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15.불날. 꽃샘 추위 들다

조회 수 1084 추천 수 0 2011.03.28 14:44:24

 

꽃샘입니다.

바람 많습니다.

지난 7일 이후 쉬엄쉬엄 여러 곳을 공사 중입니다.

달골 창고동 부엌과 욕실 수도, 학교 사택 고추장집 보일러, 본관 뒤란 흙집 수도,

그리고 본관 부엌 들어오는 수도...

4월부터 이번학기를 여기서 보낼

서울의 한 대안학교 7학년 아이들 열둘과 교사 둘이 들어오기 전

정리된 공간에서 그들을 맞자 마음이 서둘러지지요.

자주 아이에게 감리(?)를 맡겨두고 나갑니다.

학기마다 읍내를 나가서 도서관에서며 몇 가지 활동을 하는 아이는

어미 대신 일에 묶여

아직 학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쩌니...”

“괜찮아요. 일 보고 오세요.”

기꺼이 포기하는 아이입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습니다요.

오늘은 주에 한 차례 있는 농업교육이 종일 있지요.

 

교육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 바삐 들어옵니다.

학교에선 고친 고추장집 연탄보일러에 또 문제가 생겨 아저씨가 살피고 계셨고,

달골에선 타일 전문가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창고동으로 가보니 타일이 아주 정교하게 붙여져 있었지요.

어떤 일을 야물게 했을 때 주는 감동!

보기가 좀 순하지 않던, 공사한 곳과 상관없는 벽면도

굳이 새로 깔끔하게 붙이셨습니다.

마음을 내서 일을 더해주신 그분이 고마웠지요.

프로의식,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는지요.

“이제 됐어요.”

고추장집은 벌써 세 차례 다시 손이 갔습니다.

또 지내봐야지요, 뭐.

거기다 오늘, 드디어 수도 수압을 잡았습니다!

벽면에 새던 곳을 고치고도 찔찔거리는 부엌 수도를

그저 다른 데 문제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근 백여 미터의 관을 다 파볼 수는 없어.

엊그제 드디어 우물가 곁을 지나던 관에서 콸콸 물 솟구치고 있었지요.

오늘 그 관을 이었습니다.

부엌으로 좇아가 물을 틀어보니

이전처럼 힘차게 나왔다마다요.

기분이 다 환해졌지요.

에고, 이리 가벼워서야 날아가버리겄습니다요.

 

일본의 대재앙에 대한 소식이 연일 들어오건만

그저 나날에 빠져 힘에 겨웠습니다, 그저 살았습니다.

“아들, 일본의 대재앙은 뭐니?”

“자, 화창한 봄날, 일본 도코에서 391킬로미터 떨어진 북쪽바다에서

진도 9.0의 대지진 일어나.

그로인해 일본 기상청자료에 의하면

일본 대륙 2.4미터 이동 지구자전축이 10.1센티미터 틀어졌어요.

그러니까 수조 톤의 물이 이동하며 일본 동부 해안에 10미터짜리 쓰나미가 일어난 거야.

그런데, 만은 갑자기 파도가 몰리며 쓰나미가 20미터까지, 제방도 소용없고...”

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에 들어가는 전력 공급 끊기게 되었다 합니다.

“바닷물이 들어가니 비상 발전기가 안돌아가.

그러니까 연료봉을 빼내지도 못하고 계속 방치하며 어떤 수도 못 두고...”

아이가 열심히 설명을 합니다.

체르노빌 사태를 또 만날지도 모를 우려라는 거지요.

나날의 삶에 세상일에는 무감각해지고

그저 자신의 삶에만 휘둘러 사는 여러 달이었습니다.

사상자가 2만 명이 넘는다는데

그저 제 입에 들어가는 밥, 제 앞자리에서 허우적거렸답니다.

언젠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류옥하다의 글에

좋은기사 원고료와 함께 논어 한 구절 주신 분 계셨습니다.

“人無遠慮,必有近憂(인무원려 필유근우)

사람이 원대한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

그렇겠습니다.

생각을 가다듬어야겠습니다,

마음을 다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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