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23.달날. 개다

조회 수 1390 추천 수 0 2011.06.04 02:57:58

 

 

'나는 예쁘다/ 나는 귀하다/ 나는 기쁘다/ 태어나서 고맙다'

물꼬에서 부르는 생일노래입니다.

점심 밥상은 강유의 생일상이었습니다.

피아노에 맞춰 함께 불렀지요.

아침 밥모둠이었던 강유는 덕분에 설거지가 탕감되었고,

대신 맘을 낸 아이들이 도왔습니다.

수수팥떡에 초를 꽂고 자주달개비를 둘러 생일떡도 만들고,

몇 가지 반찬에 오리고기와 병풍채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곶감, 약과, 방울토마토를 후식으로.

노래 ‘축하’도 불러주었지요.

긴 세월 아이들의 생일이면 제가 들려주는 노래랍니다.

그런데, 가야가 그랬습니다.

“다형이 생일 때보다 더 잘해주시는 것 같애요.”

“그때는 다형이 어머니가 계셨잖아.”

그 아이가 태어나 우리가 지금 이 귀한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나무를 하러 가기로 한 날입니다.

자전거집 지붕이며 닭집 지붕이며 두루 쓰일 곳이 많지요.

준환샘이 운전하는 경운기에 올라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가는 날은 늘 장날인 법이지요.

경운기가 문제입니다.

막 대문을 나섰던 경운기가 결국 결국 되돌아섰지요.

준환샘과 소사아저씨,

그 삐걱대는 걸 타고 고치러 면소재지를 나갑니다.

(준환샘은 경운기 운전이 아주 예술이었습니다요.

 "샘은 농사 지어야 한다니까. 서울서 지금 뭐하는 거예요?")

하여 아이들은 마당 풀을 뽑았고,

오후엔 돌아오지 않은 경운기 덕에

쉬고 놀고 하였네요.

그런데, 이런 지점은 좀 아쉽습니다.

일이 널린 이곳, 일어난 정황에 맞춰 계속 몸을 썼으면 싶지요,

일 하는 날이라고 얼마 되지도 않는데.

 

저녁은 아이들이 준비합니다.

1모둠 강유 하다

2모둠 가야 다형

3모둠 진하 하은

4모둠 선재 김유

5모둠 다운 승기

6모둠 준 여해 해수

이번 주는 이리 움직여보기로 했네요.

그런데, 가야랑 다형이가

무려 여섯 차례 교무실로 좇아왔습니다.

취나물은 어떻게 데쳐요, 어떻게 무쳐요, 묻습니다.

6시까지 무슨 통계자료를 보낼 일 있어

마음이 바쁘고 있었지요.

“희진샘은 없니? 준환샘은?”

저들끼리 스스로 하라고 했다지만

어른이 부엌에 들어가진 않아도 부름에 응할 ‘거리’엔 있어야지 않을까 하여

샘들에게 따로 건의했습니다.

 

아이들 양말짝이 욕실 장에서 나오고,

그래서 장은 퀴퀴한 냄새가 배고,

제대로 짜지 않고 넌 양말과 속옷에서 뚝뚝 새는 물로

베란다 마루가 내내 젖어있어 꿉꿉하고...

아직도 일상은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훈련을 요구하고 있답니다.

한데모임에서 한번 일러두었으니

저(해당 아이)는 알 테지요.

 

된장 선물꾸러미를 서울로 보냅니다.

아당골 장만들기 체험을 다녀온 흔적이지요.

“먹는 게 많아서...”

여기서 먹자는 준환샘이었습니다.

“그건 그거고, 애들 꺼 보내야지요.”

학교로 보내기로 하고 오늘 꾸렸습니다.

준환샘이 바로 종이상자 가져와 싸주셨네요.

아이들이 예서 부모님께 보내는 첫 선물!

 

품앗이일꾼 소정샘의 글월이 들어와 있습니다.

미국에서 언어병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가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는 소식입니다.

“...기간은 짧지만 이번엔 옥쌤 꼭 뵙고 가고 싶어요...”

아침에 잠시 교무실 들어왔다가

소정샘 올린 글 첫 번째로 읽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얼른 다시 일어서야 해서이기도 하지만,

글 한 줄을 못 쓰겠는 겁니다,

핑 눈물이 돌 것 같은 그런 기분.

소정샘이 유학을 간 직후

청주에서 그의 어머님이 보내주셨던 옷상자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챙겨입은 녹색남방을 걸치고 있던 참이었지요.

“반가우이.

 요새 아이들과 아침 해건지기 끝나고 나면

 우리가 함께 잘 보았던 영화 <into the wild> 음반을 듣는다.

 그리고 영락없이 그대를 생각하지.”

좋아하는 제자(이기보다 친구에 가까운) 온다하니

마음이 들떠 있는 밤이랍니다.

고마운 연들입니다, 고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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