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3.불날. 황사 사흘째

조회 수 1157 추천 수 0 2011.05.15 10:23:55

 

해건지기 끝의 ‘아침에 듣는 말씀’은

우리가 흔히 꾸는 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날다가 툭 떨어진 적 있지요?”

“크느라고 그런 거래요.”

대부분이 공감하는 꿈입니다.

“그런데, 어, 내가 어떻게 날 수가 있지, 하고 의심하는 순간...”

믿지 않는 순간 떨어지는 거지요.

한번 자신의 믿음으로 나아가보라,

오늘 이야기는 그거였더랍니다.

 

아이들이 자전거로 직지사를 다녀옵니다; 자전거나들이.

왕복 70킬로미터 넘는 길이지요.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을 가르는 고개 괘방령을 지나니

오르막이 만만치 않습니다.

오르막길은 추월이 가능하나

내리막길은 정한 줄의 차례대로 가자 약조하고 떠났더랍니다.

 

첫 고개에선 땅콩카라멜을 먹고,

두 번째 고개에선 간밤 구워서 아침에 보낸 빵을 먹었다네요.

네 덩이를 구워 오늘 만나는 다른 어른들과 나누려 두 개를 놓고

겨우 두 덩이 보냈는데,

애들에게 다 주지 않은 걸 후회했더랍니다.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승기입니다.

그냥 있어도 자주 배가 고픈 아이들인데 말이지요.

“다시는 안가고 싶어요.”

유진입니다.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악을 쓰며 올라갔어요.”

다형이었지요.

 

고찰 직지사.

절집 마당을 안내인과 함께 걸었더랍니다.

탁본의 대가이자 직지성보박물관의 관장 일을 보는

한시 읽기와 일기 <맑은 바람 드는 집> 펴냈던 흥선스님께

미리 말씀이라도 드려놓을 걸,

아이들 얼음과자라도 하나 내주게,

어째 늘 박자가 이리 하나 느리답니까.

‘국민누나’ 선재는 할아버지를 생각했더랍니다.

(아이들은 이제 그렇게 부릅니다.

아이들은 어쩜 그리 꼭 맞는 말을 찾았을까요?)

“절에 많이 가시는데, (절에 가 있으니) 뿌듯했어요.”

독실한 기독신자인 강유는 절에 갈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는데,

“풍경이 정말 좋았”더랍니다.

나무가 멋있더라는 고운이다운이는

“신들의 모습이 무서웠”다지요.

 

점심으로 자장면 곱빼기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돌아오는 길,

고개에서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나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랬더니 초코파이가 나타났다나요.

 

그런데, 저수지를 끼고 내려오는 강진리에서

그만 해수가 다쳤습니다.

미끌거린다고 포장도로 아래 흙길로 내려서지 말라는 바로 거기를

까불락까불락 오르내리며 결국 사단이 났던 겝니다.

헬멧을 썼기 망정이지,

머리가 슬렸을 거라니까요.

안장도 까지고 다리도 조금 까졌습니다.

달래 기적입니까, 이만만 다쳤으니 기적이지요.

늘 하늘 고마운 이곳입니다.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장합니다!

읍내를 나갔다 돌아오니 6시가 넘어 되는데

아이들은 아직 닿지 않았지요.

밥상준비 모둠도 그 길을 달렸으니

돌아와 밥이 될 수나 있으려나요.

서둘러 밥을 합니다.

청국장샐러드도 냅니다.

양상추가 없어 아쉬웠으나 양배추로 하지요.

거기 요플레를 끼얹었습니다.

둘 다 발효식품이라 잘 어울리겠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주 고숨하였습니다.

날도 잘 택핸 거지요,

뭔들 맛있지 않을 수 있으려나요, 그 먼 길을 달려왔으니.

 

김유가 아주 쓰러졌습니다.

아무것도 못 먹겠다 했지요.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린다고

황토방에 가서 누웠습니다.

열도 있습니다.

감식초로 속을 좀 다스려주었지요.

아이들이 달골 오르고

김유를 깨워 차에 태웁니다.

지금은 밥 생각 없다지만

몸이 조금 괜찮아지면 그게 또 아닐 게다 싶어

두부된장죽을 해서 갔지요.

하하하, 안 해갔으면 크게 후회할 뻔하였습니다요.

2인분도 넉넉할 냄비째 다 비웠다니까요.

“고맙습니다, 옥샘. 정말, 진짜 엄마처럼, 아니 엄마보다 더...”

당연하지요. 여기선 에미과 애비라지요.

그런데, 그놈의 된장죽이 탐난 다른 녀석들,

“나도 아파야지!” 했더랍니다.

 

‘솟아나는 새싹이 메일싹과 닮아서 강원도에서는 메일나물 미물나물.

일찍 나와서 올나물.

된장국, 전, 튀김, 샐러드에 넣어서 먹을 수 있고

다 자란 풀을 늑막염이나 감기에도 쓴다 했다.’

아이들이 스케치한 하루를 가끔 들여다봅니다.

오늘은 고운이다운이의 날적이에 꽃마리가 붙어져 있고

그런 설명 달렸더랬네요.

아이들 덕분에 앎이 늘기도 하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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