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질을 좀 했습니다.
옷가지들을 몇 가지 꺼내와 계자에서 막 입을 치마도 만들고,
토시도 몇 개 장만하고
그리고 계자 때 아이들과 바느질감으로 쓸 조각천도 챙겼습니다.
계자를 향해 순항 중.
이불빨래는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돌아가고 있구요.
오후엔 청소년 계자를 앞두고 청소입니다.
밤, 멀리서 짐승소리 건너왔습니다.
고라니가 덤불에 걸린 듯합니다.
건너편 개도 무슨 냄새를 맡은 모양이지요.
어떤 땐 온 산마을을 뒤흔들 듯한 구슬픔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맑고 높은 가락으로 살포시 웃음이 흐르게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소리들은 그리운 것들을 달고
눈이 내리듯 마음으로 내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 있을까요...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동시에 내 경험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갖지 않는 것,
역설적으로 보이는 그런 태도가 유연하면서도 강한 신념의 특징이다.”
가볍게 읽는 책 한 권에 눈을 두다 밑줄을 그었습니다.
유연하면서도 강한 신념이라...
물꼬의 선한 기운이 쉽게 훼손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그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끄달렸던 문제 하나,
하여 이제 그 문제로부터 놓여나려 합니다.
혼란과 고통 속에 한동안 잠겨 있었던 시간,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모든 것은 일어났다 사라진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누구는 그 속에 애도와 체념을 배워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애도와 체념...
딱 그것이겠습니다.
그런 관계도 있지요, 마치 관절염처럼 그냥 병을 달고 가는,
자연스레 그것도 내 일부거니 하고.
수개월 만에 발을 뻗고 자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