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인데도 구름 가렸다고 식구들이 들에 나가 있습니다.

옥수수밭과 호박밭 풀을 뽑고,

그래요, ‘매고’가 아니라 ‘뽑고’,

물 흠뻑 맞고 엄청 짙어진 풀이니까,

열무밭의 돌들도 가려냅니다.

빨래방으로 쓰는 비닐하우스에도 가서

바닥 풀들을 맸지요.

계자를 향해서 주욱 달려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마당가의 포도나무 한 줄,

올해는 포도봉지를 씌웠습니다.

소사아저씨가 가지에서 싹을 내고 심고 키우기 몇 해,

올해쯤은 제법 견실한 열매입니다.

그나저나 계자에는 아직 시퍼럴 것이어 아쉽네요.

 

낮엔 나무를 좀 만졌더랬습니다.

장마로 습을 먹은 나무들, 피스가 자꾸 헛돌았지요.

사람들도 그래 보입니다.

그런데, 그건 내 마음이 그럴지도 모를 일입니다,

보이는 다른 대상들이 그런 게 아니라.

 

지난 주 쇠날 서울에서 작은 수술을 했던 아이가

통원 치료를 끝내고 내려옵니다.

자식이고 부모고 형제고 친구고

자기 삶을 잘 챙겨 살면 그게 서로 도움입디다.

어릴 때라고 그리 잘 돌보았던 것도 아닌데,

저렇게 혼자 돌아다닐 나이에 이르니

고마움 더 깊습니다.

 

경원샘이 건너왔습니다.

도움을 청했지요.

홈페이지 때문에 애를 좀 먹고 있었습니다.

블로그나 카페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해봅니다.

수년을 운영해왔던 경험이 있는 당신인지라

몇 가지 장단점에 대해 잘 나눠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밤, 저녁을 먹은 식구들이 곡주 한 잔씩을 했다가

야외용 식탁에서 둘러앉았습니다.

달빛 아래로 내려선 게지요.

무에 그리 바빠서 저 달빛에 한번 취해보지 못한단 말인가요,

이 산골 분주한 삶은 때로 둘러친 것들을 외려 보지 못할 때가 흔하지요.

정작 같이 살아도 건사할 살림이 넓으니

밥상 앞 아니면 얼굴 마주하지 못할 때도 많더니

달 덕분에 모두 앉아 ‘지금’을 잘 누렸더랍니다.

 

걸려오는 전화들을 받노라면

제가 마치 대단한 교육가인 양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오늘처럼.

촘촘하게 말하자면 사실 무슨 생태전문가도 아니고 무슨 운동가도 아니며,

교육이란 문제를 엄청 깊이 천착했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닙니다.

다만 세상 돌아가는 데 화가 났고,

막대 하나 끼워 굴러가는 바퀴를 잠시 멈추듯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물어왔던 겁니다.

그게 그렇게나 어려운 문제인가,

더듬더듬 앞으로 걸어가 보자 했던 것이고,

여기 이르렀습니다.

교육에 대한 정보들이 오히려 우리들을 헷갈리게 하고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 지쳐서 그냥 살던 대로 남들 가는 대로 가게 하고 말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런 정보들에서 알곡을 고르듯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그러니까 나와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 가운데 물건 고르듯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걸 할 수도 있지 않겠냐 생각했던 거지요.

헌데, 정녕 고민 만큼 하고 있나,

오늘 밤, 그것을 자문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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