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3.해날. 개어가는 오후

조회 수 1064 추천 수 0 2011.04.13 17:21:42

 

 

어제 오후에 겉 땅이 젖을 만치만 내렸던 비가

이른 아침까지 이어졌습니다.

부추밭으로 나갑니다.

풀을 좀 잡으려지요.

지난 해 풀밭에서 부추를 건둥건둥 헤쳐가며 잘라야 했지요.

밭을 맵니다.

한 시간여 지나도 겨우 세 줄,

부추 사이사이로 난 풀을 뽑는 일에 걸리는 시간이

여간 길지가 않습디다.

이모할머니라 부르는 앞집 할머니가 다가와 기웃거리기

대파 씨 남은 게 있냐 여쭈었지요.

나눠주셨습니다.

세 고랑에다 뿌립니다.

그런데, 새들이 다 쪼아 먹을까 흩어뿌리기가 불안하다고

너무 깊이 심은 건 아니나 모르겠습니다.

짚을 덮어둡니다.

 

부랴부랴 이불빨래를 합니다.

지저분하지야 않지만 뽀송뽀송한 이불로 아이들을 맞고 싶지요.

챙긴다고 챙겨도 이렇게 빠진 것들이 느닷없이 떠오릅니다.

삶에 끌려 다니는 동안 날은 이리 흘렀고,

일은 구멍 숭숭합니다.

정신 차리며 살 일입니다.

 

저자거리로 내려와 수행하시는 한 분 다녀가십니다.

류옥하다로 넓혀진 인연입니다.

불날 오전마다 지역도서관에서 하는 붓글씨모임에서였습니다.

세상에나! 재미나게도 지리산에서 수행중인 선배랑

같이 대전 어느 산사에서 수행한 적도 있으셨습니다.

수행자로서 한편 생활인으로 균형을 맞추며

산으로 들어가지 않음이 회한이 될 때도 있지만 긴 세월 당신 삶을 잘 걸어오셨고,

이제 오랫동안 해왔던 체육관도 하실 만큼 하셨다며 접을까 하신답니다.

수행자(체육인이라 자칭했지만)라 하니

잠시라도 의지하게 됩디다.

차를 마시며 사는 일을 또 그리 한풀 풀어주고 가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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