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즐거이 일하는 법

조회 수 1566 추천 수 0 2004.05.07 02:09:00

정말 고됩디다. 머리도 찌끈찌끈 아프고...
옆에는 죙일 도로확장공사로 덤프트럭이 왔다 갔다 하고
먼지는 풀풀 날고 날은 후덥하고...
손에 손을 잡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작은 명상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밭으로 가며 오는 길 발이 아프다는 승진이를 업습니다.
갈 때 채경이와 류옥하다가 그의 신발을 한짝씩 들어다 줍니다.
돌아올 땐 령이가 호미를 들어주고 정근이가 신발을 챙깁니다.
가는 걸음 도형과 정근이가 우리 마실 물가방을 챙겨갑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는 것을 우리는 익히고 또 익히고 있습니다.
한 달여 전에 맸던 포도밭입니다.
풀은 또 무섭게 자라나고 있었지요.
우리는 왜 편한 제초제를 두고 굳이 김을 매는가를 묻습니다.
유기농을 하니까,
건강한 포도를 위해서,
땅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다들 잘 알고 있습디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건 결코 머리의 속도감이 아니지요.
그건 '이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피흘리는 현실이니까요.
조금씩 꾀가 이는데
정근이가 말했습니다.
"내가 지난 번에 숨겨둔 보물이 있어."
그 보물을 어데 두었나 모르므로 예 제 열심히 파보자 합니다.
령이는 예쁜 돌을 들고 와 보물을 찾았다 외치고
우리는 빛나는 보물을 만나는 순간을 그리며 힘을 냅니다.
아시지요, 그 얘기,
한 농부가 세상을 떠나며 게으른 자식 셋에게 남긴 유언 말입니다.
밭에 보물을 숨겨놓았노라고,
그래서 열심히 팠던 자식들은 그 해 풍년을 맞았다지요.
그제야 아버지의 보물이 무었이었나 깨달았다는 그 고전.
이렇게 작은 것 하나도 얼마나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지,
그걸 너무나 자연스레 몸으로 알고 있는 이네들이 저는 늘 경이롭습니다.
"아주 굵고 맛난 포도가 우리들의 보물이야."
정근이가 오늘 포도밭 일을 한 문장으로 갈무리 해주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42 2023.12.22.쇠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296
6541 2023.12.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267
6540 2023.12.20.물날. 눈 옥영경 2023-12-31 275
6539 2023.12.19.불날. 흐림 옥영경 2023-12-31 264
6538 2023.12.18.달날. 갬 옥영경 2023-12-24 287
6537 2023.12.15.~17. 쇠날~흙날. 비, 우박, 눈보라 / 화목샘의 혼례잔치 옥영경 2023-12-24 419
6536 2023.12.14.나무날. 비 옥영경 2023-12-24 301
6535 2023.12.13.물날. 맑음 옥영경 2023-12-24 287
6534 2023.12.12.불날. 비 개고 흐린 옥영경 2023-12-24 295
6533 2023.12.11.달날. 비 옥영경 2023-12-24 301
6532 2023.12.10.해날. 맑음 옥영경 2023-12-21 283
6531 2023.12. 9.흙날. 흐림 옥영경 2023-12-21 314
6530 2023.12. 8.쇠날. 봄바람 부는 저녁 같은 옥영경 2023-12-21 326
6529 2023.12. 7.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3-12-20 312
6528 2023.12. 6.물날. 맑다가 저녁 비 옥영경 2023-12-20 328
6527 2023.12. 5.불날. 어둡지 않게 흐린 옥영경 2023-12-20 316
6526 2023.12. 4.달날. 옅은 해 / ‘삼거리집’ 옥영경 2023-12-13 358
6525 2023.12. 3.해날. 맑음 옥영경 2023-12-13 315
6524 2023.12. 2.흙날. 보슬비 내린 아침 옥영경 2023-12-13 345
6523 2023.12. 1.쇠날. 맑음 옥영경 2023-12-13 32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