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16.물날. 꽃샘 이틀

조회 수 1439 추천 수 0 2011.04.02 23:52:48

 

 

냉이야 일찌감치 올랐지요.

벼룩이자리가 온 밭을 덮고 있고

광대나물도 서둘러 봄맞이더니,

드디어 본관 꽃밭에 원추리가 오른 걸 보았습니다.

서울서 7학년 아이들 내려올 즈음이면 나물로 무쳐먹겠다 하지요.

 

오후 눈발 날렸습니다.

흙집 벽에 새는 수도를 고치기 위해

(온수가 새서 물꼬 전체 한 달 전기료가,

기본전력사용을 무려 33퍼센트 낮추고도 무려 백여만 원에 이르게 했던)

뒤란 나무 보일러실에서 소사아저씨와 아이가 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7일부터 이어오던 구석구석 공사의 연장이지요.

화덕을 에돌아 싼 벽돌과 그 안의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와 자갈을

퍼내서 짊어져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야 공사를 맡은 아저씨가 투입될 수 있을 테구요.

공사비를 줄이는 대신 그 뒷배 노릇을 두 사람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가을께부터 홀로 농사를 지으려 준비했던, 흙집을 지었던 목수님이

아직 방을 구하지 못해 물꼬에서 묵고는 있으나

물꼬 일을 무엇 하나 거들 형편은 아닌지라

공사 했던 이가 일을 더 잘 알 수 있으련만 답답만 하였더랬네요.

 

숙제는 언제고는 해야 되는 일입니다.

교문 머리에 아치형의 철봉 위로 자,유,학,교,물,꼬라는 여섯 글자가

50x50cm 하얀색 나무판에 씌어 간판 노릇하고 있었습니다.

식구 하나가 글을 쓰고, 또 다른 식구가 용접을 하고,

그리고 근 다섯 해는 흘렀지 싶습니다.

지난 해 들머리였던가요, 바람 몹시 거칠었던 날,

그만 두 개가 떨어져 내렸고,

그래서 이적지 '자 학교 꼬'라고 달려있었지요.

지난해 4월 충북도 공식 불로그인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에서

취재 왔던 박현주님과 동행한 그의 남편분이

(http://bigblog.kr/50087347077?Redirect=Log)

공사장에서 얻어왔던 양철판을 빈약한 도구만으로도 용케 두 개를 자르고

거기 알류미늄 파이프 틀에 붙여주셨더랬답니다.

아이들은 자주 인사가 “간판 언제 다실 거예요?”였고,

그렇게 한 해가 훌쩍 지나갔지요.

간판용 양철판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렸다

오늘 한참을 복도 구석에서 찾아서야 밖을 나왔고,

모둠방에 펼쳐놓고 아크릴을 갖다가 배경을 칠해두었습니다.

다음은 말하나마다 ‘유’와 ‘물’을 쓸 것이지요.

용접은 뉘게가 하나, 다른 방법으로 다나 동시에 고민하며 말이지요.

 

소경 제 닭 잡아먹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호박 따기라고도 하지요.

횡재라고 좋아한 것이 알고 보니 제 것이더라는 좁은 의미로도 쓰지만

이익 보는 줄 알고 한 일이

결국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거나 무익일 때를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손발 늘 모자라는 이곳에서 그저 무거운 나무 하나만 옮겨주어도

그게 다 고마움인데,

웬 횡재인가 하며 덜컥 받았다가 탈이 나는 때도 있습니다.

그건 때로 가슴에 품어준 언 뱀일 수도 있지요.

이솝우화에서는 그 농부가 깨어난 뱀에 물렸던가요.

그런데, 누구를 탓하겠는지요.

사람 잘 못 본 ‘내’ 눈을 찔러야 할 겝니다.

‘그렇게 우리 삶이 가는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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