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30.달날. 회색 오후

조회 수 1220 추천 수 0 2011.06.09 22:02:57

 

하다랑 햇발동 2층 세면대를 뚫었습니다.

머무는 이들 많으니 막히기도 더 쉬울 테지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쉬 손을 못 보고 있었습니다,

그게 또 드나드는 이가 없을 때가 좋은지라.

드라이버도 챙기고,

하는 김에 아주 저 아래까지 뚫자 하고...

하다가 늘 한몫하는 산골삶이랍니다.

물때와 머리카락뭉치,

속이 다 시원했습지요.

 

해먹도 손보았습니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 맞이 준비를 처음처럼 합니다.

청소도 하고 부엌도 정리하고

달골도 환기 시키고...

 

점심버스로 재호가 들어왔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건너가고 있는 7학년 아이입니다.

그래서, 지난 몽당계자도 외부에서 오는 아이들 말고

여기 있는 이동학교 아이들만 데리고 할 때도

굳이 다녀가라 하였지요.

이번에 한동안 머물고 싶다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흔쾌히 오라 하였지요, 마침 이동학교 아이들도 괜찮다 하기.

고기를 11근이나 사서 짊어지고 들어왔습니다,

아이들과 나눠 먹는다고.

 

아이들이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어제 온다 하였는데,

하루를 더 지내자 하니 해수가 안 된다 했다지요,

옥샘이랑 하다가 기다리니까,

안 와서 속상해할 수도 있으니까.

저런 마음을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거늘-

여행에서도 두 차례의 긴 회의가 있었는데,

한번은 찜질방이냐 목욕탕이냐로 다투다 욕심들을 부려 혼이 난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행을 하루 더 연장하는 것 때문이었다지요.

해수를 설득하느라 반나절이 갔다나 어쨌다나요.

그런데, 그 해수, 저녁을 먹고 달골 오르다

그만 무릎을 다쳤습니다요.

뛰다가 말이지요.

에고...

 

“뭐했니?”

‘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스님들도 만나고,

실상사 작은학교 족구대회도 가고,

용돈을 받아 과자도 사먹고,

라면도 먹고...

“아, 모아식당 뼈다귀탕 정말 맛있었어요.”

그 전날은 제육볶음을 먹었다나요.

그런데 일명 찜질방 사건이 있었답니다.

그 앞에서 하나를 해주면 귀한 줄 모르고 열을 바란다고 혼이 났더라지요.

 

귀정사 중묵거사님(처사님이라고도 하고 스님이라고도 하고)을 만나

모두가 부처라는 얘기를 들었더랍니다,

하늘에 있는 모든 것과 땅에 있는 모든 것 중에 내가 제일 존귀하다고.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다 부처이다.

나를 좋아하는 부처도 싫어하는 부처도 있지만 모두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개한테 돌을 던지면 돌을 향해 가지만 사자는 돌을 던진 사람을 향한다.

그 문제를 보고만 가지 않고 원인을 찾아라.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제일 소중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이다.’

 

실상사 원묵스님으로부터도 한 말씀 받았다지요.

‘나를 유지시키는 것,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 순간 상황마다 각기 다른 나가 있고, 그것을 통틀어서 나라고 한다.

그 상황마다 돼지처럼 장미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쪽으로 행동하면 성장한 것이고, 그게 나를 찾는 것.

그렇게 되어 있어서 내가 본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본 것이 펼쳐져 있는 것.

내 눈으로, 소리로, 마음으로 보는 게 세상이다.

나의 크기는 온 우주의 크기, 온 우주가 나를 존재하게 해준다.’

 

“잠은 어디서 잤니?”

정노숙샘 댁에서 머물렀다 합니다.

지금 9학년 아이들이 백일학교 때 갔던 곳이라지요.

그땐 거제도에서 있다가 지리산 그 쪽으로 옮겨갔다 합니다.

고양이가 참 많아서 여자 아이들이 기뻤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남자 애들은 무슨 암자에 가서 자구요.”

밤엔 ‘나’를 주제로 시를 쓰고

펜션에 온 손님들 앞에서 낭송을 하기도 했다네요.

“유성도 봤어요.”

평상에 앉아 쏟아지는 별을 보다 그렇게 별똥도 보았더라지요.

 

뱀사골 가서 멱도 감았답니다.

남자 여자 오랜만에 가리지 않고 놀았다데요.

정령치 휴게소에서 일몰도 보고 큰 무지개도 보았다지요.

 

여행이 너무 좋아서 물꼬로 돌아오는 게 아쉬웠지만

막상 오니까 편하고 익숙한 것 같아서 좋다고들 했습니다.

하기야 여행, 좋았겠지요.

과자도 한껏 먹고 고기도 먹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들도 안하고...

그런데도 왠지 여기가 그리 힘이 든가 해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마음 편히 있지 못하게 한 건 아닌가 반성도 잠시 하고.

 

‘...물꼬를 오니 진짜 오랜만에 온 것 같았다. 그리고 반가웠다. 유럽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슬펐다(?). 내가 원래 그리움증 같은 게 심하다. 독일 갔다 왔을 때는 울었다. 내가 100일학교 끝나고 나서 가장 걱정되는 점이다...’(하은의 날적이 가운데서)

 

준환샘은 김천에서 빌린 차를 돌려주러 다녀왔고,

그 편에 선미샘은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근데, 선미샘 허리가 아프다더니

아주 걷는 자세가 불안합니다,

다리는 절둑거리고.

병원을 가봐야지 않을지....

남편은 세 달이나 여기 내려 보내고

홀로 더 힘이 든 건 아닌가 안쓰러움 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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