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샘이 남아 빈들모임 바라지를 하기로 합니다.

미국에서 언어병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가

이번 여름에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겨우 2주,

그런데 예서 벌써 사흘을 지냈습니다.

해날에나 돌아갈 계획이니 무려 닷새, 예서 다 보낸다 싶어요.

고맙습니다.

다른 품앗이일꾼을 부르지 않았거든요.

빈들모임 바라지를 할 류옥하다가 힘을 덜겠습니다.

이동학교 아이들이 여행을 떠났고, 그만 남았습니다.

마음이 쉬고 싶다 했지요.

‘그래, 그래, 힘이 들었고나...’

 

아이들이 사람들 맞이 청소를 하고 떠났습니다.

우리가 썼기 때문이라기보다 이곳에 우리가 올 때 그랬듯

누군가가 이곳을 잘 쓰도록 마음을 내어 기꺼이 맞이 준비를 하는 거지요.

어쩌면 여기 식구들끼리 하는 게 더 흔쾌하고 더 잘 할지도 모르나,

아이들과 바로 그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밥 잘 해먹여 보내고팠는데,

소정샘이랑 밤새 이야기를 하고 늦은 아침을 맞았더니,

아이들이 달골을 내려와 본관 청소를 하는 동안

고새 선미샘과 아이들이 밥상을 차렸더랬지요.

미안했습니다.

“얼른 밥해줄게.”

서둘러 들어서니 아이들 벌써 설거지를 하고 있더라니까요.

 

아이들이 2박 3일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지리산으로 떠나고,

남은 식구들이 마저 빈들모임을 준비했습니다.

청소를 했다고들 하나 그래도 손이 덜 간 게 있기 마련이라

달골이며 학교며 부지런히 오갔더랬지요.

욕실에서부터 미처 손이 닿지 못했던 곳들을 닦고,

특히 아쉬운 창고동을 다시 청소했습니다.

문갑이며 피아노며 위는 먼지가 그대로 있었지요.

아이들과 두 달을 살았는데,

마음내기가 그리 어려웠던 걸까,

심지어 바닥조차 어슬럭거리는 것들 투성이어 잠시 마음이 좀 가라앉았습니다.

순간! 아이들이 해놓은 걸 봐야지 싶었네요.

큰해우소 청소는 좀 늦었습니다.

사나흘 전에 해야 물기가 말라 냄새가 덜한데 말이지요.

뭐, 형편대로 해야지요.

그런데, 이거 고마워해야 하나,

오늘 들어오는 모든 식구들이 다들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시작하는 일정이겠습니다.

 

소정의 언니 윤혜정님이 딸 서윤과 함께 왔습니다.

소정샘 동생 정훈을 만나고 언니를 만나고

그리고 주말엔 부모님을 뵙습니다.

넓혀지는 인연들이 고맙습니다.

저녁답, 차를 놓친 이도경님이 재이 진이랑 같이 택시에서 내렸고,

홍인교님 역시 차를 늦게 타 윤호 건호랑 같이 느지막히 들어왔으며

하영아님이 김종철님이랑 은수 현수랑 저녁 먹기 직전에 도착했습니다.

김경아님은 진경이랑 늦은 밤 닿았더랬네요.

홍인교님은 골뱅이를 잔뜩 실어왔고,

하영아님은 생협 물건들과 반찬을 가득 들여왔으며,

이도경님은 손수 구운 쿠키며 볶은 콩이며 구운 멸치에 밑반찬까지,

그리고 김경아님은 커다란 수박과 아주 아주 커다란 삼치를 가져왔습니다.

풍성한 밥알모임이겠습니다.

(산행모임에서 오는 분들은 서울서 내일 아침 도착해 민주지산을 오르고

저녁답에야 들어오신다지요.)

 

춤명상.

이곳에서 해왔던 춤명상들 가운데

같이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몇 가지를 함께 하며

물꼬가 전하고픈 이야기를 하나 둘 얹었습니다.

아이들이 원 안으로 밖으로 뛰어다니기도 했는데,

우리가 저 즐거움을 막을 만큼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냐며

그 풍경은 그 풍경대로 춤명상과 어우러졌지요.

 

실타래.

류옥하다가 동생들을 데리고 햇발동으로 건너가 놀고,

어른들은 창고동에서 준비한 이야기들을 풀었습니다.

특히 김종철님과 김영아님의 의견차를 보며

교육에 대한 우리 생각을 들여다본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현실과 생각과의 갈등이 늘 있는 거지요.

홍인교님은 사회를 어찌나 잘 보시던지요.

그 귀기울이는 태도에 감탄하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진이가 두드러기가 일어나 가려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하여 이도경님이 내내 오고가기를 반복했네요.

함께 이야기 나누지 못했다 모두 아쉬워했더랍니다.

김경아님도 여느 분들처럼 요새 하는 고민을 잘 나누었습니다.

귀한 자리이지요.

서로가 무어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꺼내고,

또 서로가 무어라고 그 이야기들을 온 마음으로 받아 머리 맞댔던지요.

우리 모두 외로운 존재들이다마다요.

좋은 친구를 이룬 밤이었습니다.

빈들모임은 늘 날밤이 당연하려니 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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