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교 아이들이 6월은 내내 정리를 좀 하며 보낸다 하기

‘아니! 가서 정리하는 시간도 있다는데,

여기서는 여기 삶을 사는 데 더 집중해야지 않나,

가서 발표도 저들이 답답해하며 해야지

샘들이야 그 삶을 채우는데 더 집중해야지 않냔 말야’

그리 역설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마지막 가는 날 직전까지 이 골짝의 삶을 담뿍 담아갔으면 싶은 거지요.

해서 오늘 오전도 원래 일정대로 농사일을 하자 강력추천이었더랍니다.

준환샘도 늘 그런 뜻들을 잘 조율해주십니다.

당신의 이런 태도는 저를 또한 많이 가르치지요.

 

하여 오전에는 평상 아래 잡초를 뽑았습니다.

평상을 들어 옮기고 말이지요.

볕이 강해 힘들었다마다요.

‘오전에는 원래 회의시간이었는데 옥샘의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밀어붙여 .운동장 평상 주변 풀뽑기를 했다.’(여해의 날적이 가운데서)

‘그래도 열심히 일을 했는데, 다른 애들이 일을 놀듯이 해서 조금 짜증이 났는데, 옆에서 하다가 “힘들지? 쫌 쉬다해~”라고 말을 해줘서 고맙고,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되게 힘이 펄~펄~났던 거 같다.

그 뒤 계속 잡초뽑기를 하는데, 남자 애들은 계속 놀기만 하고, 나는 일을 하니깐 쫌 짜증이 나고, 억울했다. 100일학교는 끝나가는데, 이 단물 빠는(* 일에 게으를 때 이리 부르고들 있음) 사람들은 언제쯤 일을 할까?’(선재의 날적이 가운데서)

장순이집 아래 도랑가도 풀을 뽑았습니다.

마침 그늘지는 곳이어 힘이 덜 드려니 했지요.

물기로 쉬 뽑혀 그나마 수월하였더랍니다.

그런데, 정말 기특한 우리 아이들입니다,

힘에 겨워하면서도 해낸단 말이지요.

이동학교의 가장 큰 성과 아닌가 싶더이다.

 

오후, 한국화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매화와, 포도와 수련, 세 점의 그림을 손질하였습니다.

이동학교 발표회 때 전시를 했으면 하지요.

‘내가 원래 그림 그리는 걸 싫어하는데, 한국화 수업으로 인해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된 거 같다.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생각보단 어려웠다. 화선지가 비빠서 그림 그릴 때 정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선재)

샘 가실 때 아이들은 그간 고마웠다 저들이 덖은 감잎차를 선물하고,

손주랑 달랑 사시는 살림을 위해

이것저것 밑반찬이며 떡이며 김치를 챙겨 실어드렸습니다.

희진샘도 마음을 내 꾸러미를 채우는 것에 곁에서 많이 도왔지요.

고맙습니다.

 

“짜투리 시간에 손 좀 보태시지요?”

아이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아주 끝까지 아이들 손발을 놀리게 할 참인 게지요.

황규의 박사님이 영광에 부탁해서 보내온 매실이 네 상자나 쌓여있었습니다.

두 상자는 오전에 아이들 손을 보태 희진샘이 씻어 광주리에 건져 놓았습니다.

아이들 손을 빌어 나머지도 씻고 건졌지요.

반은 매실 효소를, 나머지 반은 매실장아찌를 담자 합니다.

온지 여러 날이어 벌써 노릇노릇해지고 있었지요.

장아찌 담을 것은 굵은 소금에 한 시간을 절여 건져

꼭지 부분을 십자로 긋고 방망이로 두들겨 씨 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차! 북어 패듯 두들기면 아니 된다 일러야 했거늘...

이주 흐느적흐느적하기까지 하였더랍니다.

그래도 장아찌가 되기야 하겄지요?

‘손이 끈적해져서 정말 싫었고, 냄새가 좋아서 일할 때 기뻤다.’(선재의 날적이에서)

다운이랑 류옥하다는 장독대로 따라와

효소 담는 일을 도왔습니다.

이런 것 두어 항아리 해두면,

곳간 쌀자루처럼, 김치광의 김치처럼, 연탄광의 연탄처럼

배가 부르단 말이지요.

 

달에 한 차례 있는 면소재지 귀농인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일 많고 탈 많은 농사이지요.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두 아들을 가진 어미처럼

가물어 포도는 좋은데, 비 없으면 콩이 말라 애가 탑니다.

다들 어떻게 어떻게 시골살림을 꾸려가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위로 받고 정보도 나누다 돌아왔지요.

달빛이 자정의 계곡을 넘치도록 채우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무에 그리 바라는 것이 많은지,

달빛으로 충분한 밤이었더랍니다.

 

참, 읍내의 김병토샘이 보내오신 컴퓨터와 프린터기가 잘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교무실 문 앞, 오가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쓰는 용도로 쓰이던 컴퓨터가

너무 낡아 결국 빼낸 지 여러 달,

이 곳 저 곳 말을 넣어두고 있었는데,

뜻밖에 보름여 전 준비한 듯 그곳에서 실려 오게 되었더랬네요.

얼마나 유용한지...

늘 말하지만, 산골살이의 그리고 물꼬의 기적 하나였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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