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20.쇠날. 맑다 오후 비

조회 수 1204 추천 수 0 2011.06.04 02:49:57

 

 

산살림이 있는 날입니다.

아이들과 더덕 캐러 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맘 때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 서면

마을까지 더덕향이 번져 내려오지요.

뉘 집 밭에서 키우고 있는 더덕을 보여주며

그 잎과 하얀 진액에 대해 설명한 뒤

달골 뒤로 올랐습니다.

“어, 진짜 있네.”

“어, 여깄다, 여깄다.”

숲 그늘이 술렁거렸더랍니다.

“얘들아, 얘들아!”

운정샘, 점심버스로 정찬과 서울을 갈 참인데,

산이 가는 사람한테 인사할 줄도 알지요.

오늘 최고치는 그의 것이었답니다.

“갖고 가이소, 기념으로.”

서울로 간 운정샘은 그걸로 무엇을 하셨을라나요.

진하는 군락을 발견해 덤불에서 일어설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다는, 일이라면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하지요.

우리 모두 캐낸 것보다 더 많이 캤더랍니다.

“없어요.”

별로 찾을 노력도 않은 듯하더만

승기 준 다형이는 더덕이 없다며 노닥거리고 있고,

가야 하은 여해는 잎으로 발견은 쉬웠으나

너무 어려 파서는 도로 심어주어야 했지요.

강유 선재도 열심히 등을 굽히고 있습니다.

“장갑을 찾느라고...”

내내 물건을 찾는 일에 열중하느라 두 개 달랑 캤던 다운이는

그저 아쉽기만 하였다지요.

 

‘가서 보니까 옥샘이 더덕 캐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일단 잎이 4개 있는 것 중에서 끈어봐서 하얀 진딘물이 나오면 주변에서 살살 파면 안 속에 뿌리에서 더덕이 나온다. 처음 봤을 때 쉬워보였는데 내가 하니까 더덕이 보이지 않고 캐는데 줄기가 너무 약해서 뚝 끈어져버렸다. 캘려면 인내샘이 무지 필요한 것 같았다.

내가 겨우 겨우 뽑은 건 너~무 작은 것들이라서 그냥 다시 심었다. 큰 거 찾기도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찾을 때는 기분이 무지 좋았다.’(강유의 날적이에서)

 

오후, 신명나게 풍물을 했고,

짜투리 시간 단체 줄넘기를 하였습니다.

 

음...

일전에 아이가 맞았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치고 받았지요.

여러 날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비로소 화가 저 아래서 올라왔습니다,

집단(패거리)의 잔인성에 대해 생각 많았던 시간을 지나

상황으로는 다 종결되었는데도.

어쩌면 상황이 정리되었기에 다른 감정이 일었을 겝니다.

멍이 든 아이의 어미 마음을 헤아려주는 누구의 말도 없었다는 투정이 일어난 게지요.

(아니, 사실은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게 들을 귀가 없었을 테지요.)

생각해보셔요, 아이가 멍투성이가 되었다,

아무리 내 아이가 잘못했어도 그 지경이 되었으면 속상할 겝니다.

어깨가 뻐근하다고 해서 일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 보다 했고,

얼굴에 멍이 든 건 연탄이라도 묻었겠거니,

멍인 줄 알고는 어디 부딪혔겠거니,

팔에 시퍼렇게 세 곳 멍든 걸 보며 다른 곳도 그러리라 생각도 못하고

나중에야 다른 팔과 다리 양쪽에 서너 군데씩 있는 멍을 보며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이 잘못했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속상하시겠다거나

먼저 사과(?)하는 어른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나중에 담임샘이 모든 일에 그러하듯 겸손하게 사죄 말씀 주셨습니다.)

과연 이동학교 아이 가운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리 더디게, 무성의하게 지나갔겠느냐 싶은,

시간이 지나서야 정작 ‘내’가 해결이 안 되었음을 오늘 안 거지요.

아이들 일이나 어른들 일이나

앞뒤 없이 사과가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마음을 알아주는.

‘내’게 서운함이 앉아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외려 아이를 몬 미안함이 덮쳤습니다.

네가 그럴 만해서 그랬으니 너를 변화시키라고,

아프겠다, 속상했겠다, 그리 말해주지 못해서

이 밤에 더욱 슬펐습니다.

아이 마음이 어땠을지요.

내가 왜 이 짓하나,

무슨 대단한 걸 한다고 아이를 이 상황으로 끌고 왔나,

울컥하였더랍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맞는 게 당연할 만큼 그리 형편없는 녀석일까요?

요새 이곳 아이들이 칭찬 릴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대상자는 류옥하다였지요.

내 아이 못나서 자꾸 문제의 중심에 서는 것만 보다가,

급기야 주먹다짐이 있는 것까지 보고 마음 심란했다가,

이런 것으로라도 위로 받았더랬네요.

 

하다는...

위로를 잘한다. 긍정적이다. 일 잘한다 책 꼼꼼이 읽는다. 기록을 잘한다.(승기)

날마다 착하고 바른말, 누구에게나 친절, 일을 할 때나 회의를 할 때나 뒷정리나 밥을 할 때나 풍물이나 한국화 바느질 항상열심 노력 또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 감동, 항상 배려하는 마음, 잘 나눔.(여해)

아는 것이 많다. 배려를 잘한다. 농사일을 잘한다. 활발하다. 욕을 안쓴다.(다형)

심성이 착하다. 욕을 안쓴다. 일을 열심히 잘한다. 개그욕심, 남을 잘 생각한다.(준)

모든 일을 열심히 한다. 욕과 비속어를 쓰지 않는다. 배려심이 있다. 유머가 많다. 칭찬을 많이 해준다.(김유)

욕을 많이 안한다. 배려를 많이 한다. 자기가 맡은 일을 끝가지 한다.(가야)

자기 의견이 강하다.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어른들 말을 잘 듣는다. 잘 고마워한다. 나서서 한다.(강유)

아무리 짜증이 나도 욕은 잘 안한다. 무거운 나무를 옮기는데, 힘들까봐 대신 들어주어서 고마웠다. 기분 안좋은 일이 있어도 짜증난다는 걸 안알려주어서 다른 사람까지 기분 안 나쁘게 한다. 경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모르는 게 있으면 하다가 다 알려준다. 음식을 잘 나누어 준다.(선재)

넘어가준다.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도와준다. 잘 고마워한다. 욕을 잘 안한다.(하은)

내가 설거지 하고 있을 때 그냥 먼저 끝나서 아무 말 없이 도와줬다. 평소에 다른 애들보다 욕을 안 쓰고 친절하다. 농사일을 할 때 쉬지 않고 열심히 한다. 오늘 나랑 약속을 해서 간식을 나눠주기로 했는데 맛있는 거 나눠줬다. 말하는 사이에도 인상보다는 잘 웃는다.(다운)

피켓을 만들 때 좀 황당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하다는 묵묵히 일한다.(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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