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20.해날. 새벽부터 비

조회 수 985 추천 수 0 2011.04.02 23:54:47

 

 

새벽에 들든 비가 한낮까지 이어졌습니다.

미국인 친구가 와서 지난 쇠날부터 같이 지냈습니다.

버스를 용케 잘 타고 들어왔고,

오늘 역시 버스를 타고 돌아갔지요.

그가 있어 맘도 몸도 편했습니다.

미국 살 적,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닐 적도

간단하게 차리는 밥상이 참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식은 손이 많이 갑니다.

친구가 있는 동안 주 요리 하나만 놓고

곁들이가 간단해도 되어 퍽 좋았습니다.

방문객이라면 꽤 신경이 쓰였을 수도 있으련만,

친구이기도 하지만 외국인이어서 좋았더랍니다.

그도 너무 훌륭한 쉼이었다며 행복한 주말이었다 했습니다.

그가 싸왔던 와인이며 과일이며 쿠키며도

잘 나눠먹고 돌아갔지요.

 

고추장집 보일러가 또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급기야 부품을 아주 새로 갈아 끼웠지요.

공사를 시작하고 처음 손을 보았던 부엌뒤란 벽에 터졌던 수도도

야물게 정리를 부탁합니다.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도 길었던 터라

그러저러 밤 9시 넘어 되어 아저씨는 가셨지요,

본관 뒤란 나무보일러실 벽에 새던 수도 부근 마저 마무리 하고.

이제 아주 끝난 거라는데,

며칠 살펴보며

덮을 것 덮고, 물건 옮겨 제자리로 넣고, 청소할 곳 하고, 그래얄 테지요.

 

요새 기대고 살던 장편이 있었습니다.

읽는 것도 아니고 그저 쌓아만 두고 있는데,

신기하기도 하지요, 새록새록 한 덩이 한 덩이 퍽 하고 와서 문장들이 안깁니다.

이전에는 몰랐던 것이 나이 들며 의미가 커져서인지,

그때는 화평하여 몰랐으나 마음이 아린 시절을 보내고 있어

이심전심이어 그 마음이 이것이었나 싶어서인지...

마당을 서성이는 일이 잦아졌고,

오늘도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어느 한 부분을 떠올렸습니다.

병상에 누운 할머니가 같은 청상의 삶을 산 며느리랑 나누는 대목이었지요.

남편이 당신한테 준 단 한 가지 정표 예단으로 논을 사고,

그래서 그 논이 비단이려니 그 양반의 넋이려니 생각하고 산 세월에 대한 고백.

그래도 그 허전함 메울 수도, 대신할 수도 없었더랍니다.

그런데도 어찌 이날까지 그런 말씀은 단 한 번도 비치지 않으셨을라나요.

“어디 누구한테 말할 데가 있어야지.

내가 명색이 어른 아닌가.....누가 내 설움을 들어주어야지......

나 혼자서......그저, 나 혼자서......”

나 혼자서, 그저, 나 혼자서,

그 말이 그리 목메게 들리더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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