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10.쇠날. 흐림 / 단식 5일째

조회 수 1445 추천 수 0 2011.06.18 20:06:52

 

이른 장마가 제주에서 시작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해마다 25일경이라 짐작하는 장마가

어, 어, 어, 아무런 대비도 없이 와버렸습니다.

그래봐야 배수로 정비에, 부엌 곳간에 나와 있는 음식재료들 단도리,

그리고 옷장을 살피는 정도입니다만.

다행히 아직 비는 없습니다.

하지만 흐린 하늘이네요.

 

새천년체조로 아침을 엽니다.

그리고 ‘아침에 듣는 말씀’; 지난 7일 불날 있었던 황룡사 2탄, 일명 돌담길사건에 대해

 

1. 미안하다...

모든 구성원에게 어미로서 아이의 행동에 대해 미안하다.

한편, 아이가 그러도록, 친구도 없이 선생도 없이 부모도 없이,

그 마음 헤아리는 이가 하나 없어,

그렇게 미치도록 답답케 했구나 싶어 아이에게 미안하다.

 

2. ‘생태’적 관계란 것 말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어쩌겠어, 백일학교에서 같이 사는 것 하러 왔는데,

결국 내가 성장하는 일이지, 그래, 너는 그래라, 나는 성장한다,

이 같은 태도는 생태가 아니다.

그건 이기이다, 반생태이다.

꼴 보기 싫은 저이, 밥맛없는 저이, 이해 정말 안 되는 저이,

그를 그대로 놓고 내 성장에만 관심 있는 것,

그것이 어찌 생태이겠는가.

그 행동 정말 싫지만 마음 넓은 내가 참아주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찌 ‘이해’이겠는가.

꼴 보기 싫지만 그가 왜 그러는지 살펴보리라,

밥맛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그를 한번 헤아려보자,

이해 정말 안 되지만 그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같이 살자는 것이며

그리하여 너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할 때

비로소 생태적관계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조금만 문을 열고 들여다보려고 애써보자.

 

산살림들살림이 있는 쇠날입니다.

오늘은 미나리와 뽕잎과 감꽃을 줍자 하지요.

“그런데, 뽕나무가 어딨어요?”

“어엉? 니네가 어제 먹은 오디, 그게 뽕나무 열매야!”

뽕잎은 전을 부치고,

미나리는 찜으로,

그리고 감꽃은 서늘한 그늘에 말려 감꽃차가 될 것입니다.

 

수녀님 가십니다, 여름계자를 기약하고.

황토로 물들인 손수건을 선물로 내밀고 떠나셨습니다.

미나리와 딸기쨈과 도시락을 싸드리지요.

서둘러 밭에서 딸기 따와 백설기를 쪄서 점심으로 내놓았습니다,

아이들은 후식으로 멕이고.

그런데 풍물 선생님 생각은 못했고나,

딸기 얼른 더 따와 또 멥쌀을 체치고 떡을 쪄 대접하고는

덕분에 아이들 저녁 후식으로 잘 먹었네요.

참, 아이들은 풍물샘 오시기 직전

숙제였던 별달거리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사탕을 받기로 했다나 어쨌다나요.

 

오늘 한데모임에서 상장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기꺼이상을 선재가 받았더랬고,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젤 먼저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상품으로 받았지요.

다음에는 묵묵히상을 주겠다던 희진샘 말이 있었습니다.

“아니다, 니네들이 한번 상을 만들어보지.”

쏘쿨상 준, 또렷또렷주장상 하은, 풍부장점상 승기, 뚝딱뚝딱만들기상 김유,

시크앤끈기상 가야, 일열심상 하다, 묵묵히상 선재, 솔직담백상 다운,

영양만점베이커상 여해, 휘릭휘릭손재주상 진하, 요점정리상 강유,

푸하하웃겨상 다형, 책벌레상 해수.

 

준환샘도 희진샘도 없었던 지난 사흘이었으나,

희영샘이랑 며칠을 아이들과 지낸 날들이 안정감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산골에 익어있는 거지요, 희영샘 덕도 컸겠으나.

희진샘이 사흘 나들이에서 돌아왔고,

준환샘도 다음 주 초는 오실 수 있는 모양입니다.

보고 싶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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