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이에게 가보(?)진드기기 붙었습니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그 녀석들이 피를 빨아먹는 거지요.

수의사한테 갔더니 풀섶에 데리고 다니지 마라 합니다.

우리는 풀섶에 사는데...

철우샘이 진드기들을 떼냈고,

재홍샘과 소사아저씨가 온 몸에 가루약을 문질러 주었지요.

숲에 사니 별 수 없이 안고 살아야하는 병처럼 그런 진드기인 게지요.

자주 들여다볼 밖에요.

 

풋고추를 몇 광주리 따옵니다.

씻고 물기를 빼고 바늘구멍을 내지요.

간장장아찌를 담으려구요.

올해는 진간장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마른 북어대가리와 새우, 멸치, 뒤포리,

그리고 갖가지 채소를 넣어 육수를 내어 식히고

집간장을 섞고 집에서 만든 감식초와 설탕,

거기 소주를 넣어 끓이지 않고 잘 저어 고추 위에 부었지요.

장아찌는 돌이 효자라 했습니다.

항아리에 넣고 꾹 눌러둡니다.

 

물꼬가 우렁이로 논농사를 짓던 논이

이제 남의 손에서 밭이 되었습니다.

올해부터 논농사를 놓게 되었지요.

상주하는 이들 몇 되지 않는 속에 너무 많은 일을 지고 간다 싶어

포도농사를 놓았고 이어 논농사도 놓았습니다.

다행히 여기서 머물던 이가 독립하여 유기농사를 짓기도 하고

머잖은 곳의 오랜 이웃이 또한 물꼬 나눌 만큼의 유기농사를 짓고 있어

아마도 그곳들로부터 쌀을 먹게 되지 않을까 계획해본답니다.

지내다보면 다시 할 수 있는 날도 오겠지요.

논이었던 그 밭은 일흔이 넘어 된 동근이네엄마가 짓습니다.

거기 고추가 숲처럼 푸르고

파가 참 가지런히도 줄을 지어 실하게 오르고 있지요.

“청소해 놓은 것 같애.”

당신은 아실지, 당신이 우리들에게 농사선생님이신 줄?

 

담에는 손발도 잘 보탤 수 있게 며칠을 벌어 오겠다며

재홍샘 아쉬운 하룻밤을 묵어 떠나고,

철우샘은 어머니 생신 상을 위해 예산을 다니러가며

서울을 들러 가겠다 기차에 올랐습니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그런데도 식구라고 멀리 나가니 빈자리 크네요.

 

면소재지에서 귀농인모임이 있었습니다.

양만수샘이 수확한 포도를 가져오셨네요.

날이 그렇게 흐르고 있습디다.

계절이 성큼성큼인 게지요.

한 잡지의 원고청탁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겠네요.

 

어처구니없는 일, 억울하고 팔짝 뛸 일이 있지요.

세상은 선한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끊임없이 요동을 칩니다.

굳이 어른들 말씀 들먹이지 않아도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견뎌냄입니다.

처참한 현실이 어찌 한방에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하겠는지요.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빵입니다.

우리 보냈던 젊은 날의 그 숨 가빴던 열망이

어쩜 그 한방에 너무 기대했던 건 아닐까 새삼 뒤돌아봅니다.

어려운 날들엔 그 혼란과 고통 속에 한동안 잠겨 있어야 합니다.

누구는 그 속에 애도와 체념을 배워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모든 희망에는 절망과 아픔이 묻어있고,

모든 의미는 질문과 반론에 열려 있는 그런 이야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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