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즐거이 일하는 법

조회 수 1610 추천 수 0 2004.05.07 02:09:00

정말 고됩디다. 머리도 찌끈찌끈 아프고...
옆에는 죙일 도로확장공사로 덤프트럭이 왔다 갔다 하고
먼지는 풀풀 날고 날은 후덥하고...
손에 손을 잡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작은 명상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밭으로 가며 오는 길 발이 아프다는 승진이를 업습니다.
갈 때 채경이와 류옥하다가 그의 신발을 한짝씩 들어다 줍니다.
돌아올 땐 령이가 호미를 들어주고 정근이가 신발을 챙깁니다.
가는 걸음 도형과 정근이가 우리 마실 물가방을 챙겨갑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는 것을 우리는 익히고 또 익히고 있습니다.
한 달여 전에 맸던 포도밭입니다.
풀은 또 무섭게 자라나고 있었지요.
우리는 왜 편한 제초제를 두고 굳이 김을 매는가를 묻습니다.
유기농을 하니까,
건강한 포도를 위해서,
땅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다들 잘 알고 있습디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건 결코 머리의 속도감이 아니지요.
그건 '이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피흘리는 현실이니까요.
조금씩 꾀가 이는데
정근이가 말했습니다.
"내가 지난 번에 숨겨둔 보물이 있어."
그 보물을 어데 두었나 모르므로 예 제 열심히 파보자 합니다.
령이는 예쁜 돌을 들고 와 보물을 찾았다 외치고
우리는 빛나는 보물을 만나는 순간을 그리며 힘을 냅니다.
아시지요, 그 얘기,
한 농부가 세상을 떠나며 게으른 자식 셋에게 남긴 유언 말입니다.
밭에 보물을 숨겨놓았노라고,
그래서 열심히 팠던 자식들은 그 해 풍년을 맞았다지요.
그제야 아버지의 보물이 무었이었나 깨달았다는 그 고전.
이렇게 작은 것 하나도 얼마나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지,
그걸 너무나 자연스레 몸으로 알고 있는 이네들이 저는 늘 경이롭습니다.
"아주 굵고 맛난 포도가 우리들의 보물이야."
정근이가 오늘 포도밭 일을 한 문장으로 갈무리 해주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8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2102
6517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2098
6516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2091
6515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90
6514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84
6513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2084
6512 6월 7일주, 우리 아이들이 한 일 옥영경 2004-06-11 2083
6511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81
6510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74
6509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2071
6508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69
6507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2068
6506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2063
6505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2060
6504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2059
6503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2056
6502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2050
6501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2047
6500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2041
6499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203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