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9.흙날. 맑음

조회 수 1088 추천 수 0 2011.04.18 04:45:21

 

 

흙날과 해날은 해건지기를 쉬기로 한 날입니다.

저 알아 몸을 풀기로 하였지요.

아침밥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가니

마침 ‘문제의 모둠’이 밥바라지로 들어섰습니다.

“(다른 애들)국선도 시켜요, 일 시켜요...”

뭔가 자신만 일을 하고 있다는 억울함입니다.

아직 익지 않아서, 한편 곤해서도 그럴 겝니다.

저 아이들의 변화를 볼 날이 멀지 않으리라 합니다.

기대에 찹니다.

 

아침을 먹은 아이들은 어제 못 다했던 밭만들기를 마저합니다.

고추밭, 감자밭을 다 팼지요.

하자 하자 아니 해도 하는 줄 알고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고 소사아저씨를 따라 나섰습니다.

만들어놓은 고랑을 보고 누구보다 승기가 많이 뿌듯해했네요,

결과는 속일 수 없다며.

 

차 한 잔 마시고, 이것저것 당부를 끝낸 희영샘과 운정샘이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자리 잡는 걸 도와주러 왔던 희영샘은

지난해 녹동에서 이동학교를 진행했던 샘입니다.

젊은 친구가 마음 쓰는 거며 몸을 움직이는 거며

감동을 주었더랬지요.

아, 드나드는 모두가 스승일지니...

하니 가는 게 많이 아쉬울 밖에요.

“여러 샘들 오며 가며 할 것 없이 샘이 또 오이소.”

5월에 오마 하셨지요.

운정샘도 통합학급 중등 아이 하나 데리고 다녀가도 되느냐 물어왔습니다.

아무렴요.

또 뵙지요.

 

점심은 아이들이 김치볶음밥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준과 다운과 하다입니다.

양만 들여다봐주고 쓸 냄비만 챙겨주었습니다.

“나는 일보러 가도 되지?”

17일까지는 제가 밥바라지에 온전히 붙겠다 했는데,

더러 손이 되는 샘들이 이리 붙어주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과 몸들로 우리들에게 남은 날들을 채우리라 합니다.

 

아이들은 또 마당에 쏟아졌네요.

공을 차는가 싶더니

배드민턴을 치고도 있습니다.

바람이 조금 세다 싶은데도 강유랑 선재가 목표치를 놓고

그예 끝까지 공을 주고 받고 있었습니다.

 

오후엔 대청소를 했습니다.

본관도 하고, 달골도 합니다.

해봐야 규모가 잡히고,

해봐야 어디를 해얄지 눈도 갑니다.

그래서 굳이 모둠을 나누지 않고 모두가 같이 움직이기로 한

첫 먼지풀풀이었습니다.

주마다 흙날 이렇게 대청소를 하기로 했지요.

 

저녁엔 스파게티를 내놓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합니다.

심지어 하나님께 감사하다고까지 하는 아이들이었답니다,

스파게티 나왔다고 말입니다.

“복잡한 요리인 줄 알았는데...”

하려들면 그렇겠지요.

그런데 음식을 바로, 단순히, 간단히, 해먹는 것도 잘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왜 해야 돼? 우리 돈 냈는데...”

일을 하며 청소를 하며 아이들이 그랬던 모양입니다.

류옥하다는 그것 때문에 섭섭해 했지요.

“어머니가 밥을 왜 해줘요?”

엄마가 고생하는 것 같애서도 속이 좀 상한 하다입니다.

게다 자기가 이 공간을 이미 알아서 안내해주고 도와주는 건데

외려 이런 소리를 듣는다고,

오늘도 그 말을 듣고, 그런 말을 며칠째 들었다며

얼굴이 벌개져서 찾아왔습니다.

“엄마가 걔네들한테 밥해주고 수업도 하고, 그런데 임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물꼬가 남는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몇 없는 규모라 보니, 또 구성원 한몫을 해내는 아이라

물꼬 살림규모를 훤히 아는 그입니다.

“유기농 쌀을 돈으로 사먹을라 그래봐...”

우리가 한 사람당 얼마를 내는데 그게 전체면 돈이 얼마라는,

(그러니까 아마 그 학교 한 달 학비를 말하는 모양입니다.)

그 돈을 물꼬에 내고 있다는 생각이 아이들한테는 강했던가 봅니다.

“참, 늘, 돈이 문제군!”

돈에 대한 이야기는 돈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환샘과 희진샘이 아이들과 예산에 대한 이야기를 시도했습니다.

이런 공간을 캠프장으로 한 주만 빌려도

우리가 세 달 동안 사용료로 주는 돈과 맞먹는다,

우리가 여기서 유기농 쌀도 먹고, 기본 부식거리도 제공받는다,

또 그 비용에 지내는 곳을 관리하는 비용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빌려줘서 우리가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었지요.

어째 그런 생각을 할까,

그렇게 이해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그러면 해결점이 없지요.

잘 설명해주면 될 것입니다.

어른도 다른 이의 사정과 상황을 헤아리기 쉽잖은데

아이들에게 그런 걸 가늠하라 그러는 건 무리일 테지요.

그나저나 한데모임을 들어가지 못했는데,

얘기가 원활하긴 했나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아이들이 “우리가 얼마를 주는 거예요?” 질기게 물었다는 소식을

역시 상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류옥하다가 전해왔지요.

마음과 마음이 잘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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