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17.나무날. 맑음

조회 수 944 추천 수 0 2011.04.02 23:53:14

 

 

늘 같은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이어도

어디선가 낯선 느낌이 스밀 때가 있습니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뭔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 같은 게 들기도 하지요.

그런 낯섬 앞에서,

어디선가 삐져 들어온 듯한 이질감이

한편 어쩌면 지리멸렬한 일상까지도 날마다 새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엉뚱한 해석이 든 아침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질감이 마치 불안감처럼 느껴지다가는

이질감이 새로운 세상으로 보는 유쾌한 느낌이라 읽을 수도 있겠구나,

딱 그런 아침을 맞습니다.

 

어제는 본관 뒤란 보일러실 화덕을

아이랑 소사아저씨가 뜯었습니다.

새는 벽 속의 수도에 접근하려니 그 방법 밖에 없었지요.

오늘은 벽에 다가갈 수 있었고,

새는 부위로 보이는 벽의 한 부분을 헐었습니다.

우와, 대번에 뚫을 수 있었지요.

가늠한 대로 된 겁니다.

공사하는 아저씨가 다음 작업을 해나갑니다.

 

낮에 잠깐 학부모 한 분 만났습니다.

중 2가 된, 그의 작은 딸아이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전 아이의 귀가가 늦어지는데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고,

나중에 아이 전화를 들여다보니

1학년 때 친했던 친구들이 불러냈던 걸 알았습니다.

“안 나오면 죽어.”

친구 둘이 딸아이 왕따를 시키고 울렸다는데

이유는 “네가 맘에 안 들어.”였답니다.

학교 다니기 싫다는 아이를

다음날 엄마와 함께 큰 도시로 놀러 보내놓고,

아비는 담임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라 엄포를 놓고 왔다 합니다.

사건을 이해하는 수위와 그것을 느끼는 높이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정도,

늘 그런 게 어렵습니다.

그저 아이들에게 지나는 일상적인 한 부분일 뿐인 것을

어른들이 너무 민감하게 받은 건 아닌가,

아니면 아이한테 정말 죽음에 이를 만큼 극도로 괴로운 일인데

자라는 과정의 하나려니 지나치게 가벼이 느끼는 건 아닌가,

그런 판단은 어찌 그리도 어려운 일이던지요.

그저 들었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엇을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멀리 있는 제가.

다만 그 아이를 오직 마음에 담고 의견을 더했더랍니다.

 

타고난 성정이 허랑하기가 이를 데 없는 저입니다.

그래서 모으는데 재간이 없을 밖에요,

있는 것도 단도리도 잘 못하고.

요새 지난 반년치의 물꼬 살림을 정리 좀 하며 든 생각이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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