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26.불날. 비

조회 수 1244 추천 수 0 2011.05.07 02:25:54

 

 

“이렇게 꾸준히 하면 몸도 더 유연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해건지기가 정말 필요하다.”

승기의 해건지기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놈의 긴 긴 회의로 잠이 모자라고

그러니 아침이 힘이 듭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일어나 수행을 끝내고 나면

가뿐해지는 걸 알겠는 거지요.

날마다 하는 일이 무서운 법입니다.

아이들, 이제 자세 좀 나옵니다요.

 

간밤, 온 산마을이, 아니 온 세상이 들썩들썩 했습니다.

비를 몰고 바람이 오는데,

그 처음을 보았던 게지요.

낡은 것도 아닌데 날아갈 것만 같은 집이었습니다.

몇 차례 잠을 깼고

아침에야 바람이 좀 잦아들었지요, 비는 계속 되었지만.

산골 산다고 산마을 사람들처럼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직지사로 떠나기로 했던 자전거나들이를 계획했는데,

오늘 비 온다고 쉬었지요.

오전엔 못다 했던 개인적인 일들을 하고

오후엔 대해리 영화관이 문을 열었던 겁니다.

빔으로 고래방에서 보았지요; <127시간>

인간의 삶에 대한 갈망을 알게 해주었다,

준이 그리 평가했더랬네요.

 

뿌딩과 딩뿌.

아이들이 책방에서 키우고 있는 병아리 둘 이름입니다.

여섯 마리를 얻어와 네 마리를 잃고 살린 것이지요.

김유와 류옥하다와 다운이가, 가끔 진하도, 주로 병아리를 돌보고 있습니다.

이젠 당번을 정할 거라던가요.

“너들 갈 때 잡아먹으면 되겠다.”

그런데, 아무리 닭고기를 좋아해도 저것들을 잡아먹을 순 없을 거라 합니다.

키우는 마음이란 게 그런 거지요.

해수는 돌아가면

물꼬 책방에 있는 고그(<고래가 그랬어>)를 정기구독하고

한겨레신문을 꼭 볼 거라 합니다.

류옥하다는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내 모습을 더욱 더 성장시켜야겠다.

 함께 하길 잘한 것 같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통해 자기 성장의 좋은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어제의 한 짜투리 시간,

그는 어릴 적 보던 <보물섬>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

하나는, 아무리 돈이 많고 부유해도 그것으로 자기 목숨을 살릴 수는 없다.

실제로 보물을 묻은 빌리 본즈는 그 돈으로 자기 목숨을 구할 수 없었다.

둘, 용서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해적들이 자기들을 죽이려고 했는데도 돈까지 주어서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셋, 활기찬 모험이다. 처음에 짐의 편이 해적과의 싸움에서 불리했는데 결국 짐의 모험과 활약으로 배도 되찾고, 보물도 찾는다.’

같은 책이라도 나이마다 다른 느낌이 드는 것에 대해 얘기 했더랬지요,

읽을 때마다 현재의 자기 삶과 연관고리를 지닐 수밖에 없으니.

 

전 교육장 이명섭샘이 친구분이랑 방문하셨습니다.

문득 생각나 들렀다셨지요,

전화를 여러 차례 했으나 닿질 않더라며.

이번 학기는 대학 강의도 쉬게 되어

짬이 좀 나셨던 모양입니다.

“한주 내내 다른 날 두고 하필 하루 비는 그때 오신담?”

나중에야 통화하며 서로 아쉬워했지요.

농업교육과 강의 하나 다녀오느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셨더랍니다.

 

저녁 7시,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용산의 채식식당 러빙헛에서 있었습니다.

김종근님, 손석구님, 이영현님, 최아선님,

그리고 권웅님, 김혜옥님, 조정제님이 처음 걸음하셨지요.

"안하는 것의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흔히 뭔가 안하면 불안해하는데...”

“포도농, 일이기보다 하는 과정 자체가 다 즐거움입니다.

 다만 그것이 돈으로 바뀌어서 우리 삶을 영위하게 하는 거죠.

 포도나무가 돈이 아니라 생명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걸 팔아 돈이 얼마 되겠다가 아니라...”

“어려울 때 어려움을 돌파는 게 의미가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일이 쉬워지고 정리도 되고,

 리듬을 타면서 재미도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마주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결국 각자의 삶을 성찰하고 다지는 시간 되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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