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이 그리 고운 줄 미처 몰랐습니다.

사람도 그러하리니,

그래서 우리가 지독하게 미워한대도 살아갈 수 있는 걸 겝니다.

어느 날 새로이 보이기도 하니.

 

오전 밭일을 마친 아이들이

괭이와 낫을 들고 달골 쪽으로 준환샘을 따라 갔습니다.

칡을 캐러갔지요.

그 칡 잘라 내내 껌처럼 씹고 다녔습니다.

산골 촌놈들 다 됐습니다요.

 

가지 많으니 바람 잘 날 없습니다.

준환샘이 아침을 먹지 못했습니다.

아침 시간 서두르기로 약속했던 해수가

드디어 자기 행동에 대해 밥을 거르기로 한 약속을 지키게 되었고

준환샘이 그것에 동행한 것이지요.

그런데, 점심도 걸러야 했습니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자기감정에 충실한 다형이랑

실랑이를 좀 한 일이 있었지요.

함께 차를 타고 나간 준환샘과 다형이는

오랜 뒤 돌아왔습니다.

“점심은요?”

“자장면 집에서...”

복닥이며 사는 거지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러 뭔가 균열이 있지만, 그저 사는 일에 다름 아니지요.

우린 충분히 행복하고 있답니다.

참 예쁜 아이들이 있구요,

퍽 좋은 어른들이 함께 하고 있다지요.

 

붓그림을 그리는 그리는 날입니다; 한국화

밥상에 조금 더 신경 씁니다.

가야랑 강유가 캐온 부추로 전도 내지요.

튀밥으로 강정을 만들어 후식으로도 내놨습니다.

우리 애들 참 쉽습니다.

먹는 거면 된다니까요,

그것도 비싼 것도 아닌 그저 좀 달콤하면 되는.

그리고, “죽은 그림들을 마술처럼 살려놓은...”

아이들 표현대로 그런 그림을 그린

한국화 시간이 이어졌지요.

 

서산으로 해가 옮겨갈 적,

아이들 앞세우고 길 아래 밭으로 갔습니다.

돌나물도 뜯고 논에 들어 미나리도 캤지요.

가야, 해수, 유진 둘, 승기, 그리고 선재가 동행했습니다.

“좀 더 캐면 안돼요?”

나물 캐며 주고받는 이야기가 어찌나 단지

일어설 줄 모르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나물들로 비빔밥을 냈는데,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고기메뉴보다 맛있었어요.”

고운이다운이가 그랬답니다.

 

이곳에서 보내는 날들은 누구랄 것 없이 자신에 대한 성찰이 따릅니다.

그 속에 모두가 훌쩍 자라고 있지요.

어른도 다르지 않다마다요.

오늘은 여해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왜 서울 가고 싶어? 서울에 무엇이 너를 불러?”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말하기를, 친구를 좀 귀찮아하는 그입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는 신경을 안 써도 되는데

그래서 보통 방과 후 약속을 안 잡는다는데

여기서는 24시간을 같이 있어야 하니 힘이 든다지요.

그런데, 그 훈련의 시간을 흔쾌히 안고 있는 그였답니다.

 

“딱 5분만 줘.”

막 한데모임을 하고 일어서는 아이들한테 부랴부랴 좇아가

도로 앉혔습니다.

내일은 기락샘이 밤에 오게 돼 운전을 해야 하고,

모레는 박복선 교장샘이 걸음하실 거라 따로 얘기할 시간이 없을 게다,

그래서 4월을 마감하는 30일에 하고자 한 이야기를 이 밤에 꺼내려 한다,

그리 시작했지요.

계속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가 돼 왔던, 돈 얘기에 대해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못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그것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요.

“여러분들이 샘들한테 여러 차례 이곳에 얼마의 돈을 주느냐 물으셨습니다.

 한 달에 OO만원!”

그것의 쓰임을 읊었지요.

난방, 전기, 수도, 난로(연탄), 부엌 가스, 고래방 석유...

“그리고 부식비란 이름으로 3개월 동안 따로 OO만원.

 하지만 물꼬 편에서는 그것을 이곳에서 내는 유기농현미쌀값이라 생각합니다.”

“쌀이 얼만데요?”

“물꼬가 쌀로 돈을 살 때 20키로에 7만원을 받습니다.

 지금 한 달도 안 돼 이미 100키로 정도를 먹었다 하는데,

 돈으로 따져보지요. 음...

 그런데, 우리 사는 데 그것만 있나요?

 물꼬 밭에서 나는 것들, 물꼬 냉장고에 있었거나 곳간에 있던 것들,

 그리고 사서 들어오는 것(이동학교 재정에서 장을 보는 것 말고 물꼬가 보는),

 차량운행비며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양념들,

 수건이며 화장지며 여러 비품들,...

 그리고 소사아저씨 임금, 제가 하는 활동에 대해선

 어떠한 돈도 이동학교로부터 받지 않습니다.”

“그러면 물꼬가 적자네요.”

그간 ‘왜 우리 일하게 하냐, 우리 돈 냈다.’ 따지던 아이들이 있었고,

도대체 얼마나 자신들이 내고 지내는가 질기게 묻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여러 차례 속이 상했던 이곳의 아이는

왜 엄마가 애를 쓰고도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냐, 왜 이걸 해야 되느냐

몇 차례 어미를 찾아오기도 했더랬지요.

조금은 삐딱했던(불편한 곳인데다 돈 받고 일까지 시키는 곳이라는) 아이들,

이 순간 대번에 굉장히 우호적인 태도로 돌변했더랍니다.

“어, 옥샘, 죄송해요.”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이어진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시 어안 벙벙했네요.

“진짜 그것 밖에 안 받아요?”

그러면서 “△△만 원!” 이라 크게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지요.

저들이 한 달에 학교에 내는 교육비가 OO만 원, 그게 열둘이니 △△만 원,

그렇게 세 달이면 OOO만 원, 그 계산이었지요.

그리고 준환샘을 돌아보며 묻습니다.

“그러면 그 돈 어디다 다 쓰는 거예요?”

이런! 이 시대의 자화상인 게지요.

네, 바로 이런 계산 때문에 시작했던 오늘의 이야기이기도 하였답니다.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답하면 되지요.

곤란하면 말할 수 없는 사정에 대해 전하면 될 테구요.

하지만 그런 일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는가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 주제로 삼았던 거였답니다.

 

“그렇다면 왜 물꼬가 그런 별 돈도 안 되는,

 아니 손해 보면서까지 이 일을 하는 걸까요?”

자,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

우리가 언제 돈을 쳐주었던 적 있던가요?

배우고 가르치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

얼마나 깊은 관계인가요.

그 아름답고 소중한 관계를 어떻게 돈으로 따질 수 있으려나요.

돈의 크기만큼만 마음이 움직여지는 거라면

사람의 일이, 사는 일이, 얼마나 서글픈지요.

물꼬의 배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의 배움을 어떻게 값으로 다 매길 수 있을 것입니까.

“여러분들이 자라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기꺼이 낸 그런 마음들을 먹고 자라

 언젠가 여러분도 그걸 나눌 겝니다.

 그런 마음들이 넓혀진다면 보다 세상이 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따뜻한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 굳게 믿는 거지요.”

세상이 꼭 돈으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팠던 게지요.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우리가 사람으로서 품격을 지키고 행복한 것이

꼭 돈의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지더냐 묻고 싶었던 겁니다!

숙제 하나 끝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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