

예까지 온 귀한 걸음을 그냥 보내기 섭섭하여.

절마당에서 당신들도 저도 위로가 되었음 싶었지요.

사하촌에서 거한 밥도 먹었습니다.

황간에서 대전행 버스에 오르는 당신들을 봅니다.

다른 형제 둘은 서울의 한 대학에 교수로 자리 잡은 지 십여 년,

어머니는 아직 떠도는 자식이 그저 가련하고,

자식은 아직도 살아가는 일이 막막합니다.

그런데, 그건 또한 제 한 면의 모습이기도 하던 걸요.

어머님은 씩씩한 류옥하다 선수를 너무나 대견해하셨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당신 손주들과 견주며

아이들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몇 번이나 되뇌셨지요.

그래요, 이 둘러친 산이 아이 삶을, 제 삶을 그나마 건강하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거라도 없으면 사는 일을 어찌 다 견뎌낼 것인지요.

이 산골이 또 고마운 시간이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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