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15.쇠날. 맑음

조회 수 1094 추천 수 0 2011.04.25 14:37:20

 

해건지기에서 수행 끝에 물구나무서기를 시작했습니다.

늘 직립하여 사는 인간입니다.

머리끝까지 피와 기운을 돌리고, 눌려있던 장기도 흔들어주면 좋겠지요.

긴 세월 좋은 노래를 만들고 불러왔던 노장 가수 하나는

늘 물구나무를 서서 뱅글뱅글 도는 게 당신의 건강비결이라 한 적 있습니다.

어떤 차례를 통해 물구나무가 되는지 먼저 보여줍니다.

안내대로 잘 따른다면 2주면 충분할 겝니다.

 

아침볕은 보양식에 다름 아니라 하였습니다.

아직 찬기가 많은 아침이어 볕 아래가 좋아서도 그렇지만

밥이 좀 더디니 기다리며 마당가를 걷습니다.

선재와 강유, 가야가 자주 같이 걷지요.

선개불알풀은 이미 아이들을 맞았고,

막 봄맞이꽃이 꽃잎을 열고, 냉이와 꽃다지도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아이들은 장작을 패는 준환샘 곁을 기웃거리기도 하였지요.

폐표고목이어 그 조직 결이 좀 연하긴 했습니다만

강유 가야 승기 선재가 장작 하나 패기 오늘 성공이었답니다.

 

오전은 한땀두땀 시간이었습니다.

바느질이지요.

날이 더워지면 속옷 하나와 수건 하나쯤 넣어 다니며

계곡에 발도 담굴 것입니다.

그렇게 달골 오르내리며 들고 다닐 다용도주머니 하나 만들 참이지요.

목적한 것을 반듯하게 잘 만들어내자면

마름질부터 그리되어야 합니다.

칠판에 전체적으로 우리가 만들 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될 것인가,

필요치수부터 만들어지는 모양새를 단계별로 그려줍니다.

그림에 전병(요새는 전부 젬병이라 그럽디다)인 저인지라

무려 몇 장의 종이로 연습을 한 뒤에야 가능한 일이었지요, 하하.

마름하고 자르고 어수선도 하더니

츰 가위질로 바느질로 스며들었습니다.

못한다고 쨍쨍대던 김유도 어느새 집중하고 있었지요.

모다 종일이라도 하겠습디다.

“내가 밥 할게.”

콩나물밥을 앉히고

준환샘더라 가마솥방 앞 화단에서 달래 몇 뿌리 캐달라 했지요.

몇 가지 반찬을 곁들여 콩나물밥에 달래장을 비벼먹었습니다.

 

이번 학기 풍물 첫 수업입니다.

타악연주자인 송백윤샘이 여전히 안내하십니다.

아이들한테 20분 전에 일찌감치 준비를 시켰지요.

사물이 자연의 어떤 소리를 딴 것인지,

그것이 집짓기와 어떻게 비유될 수 있는지를 들으며 첫 시간을 시작합니다.

징을 다형이 잡고, 쇠를 진하가,

그리고 나머지는 두 패로 장구와 북을 치기로 하였지요.

 

‘되살림터’ 안내가 있었습니다.

우리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나이 스무 살 녹두거리와 신촌거리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머물 적 그 엄청난 1회용 쓰레기더미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을 되짚으며,

쓰레기에 치여 지구를 떠난 사람들을 그렸던 애니메이션도 입에 올리며,

이곳에서 세세하게 분류하는 쓰레기에 대한 교육을 하는 시간이었지요,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다시 쓰이며, 어떻게 태우는지,

그리고 어떻게 버리는지.

 

“저녁도 내가 해야겄네.”

마저 집중에서 정리하고 태우라고 이르고

부엌으로 들어갑니다.

하나쯤 붙여주면 좋겠다 하니 준이가 와서 돕네요.

그런데, 오늘 승기의 생일이라는 소문이 돕니다.

“그러니 맛있는 거 먹어요.”

“어? 아닌데... 지난번에 선재한테 생일 다 조사해서 적어 달라 하고 받았는데,

이번 달은 없던데...”,

하지만 지나간 그의 생일상을 오늘 보겠노라 했지요.

그걸 알았던지 마침 서울서 기지떡을 보내오셨습니다.

감자국에 김치잡채, 김치부침개, 마늘장아찌, 깻잎이며

이것저것 잔뜩 꺼내놨지요.

“옥샘이 속아주신 덕분에 환상적인 밥상이었어요.”

움직임이 많으니 어찌나들 잘 먹는지요.

“여기는 정말 ‘밥’이 맛있어요.”

고운이다운이는 한 접시 다 먹고

다시 밥만 떠와서 먹는답니다.

 

밤, 아이들은 해날 낮에 보던 애니매이션 하나를

이 밤에 마저 보데요.

쇠날이나 흙날 밤에는 꼭 영상물을 볼 계획이라 합니다.

3층 더그매가 한쪽은 준환샘의 침실로, 맞은 편 구석은 사무실로,

그리고 가운데는 모두가 모이는 모두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화관이기도 하지요.

아직 날 쌀쌀해 고래방에서 스크린 내리고 빔을 켜는 날은

좀 더 있어야지 싶습니다.

 

내려와 날적이를 쓰는 아이들 방으로 건너가 뒹굽니다.

“노는 손으로 여기 좀 두들겨봐. 내가 할머니잖여.”

바람방의 강유와 선재, 다온이한테 안마를 받는데,

하늘방의 진하도 와서 이어달리기 했지요.

아이들이 와 있으니 덩달아 바쁘고

움직임도 그만큼 많으니 다리도 무릎도 조금 아프더니만

엉치뼈 쪽이 뭉쳤습니다.

늘 곁에 부르면 닿는 거리에 있던 류옥하다가

아이들이랑 움직이느라고 제 목소리 범위에 있지 않으니

이러저러 불편도 하더니만

또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네요.

이불 위에 같이 뒹굴고들 있으니

정말 같이 사는 붙이들 같아서

더 어여삐 보게 됩디다.

스물스물 웃음이 배나오는 봄밤이 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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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15.쇠날. 더움 /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차이>

 

  OOO 아이들은 생태를 알고, 자연을 알고, 사랑하고, 보호하려고 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매우 훌륭한 행동이다. 이 점 칭찬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자연을 사랑하는 행동에는 많은 모순이 숨어있다. 오늘 저녁 회의 때 그 예가 발생하였다.

  일단 이 이야기를 알려면 점심 때로 돌아가야 한다. 점심 때 쓰레기장 정리를 했는데 썩은 린스가 있어서 그것을 파묻기로 했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환경이 오염된다, 나쁘다는 말을 궁시렁댔다.

  저녁, 회의시간, 세탁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와 50%의 아이들은 세탁물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빨래를 무한정으로 내놓자고 했다.

  난 참 애들이 웃기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린스 1병을 묻는 것보다 세탁물을 줄이는 게 효율이 높은데...

  애들은 자기들이 자기하고 관련 없는 건 환경을 보전하자고 하면서 자기와 관련이 있는 건 절대 환경보호를 하기 싫어한다.

  이기적이다.(물론 나도 그렇지만).

 

; 아이들 날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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