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21.달날. 맑음

조회 수 997 추천 수 0 2011.04.02 23:55:17

 

 

오전을 서둘렀습니다.

소사아저씨도 달골에 올랐지요.

지난 7일 이후 해오던 공사가 거개 마무리 되었습니다.

청소에 들어가는 거지요.

공사만 어디 그렇던가요.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을 준비하기도 만만찮고,

하고 난 뒤 정리는 더욱 그러합니다.

문짝 앞뒤에서부터 바닥 걸레질만도 댓 차례,

아직 욕실 물일은 아무래도 발이 시렵습니다.

햇발동도 한바탕 먼지를 털고 간 아이,

참 씩씩하게 제 몫을 해냅니다.

정오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지요.

 

점심을 먹고 서울 길에 올랐답니다.

낼모레 23일 물날 저녁 7시 명동성당 사순특강을 합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초청입니다.

어려운 자리이지만 뜻 깊은 곳이어 가마 하였더랬지요.

사순절, 예수의 부활을 기다리며 그 고난에 동참하는 시기,

그러니까 신앙의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훈련의 시기이며,

결국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기간입니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그 중요한 절기에 함께 함을 기뻐합니다.

벌써 반년 전에 들어온 강의였고,

강의록도 일찌감치 넘겼던 터였지요.

가는 길에 두루 사람도 만나고,

서울서 홀로 사는 기락샘 살림도 달에 한 차례는 살펴야지,

올해는 그리 마음도 먹었답니다.

아내노릇, 사람 노릇 좀 하려는 거지요.

 

싼마오,

머리 세 가닥으로 1930년대 상하이를 유랑하던

만화주인공 싼마오에서 따온 필명.

현대 중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00인에 드는 여성 작가.

오늘 벗이 그의 책을 선물하겠다고,

혹 그 사이 사기라도 할까봐 연락을 했다 합니다.

사하라 사막에서 보낸 그의 신혼생활기를

언젠가 지나던 어느 책방에서 손에 잡은 채로 거의 절반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쉽게 읽히고 그만큼 또 통통거려서 마음에 앉지 않던,

그러니까 글이 주는 행간의 의미와 여운이 없어 좀 아쉽던,

그래서 담백하게 평가되기도 하는 그의 글이

저는 그리 와 닿지는 않았더랬습니다.

그러나 조금은 가볍고 그런 만큼 자유롭고 솔직하고 나아가 대담한 그의 삶이

사람들에게 주는 경쾌함은 크겠다 싶었지요.

“나는 사는 게 고달팠지만 결코 풀이 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생활을 체험하는 것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니까.”

그런 비슷한 말도 했던 듯합니다.

사하라 사막은 아름다웠으나

대신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엄청난 의지와 끈기가 대가로 필요했고,

그래도 그는 ‘사하라를 미워하지 않았으며

사막에 익숙해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라던 그 태도가

인상 깊기도 했더랬습니다.

잠깐 선 채로 읽었던 그 글은 후기가 더 마음에 남은 듯도...

“안다고 꼭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만난다고 해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서로를 이해하고 느낀다면,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이라던 말.

그런데 몇 해 시간이 흐른 지금,

어쩌면 지난 12월부터 이어온 무거운 숙제 하나에서

싼마오는 제게 그 발랄함으로 기운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드는 겁니다.

벗이 주말에 대해리에 들리겠다 하였네요.

사는 게 힘들어 그런지 네 글이 너무 어둡다,

어느 날 집안의 큰 형이 불쑥 전화해서 그리 던졌는데,

싼마오가 발랄함으로 가까이 다가와 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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