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빈들모임 갈무리글

조회 수 1165 추천 수 0 2011.06.09 21:50:49

 

 

무려 삼십여 명이 다녀간 주말이었습니다.

아래는 빈들모임을 마치고 사람들이 남긴 갈무리글들입니다.

글의 차례는 아이들, 어른들, 그리고 품앗이일꾼과 새끼일꾼으로 분류하고,

그 군락 안에서는 무작위로 옮겼습니다.

언제나처럼, 맞춤법은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이해를 위해 띄어쓰기는 더러 손을 댄 곳이 있답니다.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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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이건호:

(* 아주 아주 커다란 글씨로) 감사합니다

 

일곱 살 김현수:

어제 차에서 잤는데 여기에서는 잠이 안왔다. 재미있어다. 어제는 오기 싫어다. 어제 처음 왔을 때는 한 사람도 몰랐다?

 

1년 정재이:

(* 그림: 큰형님느티나무를 안는 재이, 그리고 그 옆을 걷는 언니)

 

2년 정진이:

(* 그림: 연못에서 송사리 잡는 아이들, 그러나 튀어나온 개구리/ 장순이와 노는 아이들)

 

3년 이윤호:

현수와 같이 축구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숙소는 미로 같았다.

(* 그림: 축구하는 현수와 윤호/미로 같은 달골)

 

3년 김진경:

빈들모임캠프를 와서 즐기고...

나는 이 빈들모임 캠프를 와서 자연이 얼마나 좋고, 소중한지 알았습니다.

또 나는 달꽃 숙소에만 있고 주변에서만 노는 줄 알았는데.. “자연학교 물꼬(* 진경아, 자유학교 물꼬!)”라는 자연학교에 와서 친구들이랑 놀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습니다. 비록 딱 토요일, 일요일, 이틀 밖에 캠프를 즐겼다. 하지만 재이랑, 진이밖에 여자 동생들 밖에 없어서 조금 심심하였다. 하지만 더 좋은 게 친구들이랑, 선생님들이랑 같이 산에 가서 머위랑, 갔가지 식물을 호미로 캐고, 느티나무 밑에 함정도 하고, 조금은 윤호, 준호, 현주(* 현수)는 말을 잘 안 들어서 실었지만 그래도 힘을 합하니까 커다란 함정을 만들 수 있었다. 기회가 있다면 또 오고 싶다.(* 그림: 도토의 집 옆의 함정(진경아, 토토로의 집! 하하.)

 

초 5년 김은수:

처음엔 오기 싫었는데 막상 와보니까 꽤 재미있었고,

애들이랑 친해져서 좋았다. 음식도 엄청 맛있었다.

(특히 ‘부침개’가 맛있었다.)

모래놀이도 재미있었다.

다시 온다면 한번 더 올 수 있을 것 같다.

(* 은수는 그림을 너무너무 잘 그린다. 애들이 모래놀이터에서 함정파고 있는 광경; 윤호 진경 건호 현수가 모여 함정을 파고, 은수가 바라보고 있으며, 하다는 그 곁에서 성을 쌓고 있다.)

 

열네 살 류옥하다:

(무려 삼십여 명이 오고간 빈들모임이었다.)

지금 여러 가지로 힘이 드는 시간입니다. 제 진로나 공부, 장래 등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성격이 자꾸 고민이 크네요. 맨날 애들하고 싸우고, 말다툼하고, 삐지고 하는 걸 보면 제 성격이 안 좋긴 합니다.

이번에 OOO 학교 아이들이 100일 이동학교를 여기(자유학교 물꼬)에 머물고 있는데요, 남자 애들관 관계가 어긋나서 몸싸움도 했고, 여자들은 절 무시하고...

잘난 체, 아는 척, 가르치듯한 말투, 건방진 말투, 가벼운 입, 뒤끝이 더러운 것... 어쩌면 좋을까요? 고치고 싶지만... 아니 고치고 있지만 안 됩니다.

이번 빈들에선 명상을 많이 했습니다. 춤명상, 명상, 국선도명상, 절명상... 계속 이 생각 뿐이였습니다. 고민 많이 했습니다. 힘들더군요...

방법을 찾았습니다! 내가 먼저 돕고, 나서지 않고, 한번 숨을 고르고 말하고, 말수를 줄이는 것이지요.

슬픕니다. 어쩌다 이리 됐는지... 앞으로 어찌 될련지...

별 수가 있을까요? 고쳐야지...

어쩌다보니 제 자신을 위로하는 글이 돼버렸네요... 빈들과 아무 상관없는 얘길...

이 100일학교가 끝날 때 즘엔,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길... (2011.5.29.해날)

 

홍인교:

물꼬를 다녀가다.

지적허영심

내 불의에 관대함

사회적 불의에 불만

아이들을 향한 평안한 마음(잠깐이지만...)

진실로 나를 드려다본다. 지적허영심과 물욕, 나에게 더욱 관대한 나의 어리석음과 정면으로 만났다. 창피했다. 숨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면으로 만난 내 모습을 인정했다. 난 아직 젊고 시간이 많다. 지난 과거를 잊고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모습을 계획한다. 변화되고 발전될 수 있는 내 모습을 마음에 새겨본다.

아주 잠깐이지만 아이들의 행동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렇지! 잘 지내고 있다는 표현이지! 알아달라는 표정이지!

내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기준으로 아이들의 마음과 웃음소리와 높은 목소리를 이해한다.

계속되어야 될텐데... 아이들의 기준으로...

 

이도경:

문득 물꼬가 생각이 나서 불현듯 메일을 보내고, 아무 대책 없이 그냥 짐 싸들고 오면서, 어긋난 기차시간과 예기치 않은 아이의 가려움증에 잠시 짜증도 지나가고 한숨도 한번 토해내고... 그러나 물꼬가 품고 있는 나무, 꽃, 숲의 향기 때문인지 순간 순간 편안해하고 웃고 있는 나를 바라봅니다.

항상 일상에 지치고 미래를 바라보며 사느라 지금의 나는 무얼 하고 있는지 둘러봐주지 않고, 내팽개쳐 놓았다가 나를 건져 올려서 꼭꼭 여며 갑니다.

지금은 꽁꽁 싸매서 여미려 욕심을 부려보지만 어느 시간, 어느 곳에서나 함께 하는 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이 순간 바라는 나의 마음입니다.

물꼬에서, 잠을 실컷 자고 가지만, 그래도 많은 힘을 얻어 돌아갑니다.

 

김경아:

하다가 부럽다.

진경이가 오빠가 안 놀아준다고 눈물을 흘리고 나에게 말을 했지만

나중에 설것이를 할 때

말로 마음을 풀어주지 않고 거품을 내어서

비눗방울을 만들어 기쁘게 하는 마음이 예뻤다.

여러 사람들 속에서 마을을 보여주고 살면서 표시하는 따뜻한 마음이 부럽다.

진경이도 이런 아이가 되면 좋을 텐데.

여기에 와서 마음이 편하다.

어제 전화가 되지 않아 상대방은 불편했겠으나 나는...

......................................

......................................

글로 표현하는 게 많이 많이 어렵네요...

 

김종철:

울산에서 온 김종철

끝까지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아쉽고 1박 2일 동안에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마음에 담아 떠납니다.

옥선생님, 하다, 함께 한 식구들 고맙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이웃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하영아:

1박 2일의 짧지만 길었던 시간들...

처음 보는 영동 대해리의 물꼬

산으로 둘러쌓인 아늑한 곳에

나무로 담을 한 듯 둥그런 땅에

안개 속 학교 같지 않은 전형적인 옛 학교의 위압적인 모습과는 다른 운동장과 건물이 낮게 어우러져 다정한 물꼬가 그곳에 있었다.

친절하고 소탈한 하다가 우리를 익숙하게 맞아주었고...

밥을 먹고 춤명상을 하고 실타래를 풀어 거의 밤을 세워 얘기를 나누며, 옥샘과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시간들을 가졌다.

각지에서 오신 다른 가족들도 또다른 삶, 생각들을 함께 나누어 첫 만남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시간들을 만들었다... 아쉽지만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이별을 하며~ 다들 행복하시길.

 

윤소정:

늘 몸이 힘이 들어가 있고, 애를 써도 그 긴장의 끈을 완전히는 놓아버리지 못하는 저인데, 이번에 물꼬에 머물면서는 그 어느 때와 달리 생각의 끈을 놓고 마음의 경계를 느슨히 하며 지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가운 얼굴, 그리웠던 이야기 꽃, 좋은 풍광에 몸도 마음도 두둥실. 쓸데없는 욕심과 고민으로 지쳐있던 마음이 비워지고, 좋은 기운으로 채워졌습니다. 돌아가면... 사랑하는 이에게, 저의 이기로 애닿아하던 이에게도 좋은 기운, 따사로운 기운을 나누어주어야겠습니다.

샘, 저 마르지 않는 꿈을 꾸며 살래요. 길 아닌 길 없음을 기억하며...

 

윤희중:

한달에 두 번 물꼬를 찾아온 것은 처음이네요. 연락을 드리고 찾아올 때 매번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번 경우는 사전에 연락도 드리지 앟고 불쑥 찾아왔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상 계자 전에는 마지막 외출이였는데 이렇게 물꼬에 와서 시간을 보내서 좋았습니다. 저는 물꼬란 공간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김유진:

빈들모임은 처음인지라... 또 갑작스런 방문이라 걱정하고 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으로 물꼬로 향했지요.

그런데 옥샘은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놀라신 듯했죠. (* 그림: 놀란표정)마치 이런 표정이었으닌깐요.

그래도 정말 좋은 인연인 것 같습니다. 힘든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옥샘이 생각이 나고 항상 물꼬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지요. 물꼬 어른들이 왜 자꾸만 좋은 인연이라 하시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몇 번 오고 지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를 가서건 물꼬는 저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생각나고 뭐라 형용할 수는 없지만 저도 점점 물꼬에 미쳐갑니다...

 

하유정:

28일 물꼬 사람들을 만나 영동에서 놀다가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물고로 들어온 4명이었는데도, 진심으로 반겨주신 옥샘과 빈들모임에 참여하신 여러 샘(?)들... 죄송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순간 계자가 끝날 때마다 옥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생각났어요. 언제든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쉼터라고... 정말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인데 아무 걱정 없이 잘 놀고 먹고 쉬다 가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 비록 계획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계자에 많이 참여하진 못할 것 같지만 일주일이나마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에 뵐게요.

좋은 추억거리 하나 더 만들어갑니다.

 

전창우:

어제 유진이누나와 희중샘, 유정이누나를 만나서 자고 놀고 가자고 하였지만, 잘 이 없어 소리소문없이 물꼬에 찾아와서 옥샘과 다른 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생각하면서 물꼬에 도착했지만, 우리의 걱정은 뒤로 하고 옥샘과 다른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불쑥 찾아온 벌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만 가창 점수가 C인 노래실력으로는 차마 들려들이지 못했다. 다음에는 이 숙제를 해야겠다.

밤중에 갑자기 온 손님을 반기고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빈들모임에는 어른 분들과 아이들을 만나서 재미있었고, 배운 것도 많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편안히 쉴 수 있다는 것이 물꼬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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