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樂 미궁 자리에 잔디 경계석으로 벽돌로 심고 있었다.

이웃 절집에 쌓여있던 빨간 벽돌을 80장 업어왔던 게 지난 보름 집중수행 때였다.

사이집 수돗가에 쓰자며 점주샘이랑 넉넉히 실어왔던 것을

옳다구나 하고 미궁에 박아 넣었다.

처음 잔디 깔 때 바로 했으면 모양도 잘 살리고 일도 수월했을 걸.

“처음부터 생각했다면 이리 일이 되지 않았을 텐데요...”

“나중에 아요!”

곁에서 같이 올라와 풀을 뽑고 있던 학교아저씨가 그랬다.

지나서야 아는 일이 어디 한둘일까.

그렇다. 나중에 안다. 처음부터 알았다면 더 효율적인 길을 걸었겠지만.

(덕분에 또 잔디가 늘지 않았는가. 살림 늘었다.)

지금이야말로 때다!

잘려 나온 잔디는 내일 달못에다 옮겨야겠다.


한편 햇발동도 작업이 있었다.

설비 아저씨 와서 누수로 확정된 곳을 깨고 동관을 납땜하다.

점심 먹고 바로 끝났다.

“한 3백만 원은 번거야, 선생님. 바닥 다 깰려면 힘들고 일주일로도 모자라.”

그런 걸로 하자.

바닥이 동관인 이상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번 일은 그리 정리되었다.

과정에 대한 기록은 하나 더 해야 할 작업이 끝난 뒤 한꺼번에 하기로.


약이 왔다.

소식을 주고받자마자 득달같이 온 택배에 놀랐고, 많은 내용물에 또 놀랐고,

동봉한 단아한 글씨의 살뜰한 편지에는 마음이 그예 목놓아 우는 짝이었다.

약국을 하는 학부모이자 벗이 어깨 뿐 아니라 몸 전반을 위해 보내온 치료제와 건강보조식품이었다.

아무리 약사이지만 당신인들 값없이 저것들을 샀겠는가.

고마움과 미안함과 한편 힘이 난 마음을 어찌 전할까.

누가 이 산골 할미를 이리 챙기겠는가...

먼 이국까지 아린 손목을 위해 작은 안마기를 챙겨왔던 품앗이샘도

철마다 한약을 보내던 벗도 또 생각노니.

내 삶도 당신들에게 힘이도록 정성들여 살아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854 2011.12.11.해날. 흐리나 푹한, 그러다 해도 반짝 옥영경 2011-12-20 1202
4853 2011. 6. 6.달날. 맑음 / 단식 1일째 옥영경 2011-06-14 1202
4852 2008.11.20.나무날. 진눈깨비 옥영경 2008-12-06 1202
4851 2005.12.1.나무날.흐림 / 포항행 옥영경 2005-12-06 1202
4850 2012. 2. 6.달날. 맑으나 뚝 떨어지는 기온 옥영경 2012-02-21 1201
4849 2011.12.23.쇠날. 맑음, 어제부터 연이어 한파 기승이라는데 옥영경 2011-12-29 1201
4848 2008.10. 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10-19 1201
4847 2006. 9.30.흙날. 참 좋은 가을날 옥영경 2006-10-02 1201
4846 2005.12.14.물날.흐리다 한 밤에 눈 / 아이들만 돌린 하루 옥영경 2005-12-16 1201
4845 2005.11.20.해날.맑음 / 어른을 돌보는 아이들 옥영경 2005-11-22 1201
4844 예비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13. 1.18.쇠날. 맑음 옥영경 2013-02-01 1200
4843 2011. 5.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6-04 1200
4842 2007. 4.13.쇠날. 맑다가 빗방울 옥영경 2007-04-24 1200
4841 2007. 2. 4.해날. 맑음 옥영경 2007-02-08 1200
4840 2006. 9.15.쇠날. 흐림 옥영경 2006-09-20 1200
4839 8월 22일 달날 비 옥영경 2005-09-11 1200
4838 [바르셀로나 통신 1] 2018. 1. 7.해날. 비 갠 뒤 메시는 400번째 경기에 출전하고 옥영경 2018-03-12 1199
4837 2011. 9.13.불날. 찌는 늦더위 옥영경 2011-09-30 1199
4836 2008.12.25.나무날. 눈발 날리다가 옥영경 2008-12-29 1199
4835 106 계자 가운데 다녀간 손님들 옥영경 2005-09-07 119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