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15.쇠날. 휘영청 보름달

조회 수 1034 추천 수 0 2011.08.01 16:24:38

 

목이 터져라 소쩍새가 웁니다.

때로는 누구를 저리 애타게 부르는가 싶고,

친족이라도 잃었나 구슬픈 가락이었다가,

더러는 좋은 일이 있나 보네 노래로도 들립니다.

그들 처지에 따라 다른 소리일수도 있겠지만

소리에 묻은 감정은 듣는 내 귀일 수도 있을 테지요.

마음이란 그런 것이겠습니다.

실체가 그렇게 해석을 거친단 말이지요.

그러니 마음이란 ‘사실’이 아닌 게지요...

 

“불 켜진 줄 알았어요!”

아이가 달골 마당으로 들어서며 소리쳤습니다.

어찌나 밝은지... 그래요, 보름이더이다.

참 이리저리 사람이 다 살아진단 말이지요.

저 달빛 하나가 한 순간을 이리 밝혀줍니다.

꽃이 나무가 사람이 그렇게 달빛으로 흘러

매순간 좌절하면서 매순간 또 걸음을 걷는 게지요.

사는 모든 순간이 기적입니다려.

 

남자 다섯, 마당의 풀을 맵니다.

이웃 봉길샘과 찾아온 친구 분, 그리고 철우샘과 소사아저씨,

거기 류옥하다도 함께 껴있습니다.

“아아, 그거 남기고 싶었는데...”

철우샘은 개망초 한 뿌리는 남겨두고 싶었다합니다.

그걸 또 모르고 놓친 것이겠거니 하고

봉길샘이 그만 뽑아버리셨네요.

철우샘은 그 풍경을 그림일지에 옮겨놓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자연의 일도 그러하고, 사람의 일도 또한 그러합니다.

 

미국인 벗이 이사를 했습니다.

거기 일본인 벗도 와서 거들었지요.

그러고 보니 둘 다 물꼬의 바깥샘들이기도 하였더랬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여러 나라를 떠돌던 그때,

그거 아니어도 홀로 나라와 나라를 건너다니던 젊은 날,

많은 인연들이 저를 돌보아주었고,

이제 내 땅에서 그들과 그리 주고받고 있습니다.

고마운 사람살이입니다.

 

시골 소읍이란 속속들이 사는 형편이 말거리가 되고는 합니다.

읍내에서 한 친구가 재잘대는 소리가 딸려왔네요.

아들을 얻고자 한 늙은 갑부에게 젊은 처자인 딸을 들여보낸 엄마와

아이를 낳아주고 빌딩을 얻은 여자,

그리고 그 여자랑 주위의 만류에도 결혼을 한 남자.

“그런 걸 어떻게 다 알아?”

“왜 몰라, 온 읍내에 소문이 다 났는데...”

아직 젊은 나이에 생이 무거워 보이는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래도 결코 이 읍을 떠날 수 없는,

내 근거지를 떠나 세상 어디를 가겠냐는 모녀가 생각났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의 삶을 무어라 할 수 있겠는지요.

사람들이 참 잔인합니다.

입으로 사람을 열둘도 더 죽이는 우리들의 죄업...

그저 자기 삶에나 잘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 쓰는 문제는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이 낫지만

감정의 문제는 그렇지가 않습디다.

하여 감정에 관한 한 집단은 한 사람보다 미숙하다던가요.

멀쩡한 사람도 집단을 이루면 호들갑스럽고 폭력적인 대중이 되기 쉽습니다.

그것이 바로 집단의 마법이라지 않던가요.

 

“제가 항상 곁에 있어야하는데 미안한 마음뿐...”

벗이 문자 하나 보내왔습니다.

나도 항상 물꼬를 돌봐줄 책임이 있다,

그리 생각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는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를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랑하는 이들의 곁에 있는 게 맞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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