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6.물날. 맑음

조회 수 1078 추천 수 0 2011.07.18 21:25:30

 

깻잎 밭에 퇴비를 넣습니다.

호박둘레 풀도 정리하지요.

그리고 소사아저씨는 마늘을 묶습니다.

겨울을 지나 장마를 건너가고 있던 그들입니다.

상상아지트 안으로 옮겨 걸려진 마늘들을

곶감 빼듯 비워지며 음식 속으로 갈 것입니다.

고맙다는 말은 써도 써도 고마운 말입니다려.

 

읍내를 가는 길이었습니다.

신우재를 넘는 중 앞 차에서 운전자가 담배꽁초를 길에 던졌습니다.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지요,

당신 뭐하는 거야 지금, 뭐 그런.

그런데, 이런! 남의 허물보기는 늘 이리 쉽습니다,

제가 제대로 번듯한 사람이면 내려서 그걸 주울 수도 있었을 것을.

하지만 지-나쳤습니다.

얼마쯤 가다가는 길 위에 쓰러진 야생동물을 봅니다.

로드킬!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어릴 적 고무줄 놀이하던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삶은 자주 그런 죽음들을 넘어 가는 길이다 싶데요.

좀 더 천천히 다니리라 합니다.

오늘도 길은 제게 스승이었더랍니다.

 

점심 초대를 받았습니다.

올 봄 맺은 읍내의 인연입니다.

컴퓨터며 여러 가지 도움 입었습니다.

읍내 나갈 때면 여러 차례 밥을 거기서 얻어먹기도 했지요.

얼마 전 ‘무식한 울어머니’ 물꼬로 에어컨을 보낸다셨습니다,

거실에 있던 30평형용, 두 차례밖에 안 썼다는.

그래도 중고는 중고이고

그걸 판다고 얼마나 돈이 되겠느냐 잘 쓸 곳에 쓰자는 게

무식한 울어머니의 여느 계산법이었을 테지요.

그런데, 그걸 이 산골 어디다 쓰겠는지요.

에너지독립을 꿈꾸는 이곳 삶에서 말입니다.

필요한 곳에 나누고 싶었습니다.

마침 읍내 그 댁에서 잘 쓸 수 있으리라 했지요.

그쪽으로 바로 보내드렸더니,

오늘 밥 한 끼 나누고자 하신다 한 겁니다.

그런데, 류옥하다 선수,

늦게 일어나 아침도 안 먹고 읍내 가는 길,

아침 안 먹길 잘했다고, 야채도 안 먹을 거라데요, 갈비 많이 먹을라고.

애들 물꼬 오면 하도들 잘 먹어,

“너들 집에 전화 넣어주마, 애 좀 멕여서 보내라고...”

그리 우스갯소리 던지는데,

남의 얘기가 아닙디다요.

4인분 뚝딱에 밥까지.

게다 냉면까지 먹겠다는 걸 말렸지요.

고맙습니다.

 

벗이 지난 12월부터 물꼬가 어렵게 겪고 있던 일련의 일 하나를

좀 더 완강하게 해결해가기를 조언해왔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 방법을 택하지 않으리라며 해결책을 모색해오고 있지요.

“가장 못난 평화가 가장 잘난 전쟁보다 낫다.”

결국 오늘 벗은 이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의 지지가 고맙습니다.

평화는 이렇게 넓혀지는 건가 보다 싶습디다.

 

읍내 나오기 전 침을 맞습니다.

디스크 초기증세는 오랜 치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형성된 것이고,

그런 만큼 치료기간도 그러할 거라지요.

그렇겠지요.

사람 사이의 일도 그러할 겝니다.

어쩌면 우리가 겪는 문제들은 그 사람에게 실린 삶의 길이만큼

그 해결 또한 그 만큼의 시간이 요구되는 게 아닌가 싶습디다.

 

간밤, 황간역에서 잠깐 얼굴 보고 가려던 벗이 대해리까지 들어왔습니다.

그래야 만만하게 곡주도 한잔 할 수 있지요.

이른 아침 다시 황간으로 가 벗을 기차에 태워 보냅니다.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그리고, 철우샘이 오늘부터 물꼬에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방문자로 9월말까지 석 달을 머물게 될 겝니다.

어려운 시간에 그 등장만으로도 힘입니다.

고맙습니다.

 

하여 임시 식구한데모임.

하루, 한주, 한 달, 한해흐름을 살피고

일도 나누었습니다.

“여름에는 오전 여섯 시부터...”

오전 9-12시, 오후 2-5시까지 하는 노동을

오전 6-9시, 오후 4-7시로 이제부터 하리라는 소사아저씨였지요.

식구한데모임은 한 주 한 차례 해날 저녁을 먹은 뒤 하기로,

그리고 흙날 오전은 늘처럼 먼지풀풀날로 계획합니다.

이 산골의 삶이 모두에게 따스한 물속을 유영하는 느낌이었으면,

한편 더운 여름날 계곡에서 감는 멱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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