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27.물날. 비 며칠째

조회 수 1294 추천 수 0 2011.08.03 23:51:01

 

 

비 기네요.

장마가 지나가긴 하였나요?

이제 태풍이 지나고 있다던가요.

그래도 비가 내내 끊이지 않는 끈같지는 않아

간간이 멈춰진 틈으로 바깥일을 합니다.

소사아저씨는 밭둘레를 돌며 예취기를 돌리고 계셨지요.

 

새끼일꾼 연규가 나간 자리로 논두렁 최영미님 들어오십니다.

오가는 이들이 보태는 손발을 보면

무슨 장대한 강물 같은 느낌이 들고는 하지요,

유구히 흐르는.

일에서 나흘 말미가 뜻밖에 생겼는데,

그래서 혼자 뭘 할까 생각하시다

오래전부터 물꼬에 오고 싶다던 바람을 이루고프다셨지요.

‘이왕이면 계자 때 밥바라지 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니까 혹시라도 그 전에 준비라든가 밭일 등에 일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게 머물기를 소망하는 물음이 닿았고

반가이 맞았지요.

정인이 해인이 오기 예닐곱 해 되나 봅니다.

두어 해 뒤 어머님은 논두렁이 되셨지요.

물꼬의 후원회원이기에도 그러하고,

오랫동안 만났던 아이들의 어머니이기도 하여 그러하고,

손발이 늘 모자라는 곳이어서도 그러하고,

멀리 있는 벗이 찾아온다는 생각에도 반갑기 더했습니다.

맛난 열무김치를 담아오셨지요.

 

오셔서 점심 밥상을 차리셨고,

이어 현관 들머리 풀을 뽑기 시작하셨습니다.

다른 곳이야 예취기를 써서 정리를 한다더라도

현관은 손이 필요하지요.

밀짚모자며 일할 준비를 어찌나 단단히 해오셨던지요.

살아왔던 날들을 늦도록 나누었습니다.

아이들로 오래 알다 이렇게 만나고,

내내 만나왔던 듯 삶을 나누고...

그런 일들이 물처럼 흐르는 물꼬의 그늘이 고마웠습니다.

 

이정민샘...

이번 여름일정에 신청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물꼬를 어이 아느냐 물었더랬지요.

‘네, 저는 1995년도쯤으로 기억되는데 계자 보건 교사격으로 함께 했던 간호사입니다.’

세상에, 기억하다마다요.

그때는 아이들 백 명에 어른 서른 명이 함께 하는 규모였습니다.

좀 무식했지요.

그때 대학생이던 그는 간호사가 되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 자라 계자를 옵니다.

작년엔 초창기 품앗이샘이던 이창훈샘이

중국에서 딸들인 승미와 주미를 보냈더랬지요.

오랜 인연들이 고맙습니다.

그들이 물꼬를 지켰고, 거기 아이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에너지독립은 늘 꿈꾸는 일이나 진전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학교 뒤란 흙집을 지으며

아이들이 좀 편하란다고 온수통을 큰 걸 들였는데,

그게 또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어떻게 다른 방법을 좀 찾자고 궁리하고 있지요.

일단 크기를 줄이려합니다.

관련 일을 하는 이에게 현재의 온수통을 빼내고

규모를 조금 줄이고 효율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의논하고 있답니다.

 

작은 3단 서랍장 하나를 그예 완성하였습니다.

계자가 있는 한 달여나 팽개쳐둘 수는 없겠기에

조금 급하다 싶게 마무리를 해서 들고 왔지요.

사실은 도와주는 전문가가 있어 가능했는데,

그래도 이런 작업이 나무 다루는 데 용기를 내게 하리라 믿습니다.

여전히 뭔가를 시도할 수 있다니,

젊음은 그래서 나이에 있는 게 아니라 생 자체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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