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해날. 갠 하늘로 황사가

조회 수 1019 추천 수 0 2011.05.15 10:22:24

 

‘빨래를 밖에다 널어두고 햇빛이 쨍쨍 비치는 것을 보니

나도 왠지 잘 마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강유)

그런데, 젖어있던 날은 말랐으나

황사 천지여 문 활짝 열기는 어려웠네요.

 

승기가 저녁답에 그랬지요.

“스콜라 갔어요?”

“이제야 안보인 걸 알았어?”

“언제 갔어요?”

이른 아침 스콜라샘 떠났습니다.

와서 이동학교 아이들 보니 맘이 놓인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셨지요.

최근 주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락샘도

주말을 보내고 떠났습니다.

6월의 자전거여행 답사를 떠난 준환샘은 낼 저녁에 돌아온다 합니다.

희진샘이 홀로 아이들 곁에 있으니

더 마음을 보태야지 싶습니다.

 

산살림을 떠났다가 불개미에 물려 잔뜩 부어오른 발은

더 이상 불면 터지겠는 풍선마냥 되었습니다.

피로가 잔뜩 몰려오고 있었지요.

그런데, 큰밥상을 차려야하는 해날입니다.

움직이면 또 어찌 어찌 옴작거리게 되지요.

그렇게 끙끙 앓다가도 그 대식구들 밥상을 차리러 나오던 울 어머니들처럼

어느새 나이 그리 먹었습니다.

아침은 빵을 냅니다.

토스트에, 늘 내는 사과잼과 달리 딸기잼,

그리고 크림수프와 요구르트, 샐러드와 사과를 냈습니다.

“옥샘, 밥해주세요!”

준이가 소리쳤습니다.

적은 양도 아니었건만 그래도 밥을 먹어야겠다는 겁니다.

산골 애들 다 됐다니까요.

밥통에 남아있던 밥과 김치를 내놓으니

바닥까지 긁어낸 아이들!

 

5시에 좀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하였더랍니다.

미국인 친구가 버스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영어공부시간을 정한 건 아니었지만

이번학기 별일만 없으면 주말마다 들리겠다 했던 그입니다.

얘기를 나누는 속에 어그러진 문장이 있으면

다시 그것을 제 입으로 확인하며 들려주니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어공부가 되겠다 하고 부른 것이지요.

그런데 갑자기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또 미국에서 벗이 찾아와서,

그리고 이곳의 몽당계자로,

그렇게 세 차례의 주말을 보내고 오게 된 걸음이었습니다.

오늘은 자고 갈 건 아니었고

그저 점심버스로 와서 저녁버스로 얼굴만 보고 간다 하였지요.

헌데, 달골에 올라간 아이들이 답체 소식이 없었던 겁니다.

그, 사이 미국인 친구도 떠나고,

밥상은 차려진지 오래였는데...

사단이 난 겝니다, 틀림없습니다.

 

7시에 아이들이 나타났지요.

저녁 밥 풍경이 어찌나 재밌던지요.

정말 조용한 저녁이었습니다, 고요하기까지 한.

늦은 저녁이니 배가 고파도 좀([조옴]) 고팠을라나요.

4시부터 임시한데모임이 있었더랍니다.

남자 아이들이 또 갈등을 일으켰던 게지요.

“무슨 놈의 회의가 그리 많은 거냐? 이 회의주의자들 같으니라고...”

“저희도 싫어요.”

싸움이 있었고,

그 과정을 보던 희진샘, 아이들을 모두 앉힌 거지요.

“곱등이도 배려하고, 세제 덜 쓰며 물도 배려하는 사람들이

내 친구 하나, 같이 밥 먹는 식구 하나 배려가 그리 어렵냐?”

 

저녁을 먹고 올라가 한데모임에서

임시한데모임에서 나온 문제를 다시 거론합니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맥락 속에서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 행동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있을 것입니다.

직접적인 선행사건 너머 배경사건도 있지요.

그런 맥락을 짚으면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겝니다.

어떻게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그런 이야기 나누었네요.

한편, 내 감정에 충실한 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타인의 마음을 해친다면

정말 충실한 게 바람직한 걸까,

그런 질문도 던졌습니다,

여러 차례 있었던 이야기였지만 계속 일어나는 문제이기도 하였으니.

 

‘물꼬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더해졌습니다.

물꼬가 공동체를 이뤄 살 때

우리에게 두 가지 원칙이라면 원칙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정말로 그러한가’ 묻기.

우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정말로 그러한가 끊임없이 묻고

다시 짚어보는 과정이 있었지요.

또 다른 하나는 ‘험담 않기’였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생긴 당사자와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유달리 타인에 대한 험담으로 많은 시간을 채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상처 입히는 일, 그거 죄짓는 거다, 그런 말도 했던 듯합니다.

남을 욕하며 쏟는 말 말고도

우리가 살아가며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요.

“흔히 하는 여러분들 표현대로, 고만 좀 (사람을)‘씹지요’.”

‘... 옥샘께서 ‘자기 감정에 충실한 건 좋은데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된다’라고 말씀하셨고, ‘친구들이랑 모이면 좋은 이야기도 할 것임 많으니까 뒷담(험담)하지 말고 싸웠으면 둘이 풀자!’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특히 친구들이랑 좋은 이야기 하는 것!’(강유의 날적이 가운데서)

 

해수가 종일 설거지를 했습니다,

샘들이 돕기도 했고, 아이들이 손을 좀 보태기는 하였어도.

회의에 집중하지 않았을 때 받은 경고가 10회에 이르면

그러기로 약속했더란 말이지요.

“그런데, 한 끼야, 하루 종일이야?”

아이들에게 물으니 하루종일이라 합니다.

“너무 가혹하지 않냐?”

제가 아이들을 향해 던지는 말을 그대로 해수가 얼른 받았습니다.

“그래, 얘들아,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니?”

궁시렁거리는 듯한 해수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면

그만큼 유머러스한 아이가 드물다 싶지요.

해수 덕에 웃는 순간 더 많답니다.

 

오늘은 이곳의 류옥하다랑 얘기를 좀 나누었습니다.

“하다야! 류옥하다!”

거의 인공지능리모컨인 류옥하다가 이동학교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니

어미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제 손으로 다 해야 하니 말이지요.

헌데, 그는 잘 지내고 있는 걸까요?

집단으로 온 아이들 틈에서 쉬운 시간은 아닐 게다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단점 앞에 발가벗기우고도 있었고.

“하다야, 너무 힘이 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

“아니야, 그러면 안 되잖아요.”

이동학교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또 물꼬 일정에도 문제가 생기는 길은 결코 선택하지 않겠다 했습니다.

그에게 이 날들이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시간이면 다행이지만

상처를 입히고 회복이 어려운 시간이 된다면

너무 마음 아픈 일이 될 것입니다.

그저 이 삶을 견뎌라, 그리 말할 것만은 아니다,

오늘은 그런 생각 들었네요.

좀 더 귀를 기울여주어야겠습니다.

류옥하다의 날적이를 들여다보니

‘지난 한달 여를 돌아보며 내가 문제일까?’ 묻는 대목도 있고,

‘한편, 애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쓰고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관조하고 성찰하고 있는 게지요.

아이들, 참 대단한 존재들입니다.

 

순수채식 바게뜨를 이 밤에도 구웠습니다.

오늘은 사온 두유 대신 콩을 불려 만든 콩물을 넣었습니다.

“콩을 갈아서 한번 해봐.”

개인프로젝트로 베이킹을 하는 여해한테 그리 권했더랬는데,

불려 갈고 빵을 만든 뒤 남긴 것 마침 있기에

덕분에 잘 썼네요.

빵이 더욱 고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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