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가 막 오릅니다.

아이들이 옮긴 표고목입니다.

따와서 구워 된장을 찍어먹습니다.

대야 가득 다 먹었습니다.

사람도 많습니다;

아이들 열셋, 머무는 어른 셋,

거기 더하여 경미샘과 선미샘과 고교생 다훈이까지.

아, 희진샘은 3박 4일 휴가를 떠났네요.

달날 저녁에 돌아옵니다.

 

아이들이 고추모를 심었습니다.

모종을 나르고 고랑을 파고 고추모를 넣고 다지고

그리고 다시 돋우고 물 뿌리기.

아, 지주대도 세웠네요.

‘모종 옮기는데 내가 다큐에 나오는 농부 같은 생각’이 들더라는 승기,

‘루시펠 장인들의 솜씨로 후다닥 끝났다’는 선재였지요.

“힘내라, 힘!”

치어리더 다형이의 응원 춤도 있었답니다.

“가기 전에 먹을 수 있다는데 고기랑 먹었으면 좋겠어요.”

역시 다형이었습니다.

 

풍물수업이 있는 쇠날이지요.

‘북팀의 블랙홀 강유로 모두 나가서 북은 따로 연습하고 들어’오기도 하였습니다.

근데 김유, 평상 가서 연습하는데 신명이 붙데요.

그리 하고 모여 합체하니 이제 소리가 좀 맞았습니다.

서로 지내는 마음도 그러하길.

 

쇠날 자투리시간은 주로 들살림 시간이 됩니다.

언덕으로 돌나물을 캐러 한 패가 가고

미나리꽝으로, 그리고 부추밭으로 다른 무더기들이 갔지요.

돌나물을 캐던 가야 하은 여해는 소리가 학교 마당으로 내려서는 줄도 모르고

이 사람 저 사람을 입에 올리고 있었습니다.

참 고즈넉한 이곳, 온 동네가 그 소문을 다 알아버리지요.

나중에 선재와 강유가 합류해서 다 들리더라 하니

여해가 화들짝 놀랐다나요.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된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자, 험담하지 말고.”

엊그제 물꼬가 들려준 함께 잘 살기 이야기가

효과가 있었음 좋겠습니다.

 

강유, 진하, 선재는 미나리를 잘랐습니다.

이제 (미나리가)보인다는 강유였지요.

검정고무신을 신고 논가를 푹푹 빠지며 칼질을 하고들 있었습니다.

‘세 번이나 한 경험, 그래서 다른 애들보다 잘하는 것 같다’며

‘진흙이 많이 들어가 찝찝했지만 피부에 좋다니깐’

기껍게 해지더라는 선재였네요.

 

부추밭엔 다형 김유 승기 하다가 갔습니다.

그런데 다형이가 칼에 베였네요.

벴다고 할 것도 없는 상처였지만

그런 상처가 은근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요.

대일밴드 뚝딱 붙여주었습니다.

 

낼 오후 비가 온다는 소식입니다.

“어!”

아이들이 놀랐지요.

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부랴부랴 오늘 저녁답에 하기로 합니다.

샘들을 불러 저녁밥을 부탁하고 말이지요.

방에서 네 모둠으로 나눠 줄지어 앉아서

젓가락을 입고 물고 양파링 걸어서 옮겨 담기를 하더니

이어 스피트 퀴즈를 하고

마당으로 나가 이어달리기 2인 3각을 하고 있었지요.

저녁밥종이 울릴 때꺼정 또 뭔가를 더하고...

 

 

2011. 5. 6.쇠날. 더움 / <체육대회>

오전: 고추모종심기, 글쓰기, 병아리 돌보기

오후: 밥 설거지, 풍물 체육놀이 저녁 회의 취침

  오늘 오후에 체욱대회를 했다. 종목은 양파링 옮기기, 스피드게임, 장애물 달리기, 줄넘기 들이 있었다.

  양파링 옮기기는 젓가락을 물고, 양파링을 옮기는 건데, 젓가락에 쇠냄새가 나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가끔 떨어트리면 손으로 슬쩍 부정(?)을 저지르기도 하고, 양파링을 먹기도 해서 재밌었다.

  ‘스피드 게임’은 우리가 이 100일 학교를 주제로 했는데, 진짜진짜 쉬웠다. 그런데 끝에 ‘우촌이네 치킨’이 나와서 조금 황당했다. (결국 못 풀었다.)

장애물 달리기는 지루했다. 진행 위원들은 서로 다투고, 어찌할 지 그때그때 정하고, 애들은 지루해하고... 차라리 조금 더 분위기를 띄우고, 더 재밌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후후~ 그렇지만 결국 모든 점수 합산에서 우리 팀이 1등을 해서 좋다. 1등을 하면 아이스크림을 먼저 고른다고 하니, 기대된다.

  많이 뛰었더니 힘들다.

  빨랑 아이스크림과 맛있는 양파링을 먹고프다.

 

  (류옥하다)

 

 

그리고, 새끼일꾼 경철의 글월 하나 닿았습니다.

그리운 곳이 되고 있음은 기쁜 일이지요.

물꼬가 하는 순기능 하나입니다.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니 말입니다.

물꼬는 바로 고향이 이곳인 이네들이 힘이 되구요. 

 

고등학교 생활 하나하나가 대학입학이라는 것에 직결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기도 하고 곁에 있는 친구들도 결국은 눌러야 할 경쟁 상대, 누르지 않으면 내가 눌릴 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슬프기도 하고 그래요~

학교 가기가 싫어지거나 이런 생각이 자주 날 때마다 생각나는 곳은 역시 물꼬였어요! 아침에 학교가려고 넥타이를 매면서도 물꼬생각, 10시까지 야간자율 학습할 때 힘들 때면 물꼬 생각, 밤에 자기 전에 물꼬생각 물꼬에서 있었던 일들을 정말 많이 회상했어요. 생각할 때마다 저번 겨울 방학에 물꼬에 신청해 놓고 결국 가지 못한 것이 얼마나 죄송스럽고 아쉽던지요!

그렇게 계속 물꼬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이번 여름에는 꼭 뵈어야겠죠!

이번 여름에는 꼭 가려고 노력 할 거예요, 아니 갈 겁니다!

부모님은 학기 중에도, 주말에도 여름방학에도, 겨울방학에도 공부를 하라고 하시고 물꼬가는 것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으로 말씀하시지만 적어도 물꼬라는 마음이 평온해지는 휴식의 공간에 방학 동안이라도 가야 하지 않겠어요? 당연히 가야하죠!

샘, 그럼 이번 여름계자 때 봬요~~ 그전까지 정말 그리울 꺼예요!! 하다도 또 물꼬사람들도~

 

 

늦은 밤 빵을 굽습니다.

아이들이 복닥이고 그것들 입을 채울 기쁨으로

아이들 잠자리에 가고 고요한 집안에서 오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는 일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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