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꽃 떨어지고, 주웠습니다.
감꽃 모진 꽃아 오막살이 삼 대째 토백이꽃
갑오년 상투 튼 우리 할배 죽창 세워 낫 갈아
고개 넘어 영영 못 오실 길 떠나 가신 것을
감꽃 모진 꽃아 너는 보았겠지
모진 세월에 우리 어매 식은밥 말아묵고
싸리나뭇길 지리산 줄기 따라 떠나 가신 것을
감꽃 모진 꽃아 너는 보았겠지
그래 감꽃아 보았겠지
애비 잃고 땅도 빼았긴 이내 설움도
울 아베 못 잊어서 불끈 쥔 두 주먹도
감꽃 모진 꽃아 오막살이 삼 대째 토백이 꽃
- 오봉옥의 ‘감꽃’
바느질을 마무리하려는 날입니다.
튤립 다발을 만들어 서울 가서 학교에 선물을 하면 어떤가,
그렇게 마지막 작품을 구상하였는데,
그보다는 시간 안에 하기가 사과가 더 낫겠다 하고
천을 마름하였습니다, 희영샘이 도왔지요.
흔히 퀼트에 입문하는 과정에 젤 먼저 만들기도 한다는 사과이지요.
장식품이고 바늘꽂이입니다.
가뿐하게 시간 안에 다 해낼 수 있겠다 했습니다.
분위기 참 좋았지요.
바느질이 갖는 힘이랍니다.
그렇게 하여 갖가지 사과가 한 바구니에 담겼네요.
“일단 박복선샘께 선물하고, 두어 주 지나서는 각자 집으로 들고 가면 되겠다...”
사과나무를 세우고 거기 매달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옮겨가는 게 또 일이지요,
그거야 서울 가서 발표회 때 준비해도 되겠다도 싶었고.
오후, 몸활동을 합니다; ‘경찰과 도둑’을 비롯한 놀이와 배드민턴.
바느질을 못다 했던 이들은 마저 갈무리도 하였지요.
새참으로 얼려두었던 닭튀김으로 강정을 해놓으니
아주 신명이 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남자 아이가 여자애 하나를 좋아하고
지난 아당골 다녀오며 여자 아이에게 그 사실이 알려졌는데,
그 여자애가 이제 그 남자 아이를 신경 쓰며 얼마나 밝아(!)졌는지요.
오늘도 닭강정을 먹으며 흘낏흘낏 그 남자 아이를 보아가며 재잘대는데,
아이들 간의 이런 감정의 흐름들도 재미납니다요.
김화자 비비안나수녀님 등장.
안식년을 보내고 계십니다.
첫길이라 어떨지 몰라 사흘 말미로만 묵어가시기로 합니다.
점심 때 와서 류옥하다의 안내를 받고,
밭도 둘러보고 잠시 쉬기도 한 뒤
아이들과 같이 저녁을 준비하겠다 부엌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시며.
희진샘이 볼일을 보러 2박 3일로 밖을 나가셨고,
지난 달날부터 와 있는 희영샘이 준환샘 들어오시는 시간까지 계속 머무십니다.
그리고, 옥천의 한 학부모님,
올 여름계자에서 쓸 김치를 담아주시겠다셨습니다.
계자 전에 들어와 풀도 한번 베 주신다지요.
어찌어찌 산골살이가 돼 갑니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