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30.흙날. 비

조회 수 1228 추천 수 0 2011.05.11 01:45:45


 

야삼경, 비 퍼붓더니

아침까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중부지방 호우주의보가 내릴 거라 했지요.

집중호우 80ml.

내리꽂히고 있었습니다.

먼지풀풀이 있는 흙날 아침,

달골 청소를 마친 아이들이 구워놓은 빵을 한 조각씩 나눠 먹고

학교 청소를 위해들 내려갔지요.

 

아이들이 오고 처음으로 느지막히 일어날 수 있었던 아침입니다.

자다 깨다 하긴 했으나 조금 늦도록 잘 쉬었지요.

잠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 기침소리만 들어도 깨고

문소리만 들어도 일어나며 지난 한 달을 보냈더랬지요.

다른 샘들이라고 어디 달랐을 거나요.

 

이동학교를 온 아이들의 학교 교장 스콜라샘이 오셨습니다.

부랴부랴 달골을 내려갔지요.

“아고, 버선발로 맞아야는데...”

귀한 어른 걸음에...

몇 꾸러미의 책을 실어오셨습니다.

어쩌다 보니 요즘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 역할을 하는데 복본이 많더라며

전에는 아나바다 장터 같은 데서 팔고 남는 것은 나누어주고 했는데

물꼬에 주면 어떨까 싶더란 메일이 앞서 왔더랬지요.

그리 산골 어려운 살림을 살펴도 주셨답니다.

아이들이 고파하던 과일도 여러 상자 실어오셨지요.

 

희진샘이 오늘은 비도 오고 했다고

수제비를 끓여냈습니다.

많은 사람을 대접하기에 밀가루 음식은 간단한 듯 보이나 쉽진 않습니다.

불기 쉬우니 말이지요.

일 못 한다 못 한다 하는 그이나 못하지도 않거니와

예 와서 지내는 동안 더욱 손이 재졌습니다.

아주 맛났더랍니다.

참, 준환샘은 자전거여행을 위한 답사를 떠났습니다.

달날 돌아오신다지요.

그제부터 짬짬이 애들을 앉혀 같이 묵은 콩을 가렸더랬지요.

날도 젖었다고 그걸로 콩 볶아 주전부리거리로 삼았습니다.

은행도 구워냈지요,

마침 기침을 하는 이들도 몇 있어.

“자전거 주차장 지붕이 내려앉겠던데...”

스콜라샘도 굳이 부릴려는 산골살이,

소사아저씨랑 차를 마신 뒤 스콜라샘이 나가셨습니다.

“누가 기꺼이 마음을 좀 내지요?”

하다와 김유가 나섰네요.

마침, 비 멎어주었더랍니다. 

 

오후, 어른들은 모여앉아 차를 한 잔 마셨고,

아이들은 휴일을 즐기던 저들끼리 호떡을 굽습니다.

흐린 날이란 말이지요.

그런데 호떡 믹스를 사왔더라네요, 허허.

재료들을 넣고 반죽하고 발효시키는 그런 과정이 없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스콜라샘은 창고동 2층에 묵으실 것입니다.

“깜장고무신 쓰던 방에 자면 되는데...”

그래도 명색 교장샘을 그리 묵게 할 순 없었지요,

붙박이 교사로 있는 준환샘 잠자리도 그대로 두어야겠기도 했고.

“요즘 유흥업소이기도 하고 오신님방 역할도 해요.”

창고동에서 모두 가볍게 곡주도 걸쳤습니다.

이것저것 살피고 헤아려주고 계셨지요.

어른노릇 그거 아무나 잘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훌륭한 분들을 이 깊은 산골에서 앉아서 뵐 수 있으니

복입니다요.

“과일 고파요!”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낼게요.”

그나저나 스콜라샘이 잊지 않으셔야하는데...

 

어제 산살림을 갔다 불개미에 물린 발이 땡글땡글 부었습니다.

복사뼈가 파묻혔고, 절뚝거리며 다니지요.

하지만 며칠이면 몸이 잘 이겨줄 테고 고통도 지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몸에 일어난 불편을 해결하는 한 방법을 알려주는 예가 되기도 할 테지요.

 

한 달, 아이들이 쑥 자란 느낌입니다.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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