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달날. 심한 황사 이틀째

조회 수 1101 추천 수 0 2011.05.15 10:23:15

 

문을 꼭꼭 닫았습니다.

천지가 뿌옇고 바람 많습니다.

황사입니다.

종일 논밭에서 일하는 날이지요.

황사 일어 실외활동을 가급적 피하라는 안내가 있었으나

여전히 사람의 일은 계속됩니다.

스카프를 마스크처럼 끌어올리고들 움직였지요.

 

마당 풀을 맵니다.

구역을 나눠서 끼리끼리 하는데,

호미 충분해도 남자아이들은 아예 삽질입니다.

무슨 일을 하거나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일이 되는 거지요.

도구도 장비도 복장도, 그리고 자세도.

정성과 성의가 있는가 하면 끌려나온 소도 있는,

아이들 일 모양을 하나 하나 지켜보았더랍니다.

“일을 하려면 일이 되게 해야지!”

일이 되고는 있는 겐지요...

저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하는 양보다

몇 배의 일을 류옥하다 선수가 하며 이 산골 살림을 돌봤습니다.

그에겐 어쩜 이동학교 기간이

긴 휴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듭디다.

 

되살림터 정리가 있는 오후 끝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내놓게 되는지

심지어 삶에 깊은 회의가 일기도 하는 쓰레기구역 정리입니다.

자주 하는 일이 아니면 잊히기 쉽지요.

공간마다 있는 쓰레기통이 나오고

그걸 다시 종류별로 나눈 뒤 태우는 것까지 합니다.

‘종이 휴지를 아껴 쓰는 계기가 된다’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광평 현숙샘네에서 모종을 나눠주셨습니다.

올해 고추모종을 맡아 키워주고 계십니다.

브로콜리와 오이, 가지를 주셨네요.

조정환샘 댁에서 병아리도 두 마리 더 나눠주셨습니다.

아이들 와 있으니

곳곳에서 살림을 더욱 살펴봐주십니다.

이동학교 아이들이 복이 많습니다.

물꼬의 홍복입니다.

 

준이가 급히 서울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1차적으로는 교정치료 때문이고,

다음은 의료봉사와 공정무역 관련 일을 하러 베트남을 가는

부모님을 따라 떠나는 여행 때문이었습니다.

한 주를 비울 것입니다.

처음으로 버스 타고 기차 타고 홀로 가는 길이라

어려운 일 아닌 줄 알면서 자꾸 마음이 쓰였습니다.

“좋겠다, 서울 가서!”

“빈손으로 오지 마!”

“맛있는 거 많이 먹겠다!”

부러운 아이들이었지요.

장난스럽지만 남은 아이들에게 위로가 필요했습니다.

“준이의 빈자리를 아이스크림을 채워볼까?”

그렇게 얼음과자 하나씩 먹고,

“준이도 없는데 곶감 먹을까?”

“준이도 없는데 빵과 포도쥬스도 먹자!”

가지 못하는 마음이 너무 아쉽진 않으려나 싶어

그런 즐거움으로라도 위로라고 했지요.

 

진하가 고민이 많습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으려나요.

스스로의 진단을 들어봅니다.

현상: 너무 감정이 심하게 변덕을 부린다.

        별거 아닌 일에도 짜증내고, 또 그런 자신이 싫어지고

        우울해졌다가 또 기분이 좋아지고...

        남자아이들과 사이가 좀 그렇다.

        그렇게까지 욕먹을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욕먹을 땐 죽이고 싶고...

        자신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고...

어른들이 볼 때는 으레 사춘기를 건너가는구나,

마음이란 게 그렇기도 하지,

그리 별일도 아니고 걱정할 일은 더욱 아닌데,

저(자기)는 마음이 힘이 든단 말이지요.

그저 안아주어야지,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어야 싶답니다.

 

류옥하다가 안팎으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집단 안으로 편재되는 과정이 쉽지 않고,

그렇다고 아주 매력적이어 그의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다행인 건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고

꿋꿋이 나날을 산다는 것이지요)

쉽지 않은 시간이지요.

게다 귀가 아파 여러 날을 고생하고 있어

오늘은 병원을 다녀왔더랬네요.

 

다들 크느라 욕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674 2011. 5.20.쇠날. 맑다 오후 비 옥영경 2011-06-04 1211
2673 2011. 5.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6-04 1199
2672 2011. 5.18.물날. 맑음 옥영경 2011-05-30 1234
2671 2011. 5.17.불날. 맑음 옥영경 2011-05-30 1024
2670 2011. 5.16.달날. 날 좋은 옥영경 2011-05-25 1124
2669 2011. 5.15.해날. 맑음 옥영경 2011-05-25 1255
2668 2011. 5.14.흙날. 황사 옥영경 2011-05-25 1077
2667 2011. 5.13.쇠날. 화창 옥영경 2011-05-25 1033
2666 2011. 5.12.나무날. 빗방울, 황사, 바람 / 밤낚시 옥영경 2011-05-23 1264
2665 2011. 5.11.물날. 비 오며가며 옥영경 2011-05-23 1207
2664 2011. 5.10.불날. 비 주섬주섬 옥영경 2011-05-23 1187
2663 2011. 5. 9.달날. 빗방울 묻어오다 옥영경 2011-05-23 1233
2662 2011. 5. 8.해날. 맑음 옥영경 2011-05-23 1206
2661 2011. 5. 7.흙날. 흐리고 빗방울 지나다 맑음 옥영경 2011-05-20 1209
2660 2011. 5. 6.쇠날. 맑음. 어딘가는 비가 온다고 옥영경 2011-05-20 1080
2659 2011. 5. 5.나무날. 맑음 / 산오름 옥영경 2011-05-19 1662
2658 2011. 5. 4.물날. 맑음 옥영경 2011-05-17 1044
2657 2011. 5. 3.불날. 황사 사흘째 옥영경 2011-05-15 1157
» 2011. 5. 2.달날. 심한 황사 이틀째 옥영경 2011-05-15 1101
2655 2011. 5. 1.해날. 갠 하늘로 황사가 옥영경 2011-05-15 102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