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17.불날. 맑음

조회 수 1022 추천 수 0 2011.05.30 18:14:36

 

 

알타리로 장아찌를 담았습니다.

김치로 담을 때의 아린 맛이 금새 사라져

아침에 해도 저녁에 먹을 수 있지요.

내놓으니 남질 않았더랍니다.

지난 주말 캤던 민들레도 바람 좋은 그늘에서 꾸덕꾸덕 말려

오늘 장아찌를 담았습니다.

진간장에 하여 오래두면 색이 너무 까매지지만

집간장을 육수와 섞으면 시간이 지나도 투명한 갈색을 유지하지요.

빠르면 두어 주만 있어도 쪄서 양념하여 먹을 수 있을 겝니다.

손이 잘 가지 않다가

아이들 먹이려니 그리 또 하게 되데요.

 

김천에서 와서 부엌곳간 냉장고를 고쳤습니다.

만만찮은 출장비를 냈지요.

문제가 생기고 무려 나흘만이네요.

산골 사니 이런 게 불편합니다.

그런데 살림 규모가 크다보니 냉장고 없는 살림이 어렵네요.

요새 큰 고민으로 삼고 있는 부분이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모이는 일을 하지 않을 방법밖에 없다 싶은데...

 

미국인 친구가 오랜 기간 같은 아파트의 이웃들 때문에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여러 곳에 호소를 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과 해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시당하다 한밤중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 게 서너 주 되었지요.

급기야 오늘, 관련 여러 사람과 다각 회동(?)이 있었네요.

통역을 위해 갔으나(사실 통역이라기보다 심정적 이해 때문에)

영어과 교수가 함께 있어 굳이 들어갈 필요까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타인의 삶에 대해 때로는 필요이상 개입하면서

정작 필요한 곳에는 배려 없이 그리 함부로 되는 건지요.

이웃이 내는 소음으로 그 친구 오랫동안 고통 받았답니다.

내 얼굴이겠거니 합니다.

 

묵언의 날.

얼마 전 아이들 사이에 일어났던 심각한 갈등이 있었고,

아침을 먹은 뒤 모두 연대책임을 지고 묵언하며 걸었습니다.

초팔일에 갔던 민주지산 들머리 황룡사까지 왕복 15킬로미터.

한주 전 두 사내아이 사이에 난 몸싸움이

단순히 그들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어른들의 공유 아래

아이들은 폭력과 왕따에 대한 생각을 안고 걸었지요.

지난 불날 밤에 있었던 일을 쇠날 아침에야 교사들이 알았고,

마침 휴가를 떠나야했던 준환샘이 어제야 돌아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까 고민한 끝에 한 결정이었습니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걸었다.

계속 힘들게 하다 보니까 내가 너무 폭력을 대수롭게 생각한 것 같아 약간 잘못한 것 같다.’(강유)

‘묵언수행과 함께 왕따와 폭력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왕따는 따돌림 당하고, 외톨이가 되고 미움을 받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폭력은 때리는 것만이 아니라 상처를 주고 미움을 주고, 화가 나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 묵언을 했고, 1080배를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났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절을 하면서 생각을 해야 됐는데, 힘든 나머지 하지 못하고, 얘기 나눌 때 말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대까지는 내가 뭔가 잘못을 했구나 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갈증이 날 때 수영인가 수염인가를 먹었다. 셔서 좋았다. 물꼬에ㅗ아서 저녁을 먹었다. 감사했다. 행복했다. 그리고 달골로 가서 목욕을 하고 “철푸덕”잤다.’(다운)

 

저들 말로 1080배(집회참가인원은 늘 주최 측과 경찰추산이 다르기 마련이지요)를 하고,

점심도 거르고 산 들머리 숲에서 생각한 바를 나눈 뒤

저녁 8시에 다 되어 학교로 돌아왔지요.

그제야 밥을 해서 먹었답니다.

 

같은 문화 안에서 저들끼리 자긍심에 차서 너무나 잘 지낼 아이들인데

이곳에 와서 모자라는 내 새끼로 저들이 고생한다 싶어

부모로서 맘이 무겁습니다.

한편, 이 시간이 외려 한 아이를 더욱 바깥으로 내모는 건 아닌가

지레 걱정이 일기도 하였네요,

너 때문에 우리가 이런 벌까지 서는 거야, 하고 더 갈라질까 하여.

늘 그러하듯 아이들의 선한 힘을 믿어보는 수밖에요,

언제나 어른보다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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