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차를 달골에서 학교에 내려놓습니다.

함박눈 펑펑 쏟아졌기 때문이지요,

얼더라도 낮에는 차를 내릴 수 있을 것이나

자꾸 마음이 불편하니까.

이럴 땐 결정도 그렇고,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이제 열네 살 아들이 더 낫습니다.

“번거롭더라도 맘 편하게 지금 내려놓지요?”

그를 기대고 사는 산골 삶입니다.

 

늦은 오후에야 대해리 들어옵니다.

어제 서울 명동성당 사순특강을 했고,

늦은 시간까지 부시럭대다 새벽 4시 넘어 되는 걸 보며 부랴부랴 잠자리에 들어

아침 7시 30분 서울을 떠나 읍내까지 쉬지 않고 밟았답니다.

차를 가져가 상계동 아파트에 주차해두고 움직였더랬지요.

간밤 늦게까지 촬영의뢰가 계속되고 있는 한 다큐멘터리 제작사에서

문자와 전화 여러 번이더니

아침까지 포기를 않고 연락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어제 강의를 들은 평화신문 기자 한 사람도

감명 깊었다며 인사를 해오기도 했지요.

류옥하다 선수를 도서관에 내려주고

15분여 지나긴 했지만 10시에 시작하는 농업교육에 무사 도착.

끝나고 미국인 친구 만나서

같이 장을 좀 보고 들어왔네요.

 

몇 해 우리를 먹여 살린 표고가 수명을 다했습니다.

닭장 옆 표고장을 치워내고

거기 고추밭을 만들려합니다.

소사아저씨는 틈틈이 폐목을 정리하고 있었고,

오늘은 비닐을 정리했다 합니다.

그 아래 비탈은 감자를 심어 보려지요.

밭을 돌려짓기하려는 올해랍니다.

 

이 밤, 눈입니다.

펑펑 뿌려댑니다.

샤워를 하고 나왔던 아이는 온통 몸이 젖어있었으련만

어미를 위해 기꺼이 마을을 내려오고

다시 함께 산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으로 눈(目)에도 물기 스미는 밤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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