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19. 흙날. 흐려지는 밤

조회 수 937 추천 수 0 2011.04.02 23:54:18

 

 

호미를 들고 나갑니다.

남새밭에서 시금치를 솎아내고

밭을 맸습니다.

올해는 풀보다 먼저 땅을 차지할 수 있으려나요.

본관 현관 앞에 다부룩대는 냉이도 캐고

그 서슬로 다른 밭가도 가서 냉이를 캐옵니다.

튀김을 해도 좋겠고.

사과도 같이 썰어 넣어 샐러드로도 좋겠습니다.

 

미국인 친구가 주말을 같이 보내기 위해 와있습니다.

같이 마을을 걷기도 하고,

밭두렁에 그를 앉혀두고 풀을 매기도 하였지요.

봄을 맞고 있었던 겁니다.

봄 온지 오래나 봄이지 못하고 있는 마음이었는데,

날 풀린 지 오래나 마치 구들더께처럼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던 이 봄이었는데,

그가 있어 위로였습니다.

오늘은 고전영화에 대해 나눌 이야기도 많았더랍니다.

 

마을에선 상수도에 관한 임시모임이 있었습니다.

지금 마을로 들어오는 관이 몇 십 년 된 것이라

오는 5월에 골목골목 집집이 파고 새로 관을 묻는다지요.

물꼬는 언덕에서 따로 들어오는 관이 있어

물 수량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는데,

여러 집들이 자주 물에 어려움을 껶어왔지요.

학교로 들어오는 관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파얀다는데,

꼭 환영할 일만은 아니게 될 소식일지도...

2004년 상설학교 문을 열기 직전

이웃마을의 대동개발주식회사 도움으로

운동장을 50여 센티미터 돋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촌리 이장댁 논에서 황토도 덤프트럭 여러 대로 얻고,

마사는 열 몇 대인가를 샀을 걸요, 아마.

돌을 넣고 흙을 덮고 다시 마사 깐 덕에

워낙 물이 많아 습지 같았던 운동장이

비로소 단단해졌더라지요.

그걸 뒤집어야 한다 하니, 고민이 늘었습니다려.

 

몇 달을 애먹이는 일 하나 앞에 놓고

그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날 오리라 하고.

근래 이 세월을 견디느라 자주 들춰보던,

그것도 물꼬 책방에서 사라진지 오래여 지역도서관에서 빌려와서까지,

처음부터도 아니고 그저 띄엄띄엄 기억을 좇아 훑어보는,

장편 하나가 위안이 되고는 하였지요.

청상과부로 들어와 집안을 일으킨 어른이

손부를 앞에 놓고 하는 이야기가 이러했습니다.

‘기다리는 것도 일이니라. 일이란 꼭 눈에 띄게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지. 모든 일의 근원이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인즉, 네가 중심을 가지고 때를 고요히 기다리자면 마음이 고여서 행실로 넘치게 마련 아니냐. 이런 일이 조급히 군다고 되는 일이겠는가. 반개한 꽃봉오리 억지로 피우려고 화덕을 들이대랴. 손으로 벌리랴. 순리가 있는 것을.’

기다려보겠습니다.

하기야 달래 무슨 길이 또 있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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