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26.나무날. 오전 비

조회 수 980 추천 수 0 2011.06.09 21:41:05

 

해건지기를 하고,

오전에는 농사일을 하는 날이나

꾸물꾸물한 날씨에 준환샘이 진행하는 몸활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날씨 때문인지 아이들이 처져 잠시 뛰었다가

스스로공부(개인프로젝트)하는 시간으로 쓰게 되었네요.

 

오후는 바느질입니다.

특강을 갈 일이 있어 나갈 참이라

아지샘이 아이들과 시간을 이어갑니다.

한국화도 미죽샘이 미술대회 심사를 가게 되어 비게 된 날이지요.

면생리대를 만듭니다.

여자들이 쓰는 것이지만 그것이 어디 꼭 여자와만 관련 되었더냐,

여자 친구에게 어머니께 선물 하면 어떠냐,

그렇게 모두가 만들게 되었더라지요.

 

미국에서 온 제자(이기보다 벗에 가까운) 소정샘은 며칠 더 머물기로 하고,

그의 동생 정훈님은 오늘 돌아갔습니다.

꼭 손 보태러 온다 하고 떠났지요.

물꼬의 인연들이 그러합니다,

언니를 알게 되고 동생을 알게 되고 오빠를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러다 부모님들까지 뵙고...

정훈샘 간 자리로 선미샘 들어왔네요.

내일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왔습니다.

 

특강을 하고 돌아오는 길,

얼마 전 아이들한테 있었던 갈등에 마음이 시끄러워

나무를 다루러 목재소에 다녀왔습니다.

의자 하나 만들고 돌아왔지요.

색은 또 언제 칠하려나...

뭔가에 마음 부려놓으니, 그게 또 일이 되네요.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겨 걷고, 문제가 뭘까 돌아보며 절하고,

숲 속에서 그 문제가 뭘까 논하고, 다시 문제를 찾아 절하고, 반성하고,

다시 잘못한 마음을 담아 절하고...

아이들이 며칠을 그리 보냈고,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절을 하면서 죄책감이 컸다.

절할 때도 죄책감의 무게와 함께 절한 거 같다.

정말 절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미안했다.

내가 기분 나쁘게 만든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 절하면서 왠지 내가 새로워진 느낌을 받았다.

제2의 오선재가 태어났다고 할까?

앞으로 새로워진 오선재는

몯느 사람을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장점 위주로 찾아갈 거다.

(선재)

 

...한번 찍힌 비호감은 사라지기 힘든 법. 난 류옥을 좋게 보기 힘들었고,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았던 터라 류옥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삐딱하게 대답했다. 마음속으로는 류옥이 왜 이야기에 끼어드려고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걸 보기 싫은 마음이 너무 커서 내가 하면 안될 짓을 하는 걸 자기합리화까지 해버렸다. 이미 지나면 안될 선을 넘은 것을 알면서도 나만이 아니야! 라는 생각에 계속 나아갔다... 난 사실 하다를 따 시킨 게 그렇게 나쁜 건가 라고 생각했다...류옥은 우리랑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받지 않으려고, 우리끼리만!이라고 느끼고 행동한 게 문제였다. 난 뜨끔했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싫은 건 5손가락 안에 드는데, 이 경우에 속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하다에게 미안해졌다.(진하)

 

...황룡사 사건은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다. 100일학교에 처음 왔을 때부터 꿈틀꿈틀거리고 있었고, 점덤 왕따문제, 끼리끼리문제, 폭력문제...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는데도 나는, 자기 자신은 전혀 노력하지 않으면서 계속 남 탓을 하던 게 싸이고 싸여 쾅 하고 터져버린 게 황룡사 사건이다. 물론 100일학교 왔을 때부터 시동은 걸려 있었지만 엑셀을 밟은 것은 하다와 승기의 주먹다짐. 일명 맞짱이었다. 하지만 둘은 ‘운이 없게도’ 크게 싸운 것을 걸렸을 뿐이고 사건의 발단은 모두에게 있었다. 하지만 7학년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서로의 탓을 하기에 바빴다...

계속 생각을 하려고 애써봐도 힘들다는 생각만 자꾸 비집고 들어왔어요. 그렇게 절을 하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부처님 얼굴이 있었는데 아주 무섭고 화난 얼굴이었어요. 그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저는 그때서야 ‘내가 뭘 하는 거야. 제대로 해야지.’라고 생각이 들어숫자 세는 걸 멈추고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을 하려고 애썼지요...

한 2시간동안 그렇게 생각을 쭉하고 가다보니 정말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이 고생을 한 이유는 누구의 탓도 아니고 내 탓이라는 것, 그리고 이 사건의 발단도 모두 나라는 것, 그런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항상 남 탓만 하고, 자신은 하나도 노력하지 않은 것...(여해)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생태적으로 사는 건 나와 다른 것과 작고 여린 것도 모두 다함께 더불어 잘 사는 것을 이야기 하는데 이런 것이 우리들의 관계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온몸으로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생태적 삶은 물 아껴쓰고, 불 잘끄고 다니고.. 이런 지구(환경)에 대해서만 아끼는 것이 생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든 면에서 생태적으로 살아야 된다고 느꼈다.

... 이렇게 뒷담하고 욕하는 힘을 다른 좋은(평화. 모두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곳에 힘을 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강유 )

 

그 건에 대해 저 역시 생각 참 많습디다.

뭐니뭐니 해도 내 새끼 모자란 게 먼저 눈에 들지요.

다음은, 집단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생각했습니다.

패거리문화가 그런 것일 테지요.

아무리 훌륭한 공동체라도 그 집단이 밖을 향해 꽁꽁 닫혀있다면

그게 정말 공동체 맞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런 시간을 견딘 류옥하다가 장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 아이 마음이 풀어진 건 맞는 걸까요?

어떤 땐 설혹 전적으로 그 아이가 잘못을 했을지라도

그래, 네 맘이 그렇겠구나, 에서 출발하면

문제가 훨 쉬울 수 있을 것을,

만약 당사자 ‘마음’이 여전히 풀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들 모두가 한 노력들이 모다 헛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좀 더 두고 볼 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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