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 창고동에서 수행으로 아침을 엽니다; 해건지기

전통수련이 이런 빠른 움직임으로 하기도 하는구나,

그런데 외려 몸 흐름에 잘 맞다고들 하셨지요.

 

내려와 아침을 먹은 뒤 먼저 앉았습니다.

“좋은 교사는 지구 끝까지 좇아가서 숙제 검사를 하는 교사라고...”

각자 가지고온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와 글’이 있었습니다.

어젯밤 실타래는 각자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만 다 쏟았더라지요.

이 이야기들은 궁금하시라고 왔던 분들과만 공유하겠습니다요, 하하.

 

점심 먹기 전 부추밭과 간장집 마당 풀을 맸습니다.

하영아님이 가위를 찾으시더니

부추를 잘라내가며 매셨지요.

그렇다니까요, 사람이 만나야 한다니까요,

이 산골에 앉아서도 늘 생활의 스승들을 잘도 만난답니다.

 

점심을 먹고 하영아님 댁 네 식구는 제천으로 넘어갔습니다.

가기 전 저랑 잠시 앉아 갈무리도 하고 갈무리글도 남기셨지요.

이곳의 흐름, 인연에 대해 퍽이나 고마워하셨고,

한편 오기 싫었다던 은수와 현수는 다시 오고 싶다 하였습니다.

생협 유기농재료들이며 맛있었던 무말랭이무침이며 나눠주신 말씀들이며

고마움 넘치고 넘칩니다.

 

남은 이들은 잠시 낮잠도 잤습니다.

이도경님이 체하셨던 모양입니다.

두통이 좀 있어 누웠는데, 애들도 어른들도 방으로 모여 들었지요.

달았던 잠입니다.

그리고 햇살 날서기가 좀 가라앉았을 무렵

머위를 따러 나갔습니다.

손톱 밑이 새까매지도록 땄습니다.

효소를 담으려지요.

아이들은 딸기밭에 들어 빨개진 것들 열심히 찾아 참으로 먹었지요.

 

저녁엔 사람들이 더해졌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정책연구기관에 있는 연구위원들인

김안국, 정원호, 황규희, 이상돈, 류기락 박사님들.

커다란 화장지 꾸러미가 몇이나 되고

가장 큰 빨래세제도 몇 상자나 부려주셨습니다.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나 민주지산을 오르고 내려오셨지요.

이동학교 와 있고부터 이적지 기락샘은

주말마다 그 먼 길을 내려오고 있답니다,

상계동 집을 떠나 무려 다섯 시간여 걸리는 길을.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식구 많을 때 내기 쉬운 월남쌈으로 저녁밥상을 차렸습니다.

 

두 편으로 나뉘어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박사님들은 창고동 1층.

마음 쓰지 않게 한다고 술안주들을 다 실어 오셨더랬네요.

해물탕거리까지 가져오셨더랍니다.

그 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2월에 같이 한라산 등반에 함께 했을 적에도

사람을 생각하는 그 분들로부터 많이 배웠더랍니다.

한편 빈들모임 식구들은 햇발동 1층.

창고동에서 나눠주신 곡주에

수박이며 갖가지 안주들이 나왔네요.

창고동에서 나무 난로를 피워 고구마를 구워내 주기도 하셨더랬지요.

 

그런데, 한밤중 예기치 못한 손님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창문 밖에서 옥샘 눈치 봤어요, ‘옥샘, 기분 좋아, 좋아.’,

그리고 들어왔습니다.”

희중샘, 유진샘, 유정샘, 그리고 새끼일꾼 창우.

대전 청소년엑스포 갔다가 옥천 지나 영동으로 넘어왔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수차례 전화가 들어왔는데,

빈들모임에 집중하느라 받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요.

판은 더 신이 났고,

늦도록 왁자하였더랍니다.

푹하고, 고마운 시간들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846
6653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324
6652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044
6651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683
6650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558
6649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512
6648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498
6647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468
6646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441
6645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410
6644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391
6643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266
6642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204
6641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778
6640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739
6639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673
6638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669
6637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637
6636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539
6635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50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