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5.해날. 맑음

조회 수 1134 추천 수 0 2011.06.14 22:46:19

 

더웠습니다, 여름 맞습니다.

 

오전에 더그매는 영화관이었습니다.

흙날 오전이면 그러합니다.

쇠날 밤에는 공식 상영,

흙날은 보고픈 사람만 본다지만 거개가 거기 있습니다.

이러저러 빠지기도 하지만 주에 두어 차례 보는 셈이지요.

그런데, 내용이야 잘 모르겠지만, 이곳이 아무리 영상매체가 없다 해도

이런 곳에 와서까지 그런 욕구를 다 채워야 하는 건가 싶은 맘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워하고 있는 부분이랍니다.

 

아이들이 늦은 아침을 먹으러 내려옵니다.

“선재와 하다가 안 보이네.”

희진샘이야 으레 주말에 주로 달골에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아이들만 묻습니다.

“빨래요.”

해날이면 아이들이 둘씩 짝을 지어

아래 위층 바구니 빨래를 하는 날이지요.

 

아침, 채소죽을 해야지 하고 내려왔는데,

이런! 재료가 영 시원찮네요.

콩나물 국밥으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빵과 수프와 사과잼을 내지요.

‘밥안내’를 합니다.

처음 아이들이 여기 왔을 때 ‘밥안내하기’를 부탁했습니다,

그래야 무엇이 어찌 준비 되었나도 알고

밥을 한 사람 마음도 살피고

밥을 한 사람은 또 자기변명도 할 수 있으니까

(밥 하는 이와 밥 먹는 이가 말로 소통하는 시간?).

이제는 자연스런 일 되었지요.

“오늘은 기도하는 맘으로 했습니다,

여태 늘 기쁘게 하던 밥이었는데, 오늘은 마음이 조금 일지 않아서.

이 밥이 저것들 피 되고 살 되어라,

그리고 힘이 되어 자기 몫의 생을 잘 살아라, 그러면서요.”

어제 제가 설거지를 돕지 않아서(다른 샘들도 있고 아이들도 있었건만) 너무 서운했고,

왜 어른이 도우는 게 당연하다 여기느냐 야단을 친 일이

저(자기에게)에겐 나무람이 아니라 말다툼으로 해석되고,

주말에 쉬고 싶은 친구들은 이해가 되는데

일이 바빠 돕지 못하는 어른도 주말에 쉬고 싶을 수 있음을 모르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어,

관계규정이든 이 일에 대한 성찰이든

어떤 쪽으로든 짚어야한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또, 여태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아마도 대표교사 승연샘 와 있으니 ,

사람이 누울 자리보고 다리 뻗는다고

마음이 마구 풀풀거리는 것이라 여겨지기도 하였더랍니다.

하기야 뭐 어려운 일 아니지요.

그래도, 무어라 해도 이뿐 우리 새끼들...

처음부터 관계 맺기 또 ‘시작’하면 됩니다.

우리는 늘 그간 한 그것에 너무 매여,

바로 그 기득권이 포기되지 않아, 문제이지요.

 

2시.

군부대에서 쓰는 승합차가 왔고,

제 차에 나눠 태워 승마장으로 갔습니다.

희진샘은 달골에 머물고 승연샘이 같이 갔지요.

관광지가 아닌 말타기를 가르치는 곳이라 좀 건조하기는 했습니다,

날은 무더웠고.

“그냥 저렇게만 하는 거예요?”

다형의 불만이었습니다.

“아니, 그럼 말을 처음 타보면서 달릴려구?”

잠깐만 타도 처음이면 낼 아침 제법 뻐근할 겝니다.

거기 가서야 알아차렸지요, 야외수영장이 바로 곁인 것을.

으윽, 물까지 들어갔으면 좋으련...

 

아이들이 말을 탑니다.

몇 차례 타 보았다는 진하가 맨 먼저 올라갔지요.

해수는 무서워 안탄다고 멀찌감치 갔습니다.

결국은 탔지요.

다들 처음인데도 자세들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용철샘이 고삐를 잡고 있어 안정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는데,

아이들이 씩씩한 까닭도 있겠습니다.

강유는 힘이 좀 많이 들어가기는 했지요.

저러면 낼 엄청 고생할 텐데...

 

그런데, 옆 울타리 안에 조랑말 둘 나와 있었습니다.

동물에 관심 많은(어디 그것만인가요) 다운이,

조랑말들에게 풀을 뜯어 먹이고 있었지요.

“아앗!”

한 마리가 도중에 떨어뜨린 풀을 제(다운)가 주워주느라 숙였다가

제(말) 먹이를 다른 이가 먹나 하고 말이 다운이 등을 깨물어버렸습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많이 놀랐을 겝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과 내 해석이 끊임없이 충돌하지요.

정말 말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아쉬움이 많은 승마였는데,

마지막으로 용철샘이 말을 타고 달리는 시범을 보이시는 걸로

그나마 만회가 되었네요.

많이 기대했던 말타기였는데...

말갈기 휘날리며 달릴 걸 상상했는지도 모르지요.

 

헌데, 어제는 설거지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서운해 하며 성깔 부리던 친구가 있더니

오늘은 또 다른 일이 마음을 걸리게 했습니다.

때가 때인 겐지, 대표 교사 승연샘 와 있어서 제가 어른 아니어도 된다 싶어 그런 겐지

아니면 관계 맺기에 오류가 있었던 겐지, 또 아님 내 안에 든 어떤 불편함 때문인지...

용철샘이 말고삐를 왜 쥐고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달랐던 다형이와

몇 마디 오고 가는 중

서로 말을 잘 못 알아들었던 듯하였는데,

한 순간, 어처구니없는 표정과 말이 다형에게서 쏟아졌지요.

놀라하는 제 얼굴을 보고 저(자기)도 당황한 듯했습니다.

어쩜 뒤에 앉아계셨던 대장님께 더 민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수였을 테지요.

그런데, 그래도, 그렇게 사람을 대해선 아니 됩니다.

한쪽으로 불렀고, 승연샘도 같이 왔지요.

차암 할 말이 없데요.

“네가 정황을 설명해라.”

그에게 넘겼습니다.

얘기를 듣고 승연샘이 몇 마디 나누셨습니다.

“지금은 더는 할 말이 없네.”

제 편에서 그러하기에, 일단은 그렇게 정리를 하였지요.

아이들과 내일쯤

아침에 듣는 말씀 시간의 좋은 재료로 쓰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승연샘이 밖에서 아이들과 밥을 먹는 건 어떠냐셨지만,

냉장고에 얼려둔 오리고기를 내면 어떨까 싶었지요.

밖에선 칼국수고 안에서 고기라 하니 고기 쪽에 아이들이 불었습니다.

와서 먹기로 한 거지요.

군부대에서 오신 대장님도 그러자셨습니다

(결국 아이들 부려놓고 그냥 돌아가셨지만).

고기에 상추에 케일에 쪽파에 부추 놓으니

풍성한 상이 되었더랍니다.

 

7일 단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해마다 봄과 가을 두 차례 하는 단식입니다.

봄이라기엔 늦은 감이 있지요.

단식 전엔 마음을 무겁게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해서 오랫동안 글을 드리지 못하고 있던 구들연구소 무운샘께 소식 넣었습니다.

작년 이맘 때 예 오셔서 열흘 가까이 머물며 여기저기 살펴주셨지요.

한참 전 돌집 흙집에 관한 책을 펴내셨을 적

제가 언젠가 드린 글월 한 구절도 표지에 넣고 계셨더랍니다.

책이 오고도 이적지 소식 드리지 못했지요.

홈페이지의 ‘물꼬에선 요새‘도 챙겨서 써둡니다.

 

오, 해수가 드디어 베이킹을 했습니다.

지난 두어 달 부르던 노래였더랍니다.

여해랑 같이 체치고 반죽하고 그 반죽 냉장고에 넣었다가

저녁에 올라가서 쿠키를 만들었지요.

같이 하면서 해수에게 감탄했다는 여해,

해수가 책속에 나와 있는 지식들을 너무나 많이 외우고 있더라지요.

버터반죽을 않고 끝내려고 하거나 반죽 두께를 다르게 자르거나

혹은 쿠키가 잘 구워지는지 확인도 하지 않으려 들어

애가 좀 탔지만 재밌더라고도 했지요,

해수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하고.

자, 해수는 다시 베이킹을 한다고 할까요?

 

얼마전 이동학교 7학년 아이들 부모님들이 물꼬에 책을 선물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같은 책이 두어 질 왔고,

같이 돌려읽으며 느낌글을 쓰고 있습니다.

  

2011. 6. 5.해날. 맑음

 

<행복한 어린이 농부>(백승권/다산어린이/2011)

1. 골안들 다래네 벼농사 이야기

2. 푸른내 꿈터 아이들의 김치 이야기

3. 동지골 수돌이네 닭이야기

 

책소개.

다른 농사 책들에서 농사를 그저 아름답게, 낭만적으로 그렸다면, <행복한 어린이 농부>는 농부의 삶과 농사와 농촌을 꾸밈없이 잘 담은 책 같다. 정보란이 따로 있어서 농사에 대해 더욱 더 잘 알려주고, 스토리 위주로 글이 되어있기 때문에 재미도 있다.

 

1권.

1권은 도시에서 내려온 다래네가 할머니의 논 일곱 마지기를 빌려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이야기다.

봄에는 모를 만들고, 모를 심고, 논을 갈고, 여름에는 김을 매고, 홍수에 대비하고, 홍수를 막고, 논둑의 맛있는 나물들을 뜯어먹는다. 가을에는 콤바인을 수확을 하고, 벼를 널고, 벼를 도시 소비자들에게 판다.

이 책을 보면서 난 다래네가 우리가 농사짓는 법, 상황과 닮은 것 같아서 신기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것도 그렇고, 우렁이 농사도 그렇고, 특히나 논둑이 터지거나 메뚜기가 넘실대는 게 그랬다.

이 책에서 난 지렁이의ㅣ 소중함을 깨달았다. 지렁이가 땅에 숨구멍을 만들어주고, 쓰레기나 나쁜 흙을 좋은 흙으로 바꿔준다는 게 신기했고, 인간보다 더 많은 좋은 일을 하는 지렁이에게 조금은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더 알게 된 건 ‘피’다. 이때까지 피는 해로운 건 줄 알았는데 죽으로도 끓여먹는다니... 나도 꼭 먹고 싶다. 신기하도.

 

2권.

2권에서는 시골에 사는 아이들이 수녀님이 하시는 ‘푸른내 꿈터’ 공부방에 들어가서 공동프로젝트로 배추농사를 짓고, 아이들이 김치까지 담구는 이야기다.

푸른내 꿈터 아이들은 배추밭, 모종, 심기부터 농사를 시작해서 결국은 배추를 크게 키워서 벌레도 잡고, 고라니 함정도 만들고 하면서 결국 배추를 수확해서 판다.

여기서 난 이 아이들과 동질감을 느끼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고라니 때문에 우리도 배추를 모두 잃은 일이나, 벌레를 전부 다 손으로 잡는 것들 말이다.

특히 애들이 벌레를 잡는 걸 읽으며 옛날에 벌로 배추벌레 잡고 했던 추억이 생각났다. 후~ 옛날...

또 애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배추를 수확해서 김치를 담는 걸 보고 너무나 대견했다. 우리도 잘 못하는 건데...

 

3권.

3권은 할머니를 잃고, 가족이 멀리 있는 처지라 양계장 가족에 들러사는 수돌이가 할머니 집의 ‘새벽이’라는 병아리를 기르는 이야기다. 처음에 과자를 줬다가 새벽이가 죽어가자, 결국 조릿대도 주고, 산책도 하면서 새벽이를 건강하게 키운다.

이 책에서 난 병아리와 닭에 대해 많이 배웠다. 예로 병아리가 조릿대 잎을 잘 먹는다거나, 과자를 먹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난 사실 예전에 병아리에게 과자를 먹인 적이 있는데 닭이 얼마나 과생했을까,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여기서 수돌이는 컴퓨터에만 빠져 사는데, 병아리 덕에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 역시 자연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예다.

 

자연, 농사, 농촌, 농부에 대해 잘 배웠다! 고마운 책이다.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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