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18.흙날. 맑음 / 보식 6일째

조회 수 1120 추천 수 0 2011.07.02 20:05:07

 

 

비 지나는 지난밤이더니

말개진 아침입니다.

승기는 이른 아침 할아버지 팔순잔치를 위해 떠났습니다.

아고, 머리를 못 잘라주고 보냈고나,

늘 지나면 아차 할 일이 왜 이리 많은지...

 

아이들은 달골 청소를 하고 내려옵니다.

아래 본관 청소를 하고 늦은 아침을 먹겠다 했는데,

배는 고프다고 아우성이지요.

단식 막 끝내고 보식 중에 나갔던 엊그제 귀농모임,

사람들이 배려해서 따로 안주거리로 사준 감자종류 과자들이 한아름 차에 있었습니다.

꺼내다 풀지요.

다시 힘을 내서 빗자루를 든 아이들!

청소도 이제 야문 아이들입니다.

책방만 하더라도 소파 덮개 깔개들까지 털고 볕에 널기도 하던 걸요.

누가 시킨 거냐 몇 차례 물었더라니까요.

(아, 물론 소사아저씨 말씀대로,

아직 마무리는 정말 안 된다고 아이들 뒤를 보며 통탄할 일들도 적잖지요.

그런데, 그런 건 아주 자기 삶터가 되고 보면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땐 눈에 보일 거란 말이지요, 안 보여서 안 하는 것일테니.)

 

거참, 바빠서 눈돌아가겠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아침에는 승기가 가족사정(?)이 생겨서 떠났다.

아지도 대전에 뭘 하시러 내려가셨고 말이다. 아침에 깜신샘이 점심 먹고 다시 올라온다고 하셔서 가방을 놓고 물꼬에 내려가서 청소를 시작했다. 이번 청소는 완-전 대청소였다. 가야랑 나는 책방이었는데, 의자에 있는 쿠션을 다-털고 일광욕을 한판 시켜주었다. 쿠션에서 나온 먼지는 엄청나서 어떻게 그 먼지구덩이에서 책을 읽었나... 싶었다. 두 번째로 정리한 건 쇼파 밑이다. 저번주부터 그곳을 닦았는데, (내가 첫시작이었다.) 역시 저번주보다는 먼지가 적었다. 거미줄도 다 제거하고, 쓸고, 닦았다. 세 번째는 어른 책방을 정리했다. 먼저 바닥을 쓸고 닦은 후, 쌓여있던 비디오들과 상자 밖으로 삐져나와있는 목도리 등을 다시 넣었다. 그리고는 책방 바닥을 다-쓸고 닦고, 선반의 먼지들을 다시 닦았다. 그리고 이제 쿠션들을 다시 가지고 와 세탁하고, 책정리를 했다. 책정리는 다른 애들이 도와주어서, 꽤 빨리 끝났다. 이제야 평가서 쓸 시간이 났네...하면서 쓰려고 하니까 또 종이가 위에 있네? 계속 기다리다가 달골에 안올라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새로 쓰기 시작했다.

(진하의 날적이에서)

 

오늘 늦은 아침 준비엔 준환샘이 홀로 가마솥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렇기야 할까요만, 아이들이 노래 부르던 라면 한번 끓이시려는 거지요.

갈 날이 가까웠단 말이지요.

그런데 서른 개 한 상자에 서너 개 빼고(그것도 먹겠단 걸 말려서) 먹던 아이들이,

웬걸요, 스무 개 끓였는데 남더라나요.

분명 집에 갈 날이 가까운 겝니다.

이제 먹는 것에도 그만큼 여유가 생겼단 말이지요.

 

오늘은 떡을 좀 찌자 싶습니다.

그런데 멥쌀가루도 찹쌀가루도 냉동실 자리 비우는 한동안 냉장실에 머물더니

으윽, 술내 나기 시작했습니다.

발효가 진행된 게지요.

냉동실로 보내는 것도 보내는 거지만 얼른 좀 먹어치우기도 하자 합니다.

보리수 열매를 따와(좀 셨습니다만) 인절미도 찌고,

경단도 빚지요.

하다 생일날 남겨 얼려두었던 카스테라 가루도 묻히고,

절반은 팥고물을 넣기도 했네요.

손 모자란다고 여해랑 준환샘도 빚었더랍니다.

그럭저럭들 먹었댔답니다.

 

서울 청담동에서 지도를 만드시는 김은영님 방문하셨습니다.

세상이 좁아 일전에 성함을 들은 적도 있고,

마침 생명평화모임을 같이 하는 김종근님 소개가 있었습니다.

들리십사 하였지요.

고운 분이셨습니다.

채식을 하는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캠프가 흔치는 않을 것이라

물꼬가 반가우셨다 합니다.오랜 친구처럼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일반적인 부모님께라면 하지 못했을 이야기까지도

서슴없이 제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어 좋았지요.

좋은 연 이어지길.

 

아이들은 저마다 개인프로젝트며 마무리로 바쁘고

100일학교 평가서로도 부산한데

그 가운데 낼모레 열 감사잔치를 준비위(준, 강유, 김유, 가야)는

아주 꽁지가 빠졌답니다.

축하공연은 무얼 할까,

차례는 어떻게 할까,

무슨 음식을 할까,

일은 어떻게 나눌까...

 

이곳저곳 정리할 곳을 살피는 준환샘의 눈은 계속 번뜩이는 중.

“뭐 해?”

세상에나, 바깥 수돗가에 하다와 선재, 그리고 여해가

잔뜩 쌓인 일 장갑을 빨고 있었습니다.

준환샘이 빨았음 하고 언질을 주셨고, 이들이 자원했더라지요.

거기에 다른 일의 가위바위보에서 밀린 강유가

선재를 도우러 손 보태러도 왔습니다.

기특한 우리 아이들입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아이들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마다요.

 

하다는 자전거여행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야 사는 공간이니 이동학교가 열리는 동안 자연스레 합류했지만

물꼬 밖을 벗어나면서까지는 함께 할 게 아니다 싶었고,

그간 아이들 두 집단간 갈등을 겪으며 샘들이 너무 고생했는데,

어려운 여행길에 그 짐을 덜어주고도 싶었고,

또, 아이들이 떠나며 아무리 잘 정리를 하더라도

여전히 이곳에 남아 해야 할 정리와 청소도 만만찮을 것이라 하다 손도 필요하고,

늘 엄마를 지키라는 아비의 명을 잘 수행하고 싶어 하는 그 아이,

곧 계자 신청기간이라 일이 많기도 하고,

물꼬가 어려운 일 하나를 겪고 있기도 하고,

까닭이야 많았지요.

하여, 하다는 가고 싶어 했고,

그래서 생일선물로 새자전거도 받았지만

결국 어미 땜에 발이 묶여버렸답니다.

제 편에서는 어쩌면 그간 했던 갈등을 이제 좀 끝냈으면 싶기도 했던 듯합니다.

자전거로 서울길에 오르는, 함께 하는 힘든 여행을 통해

서로 더욱 끈끈해지리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됐다 싶어요, 그만큼 서로 애썼으면.

나머지는 각자의 품에 맡기자 싶습니다.

아이들과 샘들한테는 오늘 내일 얘기하기로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734 2011. 7.18.달날. 화창 옥영경 2011-08-01 1031
2733 2011. 7.17.해날. 맑음 옥영경 2011-08-01 1113
2732 2011. 7.16.흙날. 오후 퍼붓는 비 옥영경 2011-08-01 1038
2731 2011. 7.15.쇠날. 휘영청 보름달 옥영경 2011-08-01 1034
2730 2011. 7.14.나무날. 오거니가거니 하는 빗속 구름 뚫고 또 나온 달 옥영경 2011-08-01 1214
2729 2011. 7.13.물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11-07-18 1313
2728 2011. 7.12.불날. 비 뚫고 옥영경 2011-07-18 1252
2727 2011. 7.11.달날. 비, 저녁 개다 옥영경 2011-07-18 1317
2726 2011. 7.10.해날. 대해리 비, 그리고 서울 흐림 옥영경 2011-07-18 1211
2725 2011. 7. 9.흙날. 대해리도 창대비 옥영경 2011-07-18 1196
2724 2011. 7. 8.쇠날. 흐리고 아침 옥영경 2011-07-18 1207
2723 2011. 7. 7.나무날. 아침 비 옥영경 2011-07-18 1288
2722 2011. 7. 6.물날. 맑음 옥영경 2011-07-18 1078
2721 2011. 7. 5.불날. 맑음 옥영경 2011-07-18 1117
2720 2011. 7. 4.달날. 볕 나고 갬 옥영경 2011-07-11 1222
2719 2011. 7. 3.해날. 비 옥영경 2011-07-11 1243
2718 2011. 7. 2.흙날. 흐림 옥영경 2011-07-11 1189
2717 2011. 7. 1.쇠날. 갬 옥영경 2011-07-11 1121
2716 2011. 6.30.나무날. 서울 오는 길 위 빗방울 / 이동학교 마침표 옥영경 2011-07-11 1333
2715 2011. 6.29.물날. 볕 쨍쨍 옥영경 2011-07-11 129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