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16.달날. 날 좋은

조회 수 1123 추천 수 0 2011.05.25 10:25:57

 

아이들이 종일 밭에 드는 날입니다.

오전은 소사아저씨와 권희중샘이 진행을 맡습니다.

비닐하우스의 비닐부터 씌우지요.

아이들이 땅을 패고, 고르고, 뼈대를 세웠던 일입니다.

‘...비닐하우스 완성 작업을 했다.

완전 뿌듯했다. 비닐하우스를 본 적도 있고, 비닐하우스에서 탄생(?)한 음식도 먹은 적은 있지만, 내가 비닐하우스를 만든 건 처음이다. 그래서 더 신기했다.

너무 만든 것이 감동적이여서 눈물도 핑~ 돌았다.’(어, 강유의 날적이이던가요, 선재던가요...)

 

이어 마늘밭을 맸습니다.

마늘이 듬성듬성해서 밭매기 좋았지요.

‘저번에 밭을 맨지 한 달도 안 된 거 같은데 풀이 엄청나게 자라 있어서 완전 깜짝 놀랐다.’(여해의 날적이 가운데서)

“왜 매요?”

강유였습니다.

“차라리 파(*마늘도 아니고)를 뽑아서 풀이 없는 것에 심어요.”

“거기는 또 풀이 안 자란다냐?”

 

‘배추밭 옆에 또 다시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을 곳 풀을 뽑고...’

‘햇볕은 정면으로 닿고 잡초는 질기고...’

오후도 그렇게 일이었고 아이들은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오늘 다운이와 루시펠, 하다, 선생님들이 일을 했다고 한다. 알려진 바로 매주 월요일은 일을 한다고 했고, 학생들은 처음 왔을 때와 달리 하는 시간이 단축되고, 익숙해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고랑만들기, 비닐하우스 야채 심기 등을 했고, 오늘 잡초뽑기와 고랑만들기를 했다고 한다. 이런 농사가 아닌 집안에서 하는 밥, 청소도 직접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일을 하고 나서 모두 “간식은 없나요?” 또는 “새참 주세요.”라고 한다고 한다.’(다운이의 뉘우스에서)

 

‘가마솥방에 딱 들어가니까 다형이 어머님이 계셨다. 어머님이 치킨하고 떡을 사오셨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아들 생일이라고, 서울에서 이~먼 영동까지 오시다니... 과연 우리 엄마도 그러실 수 있을까.’(승기의 날적이 가운데서)

네, 다형의 어머님 오셨습니다,

떡 과일 사탕 닭튀김이며 바리바리 싸 짊어진 짐과 함께.

밭일 진두지휘하느라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 뻔한 권희중샘 무사히 떠나고

그 자리로 들어오신 셈 되었네요.

잠시 들어간 교무실,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기차 타고 내려오시는 중이랬지요.

잠시 대문에서 전할 것 전하고 간다 하셨습니다.

선물로 건네려 컵받침(아주 예뻤지요)을 밤새 뜨기도 하셨다 했지요.

그런데, 어렵게 한 걸음, 어찌 얼굴만 보고 돌아가시게 하겠는지요.

잠시 머물다 가시라 합니다.

점심 밥상을 밥바라지모둠과 같이 차려내시고

다형이랑 산책도 하고 아이들과 밭에도 들어가 보셨다가

부지런히 귀환한 준환샘 얼굴 보고

다형이랑 나가 자장면 한 그릇 들고 가셨습니다.

멀리, 그것도 오지로 아이들 보내놓고 다들 마음이 어떠실지요.

모든 어머님들 마음도 다 그러할 겝니다.

대표로 오셨다 생각하겠습니다.

 

계속 사람들이 드나드네요.

6월엔 초등교사 연수랑 이동학교 농장 준비위가 다녀갈 예정이랍니다.

저는 그곳을 간 적 없는데

그곳에선 사람들이 옵니다.

이곳은 이곳 사람들의 삶터란 생각,

어느 순간, 조금 불편한 마음이 잠시 지나기도 합니다.

아마도 최근 아이들 속에서 일어난 폭력이 마음을 어수선하게 한 탓도 있을 겝니다.

마음이란 건 끊임없이 그리 ‘일어나는’ 속성이 있지요.

그러나 ‘사라지는’ 것 또한 마음입니다.

그 마음 사라졌습니다.

 

바깥냉장고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마솥방에 안에도 밖에도 문 네 개 달린 영업용 냉장고가 있지요.

바깥은 평소에 절반은 돌리지 않는데,

아이들 있어 계속 돌리고 있으니 힘에 부쳤을라나요.

오래 되기도 한 것이니 말입니다.

산골 사는 어려움이 이런 때입니다.

기사를 부르기 쉽잖지요(가전제품 고치기도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종일 여러 곳을 통화하고 결국 김천에서 낼 오기로 합니다.

저녁에 올 수 있으면 오자 했으나

결국 오지 못하였네요.

녹아 물 줄줄 흐르고 있습니다요.

 

이것들이 욕들을 어찌나 하는지요.

서너 녀석을 빼고는 아주 입에 붙었습디다.

그걸 또 그저 보고 듣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문제제기하는 이곳 아이가

아이들과 갈등하는 큰 문제 하나이기도 하였지요.

이곳에 오면 마음결이 순해지고 말도 그러하거늘

아무래도 집단으로 와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샘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안건으로 놓았고,

‘욕을 하나씩 정해서 그 주에는 안 쓴다’는 게 아이들의 문제해결방식이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나머지 욕은 계속 해도 된다는 건가요?

준환샘이 나섰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욕을 다 근절하자 했던 게 지난 주였지요.

입에 올린 욕의 강도에 따라 운동장을 돌기로 했던가요.

오늘 그예 준이가 40바퀴 뛰었습니다.

희진샘이 연대책임으로 같이 뛰었습니다.

이러면 저들도 더 조심할 테지요...

 

내일쯤엔 폭력 건을 다룰 것입니다.

더는 늦어져서 아니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전이가 빨라 벌써 그 문제 저 만큼 떠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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