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비 내렸습니다.

짐작대로, 네, 그러다 갰습니다.

몽당계자 하는 줄 아는 게지요.

 

몽당계자를 위한 대청소이고,

흙날마다 하는 먼지풀풀을 당겨하는 것이기도 하는,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 청소를 일어나는 대로 나눠서 하고

학교도 역시 손을 갈라 했습니다.

늦은 아침을 먹기로 계획했더랬지요.

냉동실에 남아있던 냉면을 마저 꺼내먹기로 합니다.

비빔, 물, 열무 냉면에

마침 오늘은 무가 있어 무채를 내고

달걀도 삶아 얹습니다.

 

풍물샘이 청소년축제에 걸음하게 되어 아침부터 연락 여러 차례 왔던 것을

도대체 전화가 닿기 쉽지가 않은 곳인지라

수업시간 다 돼 확인했더랬네요.

모여 앉아 우리끼리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비로소 몽당계자 일정을 시작합니다.

백마흔네 번째 계절자유학교,

2011, 4월 몽당계자 - "사람도 꽃이려니".

피고 지는 봄꽃들 속에 사람 또한 꽃입니다.

이 아이들이 꽃입니다.

백마흔네 번째 계자인 이번 봄 몽당계자는

이동학교를 와 있는 7학년 아이들과 꾸리기로 했습니다.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물꼬 행사로 아이들을 밖으로 돌리자니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물꼬가 몽당계자를 아니 할 수도 없고,

그러던 차에 생각해낸 방법이

이 아이들을 데리고 그대로 몽당계자를 하는 것이었지요.

이동학기 시작 직전 그리 하기로 샘들끼리 의논이 되었네요.

하여 몽당계자를 마감 한다 일찌감치 공지했던 참입니다.

물꼬로서는 경제적으로 조금 아쉽긴 하나

여기서 지낼 아이들이 물꼬를 더 이해하는 자리가 되고

그만큼 또 마음이 배부를 일 된다면

또 좋은 쓰임이겠다 하지요.

그런데 미리 신청하였던 형제에게는 양해를 구했으나,

마음 시끄러워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물꼬 올 날을 손꼽고 있었던 재호는

학년도 같은 지라 다녀가라 하였습니다.

하여 7학년 열넷이 하는 몽당계자 되었네요.

준환샘과 희진샘이 뒷배노릇을 하기로 했고,

수박을 들고 품앗이 희중샘이 들어와 역시 함께 합니다.

 

전체흐름 안내, 인사, 편히 걷거나 노닐기 뒤

저녁 밥상을 받습니다.

전골에 재호네서 준비물로 챙겨온 밑반찬과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몇 가지 찬을 내놓았습니다.

더하여 고기.

“계자에서 고기를 먹어요?”

“몽당계자이니...”

“이래서 몽당계자가 좋다 했구나.”

여름과 겨울 계자만 와보았던 재호는 눈이 둥그레졌습니다.

“우와, 고기다!”

있던 아이들도 지내면서 보기 쉽잖았던 고기라

또 그만큼 신이 났구요.

설거지야 으레 저들이 합니다.

그래도 남은 음식이며 정리를 하느라 부엌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법이 어딨어요?”

 뭘 따지러 온 걸까요, 우리 고운이다운이?

“밥이 왜 이렇게 맛있는 거예요?”

그러며 밥 한 쟁반 다 먹고 갔건만

다시 밥만 담아 가서 꼭꼭 씹고 있었지요.

곁에 선재도 덩달아 그러고 있었습니다.

밥이 정말 맛있는 이곳입지요.

 

저녁, 달골 올라 창고동에서 ‘춤명상’을 합니다.

궁금해라 하던 희진샘이었고,

처음 해본다는 대부분의 아이들이었지요.

이곳에서의 삶을 담은 춤을 춥니다.

이야기가 있는 춤쯤 되려나요.

당연히 농사와 절기흐름이 함께 하는 것이었지요.

한가운데에선 봄꽃들이 물을 타고 흘렀습니다.

거기 촛불 하나 온 공간을 밝히며 타고 있었지요.

 

햇발동 거실로 건너와 ‘실타래’ 시간이 이어집니다.

자기 마음 살피고 알기, 자기 알기.

저들도 사느라 욕보는 거지요.

자기 삶의 무게는 그 나이마다 다 있는 법이다마다요.

아이들이 하는 고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쏟아집니다.

내일에 대한 불안을 조성하며 교육이, 세계가, 굴러갑니다.

잔혹합니다.

우리는, 지금,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말입니다.

“저는 솔직히 물꼬 와서 있는 거 좋아요.”

불편하고 집에 가고 싶고 엄마 보고 싶다던 이동학교의 한 아이,

그런데 사실 여기가 마음이 편하다 했습니다.

엄마와 진로에 대한 갈등이 없어서도, 엄마를 안 봐서도 그러하다지요.

“그냥 놀고, 쉬고, 일 쪼끔하고...”

그러고 보면 늘 저들이 하는 말, 다 곧이 들을 게 아니라니까요.

힘들어죽겠다더니...

 

얘기 길고, 야참을 냅니다.

딱 곡주 안주네요(뭔지는 이 시간을 함께 한 이들만이 안다지요.).

대신 포도즙을 마십니다.

“이래서 몽당계자가 좋다는 구나.”

여름과 겨울 계자만 와봤던 재호는

연방 감탄입니다.

“류옥하다 계산에 따르면 이게 하나에 700원이랬는데...

 가만, 가만, 그간 너들이 몇 개를 먹은 거지...”

생색내며 주었지요.

돈으로 환산하면 그 가치가 훨씬 실감난다는 녀석들이니 말이지요, 하하.

 

어느새 훌쩍 자정을 넘습니다.

이동학교 아이들이

재호가 입은 마음의 상처와 고민을 잘 어루만져주었습니다.

저들도 진지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으며

뭔가 제 삶을 정리하는 듯하였더라지요.

짧은 일정이라 밀도가 높아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는 게 탐탁찮지만

그런 만큼 마음의 밀도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생각 들데요.

내일은 또 어떤 시간들일지요...

 

뜻밖의 편지 하나 닿았습니다.

가끔 아이들을 보며 부모님이 궁금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 많은 경우 그렇습니다.

그것은 부정적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긍정적인 경우이지요.

저 역시 자식 키우며 어쩜 저리 자식을 잘 키웠을까 부러운 것입니다.

한 아이가 그랬고,

그의 부모님이 궁금하던 참입니다.

무슨 일을 하나, 어떤 분이신가 이미 물었더랬지요.

그 아이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였습니다.

 

“...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정성을 들이시는지 멀리서도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정성이 소진되지 않기를...

주고 싶은 가치가 있어 대안학교를 선택하였지만 도시 삶이 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에게 혼돈과 상처를 주는 것이 있다면 부모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기꺼운 움직임으로, 너른 품으로, 그리고 겸손함으로 배울 것이 많은 아이이더니

씨도둑 없다고 그 댁 어른들도 그렇구나 싶데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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