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8.쇠날. 맑음

조회 수 1239 추천 수 0 2011.04.18 04:42:32

 

 

 

 “더워 죽는 줄 알았어요.”

눅눅한 날씨 때문에도, 돌고 있는 기침 때문에도

불을 한껏 올렸더랬습니다.

일교차 크니, 날이 흐려서도, 목감기가 심하게 돌기라도 할까,

또 먼길 와 낯선 곳에서 묵고 있는 환경차이로 몸이 힘들기라도 할까 하여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모과차를 달여내고,

기침이 심한 준환샘은 매실마늘차를 끓여주었지요.

 

아침 해건지기 뒤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표고동에 있던 표고목들을 한쪽으로 쌓기도 하고

아직 표고가 달리겠는 나무는 간장집 뒤란으로 보내기도 했지요.

그리고 확보된 땅을 패기 시작했습니다.

고추밭이 될 것이지요.

그 아래 작은 다랑이도 팼습니다.

감자밭을 만들려지요.

아이들 갈 무렵엔 감자를 캐먹을 수 있을 것이고,

풋고추도 딸 수 있으리라 합니다.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쏟아져나와

축구를 하고 배드민턴을 치고 야구도 하였지요.

운정샘이 야구 글로브들을 챙겨와 꺼내두었던 덕분이었습니다.

김유(김유진을 강유진과 구별하기 위해)는 볕좋은 평상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였네요.

 

오후엔 다시 밭을 팼다 합니다.

그런데 소사아저씨,

아무리 기다려도 참이 아니 오더라나요.

농업교육을 나가며 별 안내를 해놓진 않았습니다,

다들 가늠하는 대로 지낼 것이고

서툰 게 있으면 수정할 날들 많을 것이므로.

4시쯤 소사아저씨가 포도즙을 가지러 가마솥방 들어가셨다는데,

좀 있다 샘들이 단 것 먹고파 하겠다고 아이들한테 초코파이를 사다주었다네요.

뭐, 보지 않아도 비디오입니다.

서울서는 안 먹었거나 좋아하지 않았던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난 게 되었을 줄 아다마다요.

 

저녁엔 생일잔치 있었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내려온 기락샘이 주인공입니다.

희영샘과 함께 미역국을 끓이고 잡채를 한 아이들이었지요.

초코파이에 초를 꽂고 꽃항아리도 밥상에 두었더랍니다.

기락샘이 아이들 왔다고 롤케잌을 사서 왔고,

그 상에 약식과 떡도 놓였습니다.

아이들 밥을 다 먹고도 그걸 또 한 상 다 먹어치웠댔지요.

집을 떠난 허함을 먹는 것으로 채우나 보다 합니다.

 

“하루 종일 뭐하고 보냈누?”

아이들은 석현 쪽으로 자전거도 타고 나가고,

해먹을 운동장 가장자리에 달기도 하였다 했습니다.

그런데, 강유(강유진을 김유진과 구별하려 이리 쓰기로 함)가 배가 아프다 했습니다.

눕혀 배를 눌러보니 위 아래쪽이 조금 분 듯했습니다.

간단한 마실거리로 가라앉혀야지 싶데요.

따뜻하게 마시게 하고,

얹힌 건 아니었으나 손가락을 좀 땄습니다.

다행히 금새 괜찮아졌네요.

덕분에 이곳에서 병이 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일러둡니다.

몸이 스스로 이길 수 있을 시간을 준다,

다음 단계는 우리 몸이 자연에서 왔으므로 그 해결책도 그러하려니

이곳에서 음식과 풀들로 만든 약을 먹는다,

그 다음엔 기성약을 먹는다...

물론 피 철철 흘리거나, 눈과 귀 문제 같은 것이야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얄 테지요.

 

“세상에, 세상에, 세상이 어찌 될려고 이래?”

읍내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장을 좀 봅니다.

새우젓을 사러 젓갈집에 들리니 아주머니가 호들갑스럽게 맞으며

“씨가 말랐어, 영동에 소금이.” 합니다.

“오늘 한 차 들어왔는데, 남은 게 저거야.”

가리키는 곳을 보내 겨우 몇 자루가 남았을 뿐입니다.

“3만원도 싸대.”

지난 겨울 그 절반 이하 가격이던 것입니다.

일본 쓰나미, 그리고 이어진 원전사고 이후

사람들이 소금을 사재고 있는 것이지요.

세상일에 둔하다가 이제야 알았더랍니다.

장을 어쩌고 김장은 또 어찌들 하려는지요. 

 

밤, 물꼬 어른들과 성미산 어른들의 인사 자리가 있었습니다.

마침 창고동 보일러가 겨우내 무사하였나 확인도 하려고

창고동 2층에 모였더랬답니다.

서로 이해하고 호흡을 가늠해보는 자리였지요.

아이들이야 무슨 걱정이랍니까.

늘 어른이 걱정이고 문제입니다.

어른들이 서로 잘 지내는 게 과제이지요.

좋은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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