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연탄재랑 하는 씨름이었습니다.

쌓여 있는 연탄재를 나르고 깨고 부수고 펴고 옮기고...

“필받았어요.”

괜히 쉬면 더 힘들어진다며 열심히 삽과 괭이를 놀립니다.

이제 일을 일 같이 하는 아이들이지요.

희영샘이 재미나게 잘 추동하기도 합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는 걸 실감했다 했고,

처음으로 소사아저씨는 아이들이 한 일에 만족스러웠다 했습니다.

중간에 해수가 시끄럽기도 했네요.

그래서 더 왁자지껄한 일터 같았지요.

선재가 수레에 더 담아 달라 부탁하는데,

힘들다고 안주는 아이들과 달리

해수는 해수대로 선재 말을 들어주어 가득 담은 것이 아이들과 화근이 되었습니다.

다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지요.

 

내일 하다 생일에 대한 아이들의 기대가 큽니다.

하다가 먹고 싶은 것들 목록을 일찌감치 칠판구석에 적어두었습니다.

엄마 손으로 만드는 치킨, 핏자, 햄버거,

그리고 약과 약식 경단 떡 바게트 초컬릿 아이스크림...

앞의 것들은 다들 한바탕 먹은 것이고

그렇게 한 번에 낼 것은 아니라 넘어가기로 하고

아랫줄만 챙기기로 합니다.

어젯밤 만들어둔 약과는 집청을 잘 먹고 있고,

어제 구운 빵은 만족스럽게 구워졌으며

오늘 또 한 판을 구웠습니다.

약식을 위해 팥도 삶아두었지요(이걸 밥물로 쓰면 구수합니다. 팥은 밥으로 보내면 되고),

낼 오전엔 강의도 다녀와야 해서,

오후에 쓸 수 있는 3시간 안에는 잔치준비가 부족할 듯해.

약식에 들어갈 대추도 오려 삶아두고,

그 물 역시 약식 밥물로 쓰려합니다.

 

‘한밤의 탈출’이 있었네요.

작년 이동학교에서의 탈출사건도 들은 바고

그거 하고 싶었던 거지요.

희영샘 서울 가는 결로 아이들도 가고 싶다고,

의리 없이 왜 혼자만 가냐고 아이들이 교문을 점거했습니다.

김유는 대문에 눕고, 아이들 차 양쪽으로 늘어서서 문을 잡고,

다형은 차 뒤에 매달리고, 하다는 장미꽃을 차 앞 유리에 흩뿌렸습니다.

“됐다, 마음 충분히 표현했다. 이제 고만!”

그러자 또 금새 비켜주는 아이들.

그런데, 막판,

‘옥샘은 여샘 바래러 황간역으로 나가시고 아지는 달골로 앞서 걸어갔고’,

그 빈틈에 달골 가다가 마을을 빠져나가자 결의했다는 아이들.

“루시펠, 루시펠, 어디로 가느냐/ 뚜벅뚜벅 걸어서 서울로 간단다.”

산토끼 노래를 개사하여 걸어가며 불렀다지요.

계획도 없이 무엇을 얻고자 함도 없이 그저 읍내를 향해갔다 합니다.

홀로 남은 희진샘, 얼마나 황당했을 꺼나요.

희영샘 황간역에 부려놓고 돌아오다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계곡 길은 어둠 덮고, 달 저어기 솟아오르고 있었지요.

밤이라 잠시 걱정 일더니 멀리서 자전거 불 밝히고 희진샘 오기

넘겨주고 돌아왔더랍니다.

달빛 참 곱습니다.

소소한 바람 같은 밤입니다.

 

옥천의 최효진님과 전영호님 다녀가십니다.

아, 그리고 지난 빈들모임 때 산행 오셨던 황규의 박사님이

광양매실을 40킬로그램이나 보내오셨습니다.

사람들이 살펴주는 살림 그늘에서 늘 충분하게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자정 다 되어, 준환샘 돌아왔습니다. 보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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