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21.흙날. 이슬비와 가랑비

조회 수 1339 추천 수 0 2011.06.04 02:52:50

 

 

보은 선씨 종가댁을 다녀왔습니다; 아당골 선병욱 가옥

이슬비 내리다 가랑비에 젖다가

제법 추적거리며 빗방울 떨어지기도 하다가

어느새 또 날이 갰답니다.

두 대의 차에 나눠 타고 바지런히 달렸습니다,

가는 길에 황간서 바람 빠지던 쏘렌토의 뒷바퀴를 메워.

보은군에서 지원한 장 만들기 행사가 마침 그곳에서 있어,

김정옥샘께 아이들 자전거여행이 지날 때 이틀 밤을 그곳에 부탁해놓기도 했던 터라

인사 겸 미리보기 겸 주말 나들이를 간 게지요.

일찌감치 체험신청을 해서 참가인원 안에 들 수가 있었더랍니다.

 

가는 차안,

곁에 앉은 김유의 ‘에이스 타령’ 때문에 많이도 웃었습니다.

끊임없는 변사의 독백이었지요.

모노드라마가 따로 없었습니다.

차에 있던 에이스를 나눠들 주었더랬거든요.

“...서울에서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줄 몰랐습니다.

돌아가면 절대 과자 아니라고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모노드라마가 따로 없었다니까요.

커브 길을 지날 때마다

가야랑 류옥하다랑 강유랑 선재가 하는 ‘푸시놀이’도

운전하는 사람을 즐겁게 하였습니다.

사는 일이 다 놀이인 아이들입니다.

가만 앉아서 코믹드라마를 시리즈로 보는 거지요.

 

교육장엔 천막이 처져있습니다.

아직 비 추적이구요.

아이들에게 커피를 주지 않기로 하지만

슬쩍 네 사람 당 한 잔을 주었습니다.

순전히 에이스 때문이었지요.

아껴가며 열심히 커피에 찍어먹고 있었습니다.

 

체험은 사실 아주 단순한 작업이었습니다.

그찮아도 도대체 긴 시간 하는 된장의 과정을

어떻게 속성으로 체험 시간 안에 하나 싶더니,

소금물에 담갔던 메주를 꺼내(이미 꺼내져서 온)

으깨서 된장 항아리에 담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대추의 고장이니 대추 고은 물이 들어가는 과정 하나가 들어갔을 뿐,

그게 전부였다니까요.

아, 소금을 넣긴 했군요.

“실수로 한번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요.”

승기의 말에 모두 한 번씩 찍어도 보았더랍니다.

‘...발효가 다 된 된장을 소금과 간장에 섞는 작업 밖에 안했다.

집에 가져가면 엄마가 좋아하실 것 같다.’(김유의 날적이에서)

‘된장 간장 우리나라 전통 장들은 오래 오래 있어야 맛있다는 걸 알았다.’

(다운이의 날적이에서)

‘체험은 공짜다. 정부가 이런 거 지원해주면 좋겠다.(여해의 날적이에서)

1킬로그램씩 자기가 으깬 된장을 항아리에 각자 담았습니다.

아이들 집에 보내려지요.

먹는 것도 많은데 여기서 먹자 준환샘이 그랬지만,

그게 또 아니지요, 예서 아이들 한 작업물 하나 선물로 가면

서울에서 목 빼고 있는 부모님들께 얼마나 반가울려나요,

좋은 된장도 맛뵈고.

 

다음은 고택구경에 나섰습니다.

부슬비가 는개비로 바뀌었지요.

걸어도 별 불편이 없었습니다.

다른 날은 해설사가 있다는데 비가 와서 오늘은 아니 왔다 했습니다.

전통건축에 관심 많아 할 말이 좀 있던 제가 안내키로 합니다.

전통건축에 대한 기본 개념들을 설명하고,

1900년대 초에 지어진 이 집이

전통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있는가를 살폈습니다.

이 너른 집을 관리하며 살자면 그 품이 얼마려나요.

‘그런 종갓집이 많이 보존되면 좋겠다.’(다형의 날적이에서)

 

점심은 게서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밥통을 다 쓸었지요.

현미 먹다 흰쌀밥 먹으니 밥이 술술 넘어갈 밖에요.

게다 맛도 맛이어서 말이지요.

못 멕인 애들 같아 넘들 보기 민망키까지 했습니다.

김정옥샘은 일정을 다 끝내시고

부러 안채에서 건너와 밥을 먹는 우리 아이들 곁에 한참을 머무셨습니다,

맛나게 먹는다고 채소 간장장아찌까지 가져가라 따로 챙겨주시고.

짧은 인연이나 많은 배움 주고 계신 분이랍니다.

 

‘... 가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는데, 차를 타고 간 바로 그 길로 우리가 자전거 타고 서울로 간다고 깜신이 이야기해주셨다. 첫날에 약 60km정도를 타는데, 바로 아당골로 가면 60km보다 더 멀어서 중간에 있는 한 motel에서 잠을 하루 자고 다음날 45km 정도를 달려 아당골에 도착한다고 했다. 차로 가면 서울까지 3시간 걸리는 거리를 일주일에 걸쳐서 간다는 게 조금 실감이 날락말락했다.

그래도 난 제주도까지 다녀온 몸! 잘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진하의 날적이에서)

 

한데모임,

기락샘이 사왔던, 아이들이 그동안 간식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는 김마리를

아이들 앞으로 들여보내주었습니다.

밤,

여해와 선재를 위해 미강을 체 쳐주었습니다,

여드름이 한창 많은 녀석들이라 세수할 때 쓰라고.

아이들에게 이런 할미 노릇이 젤루 좋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들 참말 잘도 크고 있는 여기는 대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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