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29.쇠날. 소나기

조회 수 1219 추천 수 0 2011.08.03 23:52:07

 

 

하룻밤을 묵은 주욱샘과 준샘은

느지막한 해장을 하고 떠났습니다.

첫 일정에 손을 보태주십사 하는 부탁에

준샘은 낼 당장 다시 와야 하게 됐네요.

기꺼이 그리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이면 올 여름 계자 첫 일정을 위한 미리모임.

계자를 위해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올 테지요.

사람들이 오기 전 맞이를 위한 준비가 오늘은 마무리 되어야 합니다.

오가는 이들이 바통을 넘기며 계자 준비주간을 보냈네요.

새끼일꾼 연규에서 논두렁 최영미님으로

그리고 오늘 세아샘과 세훈샘으로.

최영미님은 어쩜 그리 적절하게 나타나셔서 이곳을 또 채우셨던가요.

묵혀놓았던 아이들 뒷간도 쓸 채비를 하고, 부엌곳간을 정리하고,

고추장집 불 피우고, 간장집 불도 때서 밥바라지분들이 묵을 수 있도록 습을 빼고...

류옥하다 없는 빈자리를 철우샘이 또 메워

자잘한 일들을 챙겨가고 있답니다.

 

지난 봄학기에 있었던 이동학교프로그램의 한 어머니가

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였고, 미안하다는 마음이었으며, 잘 지내시라는 축원이었네요.

고맙습니다.

다녀가는 것으로 금새 잊히기 쉬울 것을

챙겨 인사하는 마음에서 또 배웁니다.

 

오늘은 날밤을 새지 싶습니다.

철우샘이 교무행정 일을 덜어주진 못하더라도

교무실 야간작업으로 켜둔 등을 늦도록 책방에서 보조맞춰주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곳곳에 비가 많아 처음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들의 걱정이 줄을 잇습니다.

아무래도 홈페이지에 글 하나 실어놓아야겠다 싶데요.

 

               ----------------------------------------------

 

145 계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님들께.

 

저녁답에 각 가정마다 일일이 전화를 드릴 것이나

더러더러 오는 전화도 있고 멀리서 걱정 많으시겠길래

서둘러 몇 자 드립니다.

 

비 많았지요.

젊은 목숨들을 속절없이 보냈다는 소식이 이 산골까지 닿기도 하였습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

하늘이 하는 일을 뭐라 그러면 안 된다시데요.

그럼요, 그럼요.

문제는,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재앙들이

많은 경우 사람이 한 일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에

깊이 감사합니다.

사람이 참 그렇습니다.

자주 교만해지기 쉬운 존재여

이렇게 한 번씩 반성할 일이 있는 게지요.

 

여기 대해리,

그 많은 눈, 비, 바람들이 둘러찬 산들 덕에 용케 잘 피하며 살았습니다.

이번에 그 비 난리통에도

여태 그런 일이 없다고 앞으로 없으란 법은 없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지낼 학교는 마을 한가운데 있고

산으로부터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아침에 처음 이곳에 아이를 보내는 분이 물으셨습니다,

비가 오면 바깥활동을 못 하니 안에서 할 것들을 준비하시겠지요 하고.

예,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저희는 뭔가를 할 것입니다.

이번에 몇 번째 계자인가요?

네, 백마흔다섯 번째입니다.

그렇다면 그간 저희가 몇 번의 계자를 했을까요?

네, 맞습니다. 백마흔네 번을 했지요.

그 경험이 여기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답니다.

 

티벳 선인들의 말씀으로 끝인사를 대신합니다.

“해결 못할 문제라면 걱정이 없고.

해결할 문제라면 걱정을 말라.”

 

청안하소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638 2006.3.7.불날. 맑음 / 대해리 산불 옥영경 2006-03-09 1244
1637 2007. 2.14.물날. 맑되 거친 바람 옥영경 2007-02-16 1244
1636 2007. 5.18.쇠날. 맑다가 빗방울 옥영경 2007-06-03 1244
1635 2007.10.12.쇠날. 쬐끔 흐리네요 옥영경 2007-10-17 1244
1634 2008. 2. 8.쇠날. 맑은데도 눈 나풀나풀 옥영경 2008-03-05 1244
1633 2008. 4. 7. 달날. 흐림 옥영경 2008-04-20 1244
1632 2011. 5. 9.달날. 빗방울 묻어오다 옥영경 2011-05-23 1244
1631 6월 15일 물날 오후 비 옥영경 2005-06-19 1245
1630 8월 24일 물날 비 옥영경 2005-09-11 1245
1629 2005.10.13.나무날. 달빛 고운 옥영경 2005-10-15 1245
1628 2005.12.16.쇠날.차름하게 내리는 눈 / 출토 옥영경 2005-12-17 1245
1627 2005.12.28.물날.맑음 / 할아버지의 봄맞이처럼 옥영경 2005-12-29 1245
1626 2006.2.25.흙날. 흐리다 빗방울 / 풍물특강 사흘째 옥영경 2006-02-28 1245
1625 2007. 6.12.불날. 맑음 옥영경 2007-06-26 1245
1624 2008. 2.11.달날. 흐릿 옥영경 2008-03-05 1245
1623 2009. 2. 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245
1622 2011. 1.28.쇠날. 맑음 옥영경 2011-02-05 1245
1621 2005.11.28.달날.맑음 / 돌아온 식구 옥영경 2005-12-01 1246
1620 108 계자 열 이튿날, 2006.1.13.쇠날. 가랑비 옥영경 2006-01-15 1246
1619 2008. 3.2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4-06 1246
XE Login

OpenID Login