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26.흙날. 바람 부는 오후

조회 수 1151 추천 수 0 2011.04.06 23:22:46

 

 

그간 못 잔 모든 잠을 자나 봅니다.

허리가 아플 만큼 잠을 잡니다.

한없이 잠이 쏟아집니다.

겨울잠을 깰 때도 되었으련만

3월이면 겨우내 하지 못했던 수행을 시작하고도 한참을 지났으련만

4월에 7학년 아이들 들어오면 하련다 하고 보니

느지막히 시작하고 있는 아침입니다.

게으름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무기력에서 오는구나 깨닫습니다.

이래선 안 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

마치 가위눌린 꿈처럼 깰 수가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둘리기 여러 달이더니,

이렇게 마음이 약했더란 말인가요.

봄바람은 차별 없이 천지에 가득 불어오지만

살아있는 가지라야 눈을 뜬다,

어쩌든지 있는 정성을 다 기울여서

목숨을 죽이지 말고 불씨같이 잘 보존하고 있노라면

그것은 저절로 창성한다,

어르신들 그러셨습니다.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있어야 한다!’

 

표고장 안 비닐을 정리합니다.

표고장 뒤란 마른 덤불도 태웁니다.

한 때 표고를 키워내던 곳이 밭이 될라 합니다.

전이의 시간이 필요할 테지요.

옮김의 시간은 때로 누구에게 기대에 찬 환희일 수도 있겠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내딛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할 겝니다.

밭이 기름진 땅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잘 정리하려지요.

 

울산서 부선이가 왔습니다.

어제부터 빈들모임이나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이틀째인 오늘 모다 들어온다 하였습니다.

게다 옥천의 두 가정이 일이 생겨 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의 가정도 늦어서야 온다 한 것이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쪽파밭(이라고 하기엔 겨우 세 고랑)을 매고

간장집 남새밭으로 가서 냉이를 캡니다.

그것으로 점심에 샐러드를 할 것이지요.

생일상을 차립니다.

점심 밥상, 소사아저씨의 생일이 너무 단촐할 듯했는데,

마침 기락샘이 들어왔네요.

 

오후엔 아이들을 데리고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차를 덖는 집을 갔습니다.

오늘 표고종균을 넣는다 했습니다.

다식용으로 덖었던 표고를 본격적으로 차로 내실 계획이랍니다.

반찬을 두어 가지 챙겨갑니다.

감꽃차를 마셨고,

표고 덖어 낸 것을 다식으로 먹었습니다.

밥바라지를 왔던 동생분이 부침개와 얼려두었던 빵을 쪄내

아이들 입을 즐겁게 해주었지요.

한 분야를 오래 공부하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스승이 되셨습니다.

가까운 곳에 스승을 뫼실 수 있으니 복입니다.

물꼬는 복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녁이 내리는 대해리로 바삐 움직이는데,

대구에서 급한 전갈입니다.

아이가 고열로 도저히 움직이기가 무리라 합니다.

그리하야, 이번 빈들모임은

순전히 물꼬식구와 부선이가 보내게 되었답니다.

오붓했습니다.

그것도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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